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신파 아닌 감동의 결정체 ‘말모이’
입력 2019. 01.09. 11:01:48
[더셀럽 김지영 기자]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영화는 꼬리표가 붙곤 한다. ‘억지 감동을 자아내는 신파 요소가 있는 가’다. ‘말모이’엔 신파와 억지 감동, 억지 눈물이 존재하지 않으며 가슴 따스한 이야기들만 담겨 있다.

9일 개봉한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글을 전혀 모르는 판수는 아들의 밀린 월사금을 내기 위해 조선어학회 심부름꾼으로 들어간다. 앞서 월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환의 가방을 훔쳤던 판수는 조선어학회에서 정환과 재회하고 서로 개와 고양이처럼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린다. 그러나 정환은 점차 변하는 판수의 행동들을 보고 마음을 연다.

한글의 자음, 모음 순서조차 몰랐던 판수는 심부름꾼 일을 착실히 해내기 위해서 조선어학회 일원들에게 한글을 열심히 배운다. 미취학 아동이 한글을 익히고 나면 길거리 간판을 읽는 것 조차 놀이로 느껴지듯, 판수는 점점 한글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인맥과 잔머리를 이용해 조선어학회 일을 돕는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잠재돼 있었던 애국심을 일깨우고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흥행과 연결된다. ‘한국인이라면 봐야 한다’라는 수식어가 붙고 성장기의 자녀에게도 교육의 일원이 되기 때문.

우리나라가 아픈 역사를 가진 만큼, 극의 전개에도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이는 오히려 일부 관객들에게 단점으로 작용한다. 자연스러운 감동이 아닌 눈물을 억지로 자극하는 장치가 더러 있었기에 관객들은 ‘억지 감동’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일부 영화를 기피하곤 했다.

그러나 ‘말모이’엔 억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판수의 성장을 따라 흘러가는 ‘말모이’는 자녀들을 향한 부성애에서 애국심,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신파보다는 따스함이 관객에게 전해진다.

특히 ‘말모이’가 한글을 지키기 위해 앞장섰던 일반 소시민을 주목한 점에 있어서 그간의 역사 영화들과 차별성을 둔다.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독립운동가 혹은 역사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들보다 ‘말모이’는 나이와 성별, 사회적 지위의 구분 없는 시민들이 한 마음 한 뜻을 모아 우리말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 과정들에 집중한다.

극 중 정환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크다”고 외치는데, 이는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한다. 영화관을 찾은 열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걸었던 정환과 판수가 서로 뜻을 함께하는 모습, 많은 이들의 노력이 모여 비로소 사전이 완성되는 과정들을 ‘말모이’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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