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엔터 시장의 혁명적 변화, 뜨는 ‘1인 방송’ 지는 TV
입력 2019. 01.14. 11:01:42

'TV홍카콜라' 홍준표,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시민, '헤이지니' 강혜진, '이언주TV' 이언주

[더셀럽 윤상길 칼럼] KBS2 ‘하나뿐인 내편’과 JTBC ‘SKY캐슬’은 시청률이 20%를 돌파한 드라마이다. 이를 두고 방송가에서는 ‘기록 갱신’이라며 놀라움을 나타낸다. 과거 KBS2 ‘첫사랑’의 최고 시청률 65.8%, MBC '사랑이 뭐길래‘의 64.9%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인데도 박수를 받는다.

요즘은 20% 이상 시청률이면 ’초대박‘, 10%만 넘겨도 ’대박‘ 프로그램이 된다. 5% 수준만 유지해도 ’조기종영‘ 같은 불안한 지적은 받지 않는다. 심지어 1%대 시청률에도 꿋꿋하게 방송은 계속된다. 이제 방송사에서의 시청률은 그냥 수치에 불과할 뿐 프로그램 수명과 무관하다.

한때 가정에서의 ‘리모컨 쟁탈전’이 화제에 올랐었다. 수상기는 하나인데 식구마다 선호 프로그램이 달라서 생긴 말이다. 남편은 스포츠중계, 아내는 드라마, 아이들은 예능이나 어린이 프로그램 식으로 엇갈려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었다는 우스개 지적도 들렸다.

‘리모컨 쟁탈전’도 옛날이야기다. 식구들이 거실에 모여 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희일비하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아이들은 모바일을 통해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본다. 거실의 TV는 부모의 침실로 옮겨졌거나, 할아버지 할머니 차지가 되었다.

‘안방극장’은 사라졌다. 시청률은 참고 수치일 뿐 프로그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TV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미디어 콘텐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1인 방송’으로 통하는 ‘1인 미디어 콘텐츠’의 전성시대가 시청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IT 기술 발달로 누구나 쉽게 ‘1인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10대 청소년부터 연예인, 정치인까지 1인 방송을 할 정도로 인기다. 한 ‘1인 방송’ 시청자는 “TV? 유튜브로 보면 된다. TV는 별로 볼 일이 없다. 하루 4시간쯤 유튜브를 본다.”라고 말한다.

국내 1인 크리에이터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구독자 100만 명을 거느린 크리에이터의 인기는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파급력을 갖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6년부터 크리에이터를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으로 인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부터 방송대상 시상부문에 MCN(Multi Channel Network)을 포함시켰다. ‘1인 방송’이 제도권으로 진입한 셈이다. 제도권 방송에 편입되면서 방송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크리에이터의 인기는 유수한 정치인까지 ‘1인 방송’의 카메라 앞에 앉게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TV홍카콜라’로 1인 방송을 시작하자, 유시민 작가는 ‘유시민의 알릴레오’로 맞섰다. 바른미래당의 이언주 국회의원은 ‘이언주TV'를 운영하고 있다. 방송 뉴스를 통해 정치 지형을 살피던 유권자들의 시선이 정치인들의 1인 방송으로 옮겨진 모양새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튜브는 생활 그 자체이다. 그들은 정보를 문자가 아닌 영상으로 습득한다. 그들은 영상을 검색으로 끝내지 않고 직접 제작도 한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실시한 초등학생 희망직업에 ‘유투버’(크리에이터)가 상위에 올라 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직접 만든 동영상을 서로 공유하는 게 유행이다. 친구들끼리 직접 만든 동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 다는 게 일상화됐다. 어린이를 상대로 한 1인 방송은 TV의 어린이 프로를 고사시킬 정도다. 어린이 시간대도 구분이 모호해졌다.

초통령으로 불리는 크리에이터의 인기는 상상 초월이다. 지니언니(강혜진)는 키즈 크리에이터의 대표주자이다. 그가 캐리TV를 운영하던 시절, 어린이들을 눈물범벅으로 만든 대사건을 일으켰다. 그가 ‘캐통령’으로 불리던 1년여 전의 일이다.

그가 갑자기 캐리TV에서 하차를 밝히자 어린이 팬들 사이에서 대소동이 일었다. 작별인사가 담긴 동영상 ‘싫어요’의 클릭 수가 1주일 사이에 4만여건, “캐리언니를 돌려달라”는 항의댓글도 2만여개가 달렸다. 심지어 “밥도 안 먹고 울기만 한다”는 부모의 하소연도 잇따랐다.

어린이 팬들의 호소는 결국 그의 발목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는 ‘캐리’에서 ‘지니언니’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는 약 1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헤이지니’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방송사와 연예인 사이의 갑을 관계는 1인 방송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플랫폼 아프리카TV와 광고문제로 다툼을 벌이던 대도서관과 그의 부인 윰댕은 아프리카TV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바 있다. 경쟁사로 플랫폼을 갈아타겠다는 그들의 결정에 ‘갑’이 손을 든 것이다.

과거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유일무이한 플랫폼이었던 TV 권력은 점차 저물어가고 있다. 배우, 가수, 개그맨, 성우, 쇼호스트, 아나운서, 평론가, 작가, 그 어떤 영역이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불특정 다수의 세계인을 상대로 나를 보여주고 알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 같은 변화는 방송의 소비자인 시청자가 세분화된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세분화는 시청자들이 시대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극도로 개인화된 SNS를 기반으로 소통하고 1인 가구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가 갈수록 세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방송을 소비하면서 ‘1인 방송’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지상파 3사 같은 방송은 연예인의 생존권을 거머쥔 절대 시장이었다. 이 시장에서 외면당하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유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예인을 둘러싼 시장의 환경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스타급을 제외한 연예인에게 거대 방송사 출연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대부분의 연예인은 만년 무명의 너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플랫폼과 IT기술의 발전은 무명 연예인과 방송 소비자의 대면 활동에의 과정을 극도로 단축시키고 있다.

수많은 1인 크리에이터들이 SNS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자기만의 콘텐츠를 모바일 라이브로 방송한다. 이들은 기존의 방송사들과 협업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이 현상을 전문가들은 ‘세포 방송의 확장’이라고 부른다.

마치 생물체의 세포 증식처럼 보이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증가에는 세계적으로도 저상장기를 맞아 창업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크게 작용했다. 개인의 취향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청자 커뮤니티가 늘어나면서, 이 새로운 방송 콘텐츠 유통 질서가 탄력을 받고 있다.

‘1인 방송’은 시청자에게 있어, 방송의 새로운 활력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일방적 메시지 전달이나, 재미만을 앞세운 나머지 사회적 질서, 개인의 건강과 생활환경을 저해하는 등의 유해 콘텐츠도 적잖아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1인 방송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청자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1인 방송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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