[연예퍼즐] 무엇을 기대하는가, 2019년 엔터테인먼트 전망
입력 2018. 12.31. 12:27:28
[더셀럽 윤상길 칼럼] 변화의 시대를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단하다. 애써 익숙해진 관행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10대 연예인이 예능방송을 휘젓는다. ‘미성년자 예능 프로 출연 불가’ 시절을 살아온 50대 이상 장노년층에선 이해 불가한 현상이다. 사극은 물론 극장에선 몇 십 년 전 과거사를 다룬 영화들이 관객동원 정상권에 이름을 올린다. 태어나기도 전의 사건인 데도 젊은 관객은 이를 즐긴다.

어른들이 그냥 소음처럼 들린다던 랩이 대중음악의 주류로 떠올랐고, 한해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래퍼가 즐비하다. ‘좋맛탱’, ‘땐뽀걸즈’ 같은 제목만으로는 극 내용 이해가 어려운 드라마가 방송된다. 무명의 일반인이 크리에이터란 이름으로 ‘1인방송’에 출연해 명사가 되고, 고소득을 올린다. 심지어 이 방송으로 부모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초등학생 갑부도 여럿인 세상이다.

TV 프로그램이 젊은 시청자 위주로 편성됐다고 불평을 일삼던 ‘가요무대’ 시청자의 볼멘소리도 사그라졌다. ‘미운 우리 새끼’나 ‘살림하는 남자들’처럼 연예인의 부모 형제가 출연하는 방송이 부쩍 늘어난 때문이다. 이들 프로는 연말 연예대상에서 수상까지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기존의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 전선에도 이상은 없다. ‘TV는 사랑을 싣고’가 부활했고, 비연예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PD와 작가들이 방송사 간부나 선배들로부터 귀 아프게 듣는 충고가 있다. “방송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특정 세대만 공략해서는 절대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주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주문은 변화의 바람을 타고 완성됐고, 2019년에는 더 진전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색깔 있는 콘텐츠를 배제하고 창작자들을 보편적으로 만든다는 우려의 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시청자가 먼저 변화의 바람을 이끌고 있다.

MBC 연예대상에서 이승기에게 대상을 안겨준 ‘집사부일체’가 대표적이다. 이승기, 이상윤, 육성재, 양세형 등 젊은 연예인들이 이순재, 최불암, 윤여정, 고두심, 이덕화, 전인권 등 선배 연예인뿐 아니라 박항서, 법륜스님 등 명사들을 사부로 삼아 프로그램을 이끌며 전 연령대 시청자를 한데 모았다. 윤여정과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이 조합된 ‘윤식당’도 마찬가지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체로 좀 더 스펙트럼을 확대하면 2019년 ‘세대통합’ 콘텐츠의 전망은 밝다. ‘아모르파티’의 가수 김연자는 젊은층에서 ‘갓연자’라는 애칭을 얻으며 인기 높다.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 같은 풋풋한 보이그룹의 팬층은 두텁다. 중년의 어머니를 소녀로 회귀시키는 회춘의 능력을 보인다. ‘고등래퍼’에 누님 팬들이 다수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콘텐츠를 수용하는 타깃층에 대한 기존의 정의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변화의 폭은 어마무시하다. 방탄소년단의 세계 팝시장 석권은 대단한 변화다. 할리우드의 저예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성공 결과 또한 기억할 만한 변화다. 기주봉의 로카르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등 우리 저예산 영화계의 수확도 간과할 대목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이 우리 대중문화의 홍수를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모양새이지만 현지의 분위기는 ‘케이 스타’ 환영 일색이다.

중국의 상하이 항저우 지역에서 상주하며 활동하는 한국의 영상관계자가 수백 명이고, 홍콩과 대만 그리고 태국 베트남에서는 어디서나 한국 연예인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영상물이 촬영 중이다. 정치적 대립이나 마찰을 떠나 한류 스타, 한류 음악, 한류 드라마는 일본 전국에 스며들었다.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창출해낸 효과다.

연예계의 환경은 이처럼 숨 가쁘게 변하고 있다. ‘환경설정’을 시시각각 해야 할 판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이렇게 말했다. “변화란 단지 삶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 자체다.” (Change is not merely necessary to life. It is life). 연예인의 삶, 대중문화의 생태계에도 그의 예측은 명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TV 권력은 점차 저물어가고 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라는 동요는 이제 흘러간 옛 노래다. 이제 TV 출연은 더 이상 꿈만 같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불특정 다수의 세계인에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시대다. 2018년 미디어 세상은 유튜브가 접수했다. 유튜브 천하는 2019년에도 지속될 것인가. 유튜브의 다음은 무엇이 올 것인가.

초연결 초지능의 시대다. IT 기술의 발전을 통한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현상이다. 정보의 다양화와 실시간 소통은 TV 위주의 시장에서 다매체 다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튜브는 물론 아프리카TV, 다음TV팟 등 동영상 플랫폼의 크리에이터들과 계약을 하고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을 전담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자의 영역 확대와 활동 여부가 2019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키워드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공지능과 혁신적 기술의 등장으로, 사회 전반과 마찬가지로 대중예술 영역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 영역만큼은 결국 사람이 선두이며 중심이라는 가치를 근간으로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변화, 요즘처럼 이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 때가 있었는가. 자고 깨면 무엇인가 바뀌어 있다. 실로 변화의 시대다. 2019년도 다름 아니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김혜진 기자, SBS '집사부일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tvN '윤식당2'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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