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VIEW] 심석희의 폭행·성폭행 폭로, 체육계 '미투' 일으킬까
- 입력 2019. 01.09. 13:12:34
- [더셀럽 안예랑 기자] 지난해 상반기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단어는 '미투'였다. 위력에 의해 자행됐던 성폭행, 그것을 묵인했던 사회를 벗어나고자 하는 용기 있는 외침이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심석희의 폭로로 체육계 ‘미투’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심석희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를 상습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심석희 측은 심석희가 미성년자였던 지난 2014년 여름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한 달 전까지 약 4년간 폭행, 폭언등과 함께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심석희 측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조재범이 초등학교 때부터 코치를 맡으며 상습 폭행을 행했으며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으면 내 말을 들어라"는 식의 협박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심석희의 말대로라면 해당 사건은 전형적인 위계와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이었다.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간 ‘미투 운동’과 같은 양상이었다. 한 분야의 권력을 쥐고 있고, 심지어는 ‘왕’으로 군림하던 이들은 자신의 권력을 도구로 삼아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냈고, 이는 사회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위계질서가 단순 상하관계를 넘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체육계도 마찬가지였다. 심석희의 성폭행 폭로 이전에도 위계질서를 이용한 수많은 폭력 사례들이 목도된 바 있다.
심석희는 지난해 1월 조재범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충북진천선수촌을 무단으로 이탈했다. 심석희는 후에 초등학생 때부터 조재범에게 체벌을 당했다고 밝혔고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다”고 말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조사를 통해 조재범이 4명의 선수를 폭행했다는 혐의가 추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이 대회 참가 중 2011년, 2013년, 2016년에 숙소와 식당에서 후배 선수 2명에 대해 폭행 및 가혹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조재범은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의 폭력과 압박으로 선수를 폭행하게 됐다는 취지가 담긴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에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가 여중생 제자를 성폭행 해 구속된 사례도 있었다.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주민진 씨는 앞서 JTBC에 출연해 "그 당시에 저희가 중학생,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렸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이기 때문에 코치, 감독님 말이라면 거의 법으로 알고 살았을 때다"며 코치들이 지녔던 권력과 그 권력 하에 벌어졌던 폭행 일화들을 밝히기도 했다.
위계질서를 바로 잡는다는 이유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폭력이 가해졌고, 발생된 폭력은 은페됐다. 이제는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 의혹까지 등장했다. 체벌을 눈감는 관행이 이어져온 결과였다. 심석희가 선수촌을 이탈하고 직접 자신의 입으로 폭행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모든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듯이 현재도 더 많은 선수들이 위에서 가해지는 폭행을 견디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재범은 현재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석희 측은 SBS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폭로가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계질서에서 가해지는 여러종류의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심석희의 용기가 더 많은 피해자들의 폭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체육계전반의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