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유해진 “잘 맞을 수 있을까 걱정했죠” [인터뷰]
입력 2019. 01.09. 15:03:03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유해진이 소화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존재할까. 매 작품마다 자연스러움의 끝을 보였던 유해진이 ‘말모이’의 시나리오를 접하곤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9일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의 한 남자가 조선어학회 대표를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유해진은 극 중 까막눈 판수 역을 맡았다.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판수는 아들의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다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의 가방을 훔치고 이들의 악연은 조선어학회까지 이어진다.

‘택시운전사’를 집필한 엄유나 감독은 ‘말모이’의 각본을 쓰면서 유해진을 염두해 두고 글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해진은 잘 맞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모든 작품이 그래요. 저를 그리면서 썼다고 감독님이 말씀을 하셨지만 처음 받았을 때는 ‘잘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이렇게 하면 좀 괜찮겠다’는 게 생겼고요. 그래서 같이 하게 된 거죠.”

판수는 정환에게 그간의 일은 잊고 지내자고 말하지만 판수가 탐탁지 않은 정환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변해가는 판수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조선어학회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정환이 판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는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글을 전혀 몰랐던 판수는 자음과 모음을 다 익혔으며 온 마음을 다해 조선어학회의 일에 이바지했다. 판수의 이러한 성장은 ‘말모이’의 주축이 된다.

“글을 몰랐던 사람이 알게 된 것과 무지하고 한심한 사람에서 아버지로서의 변화과정,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뒀어요. 글을 아는 것도, 몰랐던 것도, 알아가는 과정도 무리하지 않게 그려지길 바랐고 글을 지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러한 과정에서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그려졌으면 했고요.”

글을 알기 전까지의 판수는 무지하고 무식한 당시의 평범한 중년에 불과했다. 아무렇지 않게 길에 침을 뱉고, 다른 사람들과의 다툼으로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렸다. 유해진은 판수를 연기하기 위해 모티브가 된 인물은 없었으나 어렸을 때 본 동네 아저씨를 떠올리며 연기했다.

“감독님이 설명해주신 것을 생각하고 연기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건 제가 어렸을 때 본 아저씨에요. 글을 모르는 아저씨는 아니었지만 막 살던 아저씨가 있었거든요. 판수가 침을 뱉는 것도 대본에 있는 게 아니라 콘셉트를 잡은 거예요. 예의 같은 건 없고 막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침을 뱉는 것을 더한 것이거든요. 구자영(김선영)이 ‘더럽다’고 말하고 나서부턴 안 뱉거든요. 그런 것 역시 판수의 변화가 되는 거예요.”

이와 함께 유해진은 경험을 강조했다. 판수라는 인물의 특성을 구축하는 것 또한 어렸을 적의 경험에서 토대가 됐으며 연기를 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게 와 닿지 않았는데 지내다보니 느껴지는 것 같아요. 판수의 모티브가 된 목공소 아저씨도 ‘나중에 써먹어야지’하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건가 싶었어요. 그렇게 다양하게 경험을 하다보면 ‘그럴 때가 있었지’하는 거요. 연기를 할 때 밋밋하게 온실에서만 자라는 것보다는 여러 경험을 해왔던 게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선어학회 대표로서 정환은 감정과 표현을 최대한 절제시키는 반면, 판수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직설적인 편이다. 화가 날 때는 화를 내고 욕과 몸짓을 통해 감정을 드러낸다. 특히나 조선어학회의 일원이 되기 전의 판수는 더 감정적인 인물이었으나 유해진은 이를 덜어냈다고 밝혔다.

“변화하기 전에 더 거친 모습이 있었어요. 더 몰상식해 보이게 다른 사람한테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론 그 장면이 좋았지만 감독의 판단이니까요.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을 했다고 생각해요.”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출연하고 있는 유해진은 더 이상의 변화보다는 작품에 잘 녹아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말모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튀는 인물이 아닌 조선어학회의 구성원으로서 부드럽게 녹아든다.

“매 작품마다 도전의 의미로서 ‘잘 녹아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 ‘유해진의 무습 같아’라고 하는 것도 저에게는 도전이거든요. ‘안 어울리던데’ ‘따로 놀던데’하는 소리가 제일 위험한 말이니까 ‘잘 녹아있었다’는 말이 잘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유해진은 맡는 캐릭터마다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배우 중 한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혹평을 하지만 유해진은 솔직하게 소신을 드러냈다.

“저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어떠한 변화가 목표가 아니에요. 좋은 얘기에 녹아든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의 목표예요. 어떤 분이 확 변하겠어요. 훌륭한 다른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냥 잘 녹아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고 제일 어려워요. ‘잘 녹아들었다’는 말을 들으면 제일 좋고요.”

끝으로 유해진은 ‘말모이’를 순두부에 비유하며 예비 관객들에게 관람을 독려했다. 이와 함께 올해 목표를 ‘유해진 답게’ 밝혔다.

“새해 첫 영화예요. 1년을 하루로 쳤을 때 아침인데, 아침은 자극적인 것 말고 순한 걸 먹어야 하잖아요. 순두부 같이 순한 ‘말모이’를 보시고 든든하게 한 해를 출발하는 게 어떨까해요. 2019년도 늘 그렇듯이 살았으면 좋겠고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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