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모이’, 윤계상의 #연기 그리고 #40대 [키워드인터뷰]
- 입력 2018. 12.31. 15:29:48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얼마나 재밌겠어요. 미치는 거죠”
그룹 god로 데뷔해 배우로 자리매김한 윤계상에게 연기는 어떤 존재일까. 영화 ‘말모이’를 촬영하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연기에 극도의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그의 눈은 여전히 빛났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는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을 배경으로 일제의 감시를 피해 조선어사전편찬을 위해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작전 '말모이'를 진행하는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계상은 극 중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맡았다.
‘말모이’ 인터뷰를 위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윤계상은 내내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정말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여러 번 언급하던 윤계상은 그럼에도 연기가 좋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풀지 못하는 숙제를 좋아해요. 도전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걸 좋아하죠. 오락을 해도 다 끝을 내야해요. 그러니 연기가 얼마나 재밌겠어요.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거든요. 어떤 캐릭터를 만나서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잖아요. 저로서는 미치는 거죠.”
대부분의 배우들은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를 살리기 위해 짧은 단어라도 어떻게 표현할지 수없이 고민한다. 대본엔 대사와 간략한 상황이 쓰여 있고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는 배우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캐릭터 분석, 연구 등 어느 것 하나라도 “절대 대충할 수 없다”고 말하는 윤계상에게 연기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극 중 장면,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 어려워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더 욕심내서 해야죠. 진짜 욕심 내야해요. 대충할 수 없어요. 열심히 해도 이렇게 밖에 못하는데 대충 하면 안 되죠.”
코미디와 정극,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면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던 윤계상은 지난해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 역으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독특한 헤어스타일, 자연스러운 연변 사투리, 악랄함의 끝이었던 장첸은 그간 윤계상의 필모그래피에서 찾을 수 없었던 가장 강렬한 캐릭터였고, 이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따라 붙었다.
워낙 강한 캐릭터라 대중들의 인식에서 쉽게 지울 수 없고 윤계상에겐 ‘범죄도시’를 넘어야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 특히 이날 한 취재진은 ‘장첸 캐릭터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윤계상을 무서워한다더라’는 말을 전하자 윤계상은 “거짓말이죠?”라고 걱정하는 모습을 내비치며 웃음 지었다.
“장첸이 계속 따라다녀도 괜찮아요. 좋고 재밌어요. 요즘 그 재미를 쏠쏠 느끼고 있어요. 남성분들이 저보고 ‘장첸 형님’이라고 부르고 싸움 잘하는 줄 알아요.(웃음) 이런 것들이 재밌어요. 하지만 결국 이런 이미지는 잊혀질 것이고, 저는 거기에 머물러있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god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한 일이죠.”
특히나 윤계상은 ‘범죄도시’의 흥행을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범죄도시’에서 많은 배우들과 함께 소통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이었고 ‘말모이’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동일했다.
“저는 기회가 좋아서 주인공을 하는 것이지 실력으로 주인공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배우들이 발견되고 나와야 영화가 재밌어 지는 것 아니겠어요? ‘범죄도시’도 절대 혼자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면 거만해지잖아요. ‘말모이’의 류정환 역할도 화려한 저의 행보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왜?’일 수는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영화는 그게 아니에요.”
윤계상이 말하는 ‘말모이’는 김판수(유해진)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일상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범죄도시’ 이후 악역이 주가 되는 시나리오가 들어왔던 그에게 ‘말모이’ 같은 메시지는 절실했다. 그는 다음 작품에도 자신보다는 영화가 잘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범죄도시’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배웠어요. 구세대적인 방법이기도 하지만 이런 게 오히려 재밌기도 하고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마음인 것 같기도 하고요. 작품이 잘되면 모든 배우들이 빛난다는 것도 알았죠.”
오는 2019년에 윤계상은 41살이 된다. 40대의 초입에 들어선 그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머무르지 않고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의 순간이 다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여정을 살아있는 삶에 대한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요. 그게 제일 우선이에요. 나이가 든다고 게을러지지 않는 것 같아요. 조금씩 더 부지런해지고 있거든요. 힘든 것들이 찾아오면 지나가겠지 싶고, 잘 버티고 싶은 용기도 생기고. 한 군데 머무르게 하는 건 결국 제 자신인 것 같아요. 미궁 속에 빠져봤기 때문에 이제 다시는 안 빠질 자신이 있어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