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진선규, 주연 시동 건 연기파… 즐길 준비만 남았다 [인터뷰]
입력 2019. 01.28. 16:05:33
[더셀럽 최정은 기자] "내겐 정말 로또 된 것과 같다. 인생 대 역전 인생 대 반전."

지난 2017년 영화 '범죄도시'에서 위성락 역을 맡아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며 단숨에 스타가 진선규(43). 물론 그는 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전에도 대학로에서 연기파로 유명했고 그 같은 실력이 바탕이 됐기에 기회가 온 순간 빛날 수 있었다.

그는 '범죄도시'가, 위성락이, 자신에게 로또 혹은 인생 대 역전이라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04년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데뷔한 뒤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14년 동안 활동해 왔지만 자신이 작품 포스터에 나온 것도, 대중이 이렇게 많이 알아봐 주는 것도 처음이라고. 그런 그가 상을 받고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선규를 만나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제작 어바웃필름)'을 주제라 작품 및 연기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믹 수사극. 진선규는 마약반의 트러블 메이커이자 '절대미각' 마형사를 연기했다. 마형사는 수원 왕갈비집 아들로, 갈비 양념 비법을 전수받은 그가 만든 치킨이 뜻밖의 대박을 일으키며 마약반 위장 수사에 파란을 일으킨다. 본인도 몰랐던 절대미각을 발견해 뒤늦게 인생 직업 찾은 게 아닌가 정체성에 혼란까지 겪는다.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다. 아직 한 번 봤고 객관적으로는 못 봤다. 웃으시긴 하는데 생각만큼은 아니라 개봉하면 집 앞에 몰래 가서 일반 관객들과 보려한다. (일반시사회) 반응을 물어보니 발 구르고 난리라고 한다. 못 믿겠는 상태다."

평소 개그 코드가 말보다는 몸개그 쪽이라는 진선규는 이번 영화가 말로 웃겨야 했던 영화인 만큼 자신이 괜찮게 한 건지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병헌 감독의 영화는 캐릭터의 대사가 빠르고 '말맛'을 살려 줘야 하기에 배우로서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나리오 연습 때 감독님이 '감정이 많이 배제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대사를 별것 아닌 것처럼 하는 거다. 편안한 중년 아저씨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연습해서 감독님과 영화에 담긴 느낌, 톤을 많이 잡았다. 그게 감독님이 원하는 만큼 나왔는지는 이야기 좀 해줬으면.(웃음) '영화 좋다'고는 해도 그런 이야기는 안 해서 나중에 '진짜 괜찮았냐?'고 말할 수 있었으면.(웃음) 이제 우리 손을 떠났고 관객이 재미있게 봐야 할 것 같다."

영화는 시작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빵빵 터지는 웃음 요소가 곳곳에 있는 가운데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한몫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애드리브는) 거의 없었다. 원래 대본에 (영화에 나온 것들이) 거의 다 있었다. 마지막에 (이)동휘가 정말 사랑스럽게 그 장면을 살렸는데, 대본에선 '묶는다' 였다. 그걸 그렇게 재미있게 순간적으로 '도와줘요'라며 '뒷다리 먼저 묶어놓을까요?'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정말 웃겼다. 내가 원래 애드리브를 정말 못한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살짝살짝 바꿔주는 것 외우기도 힘들었다."

코미디 영화지만 눈을 즐겁게 하는 액션 장면도 많다. 진선규는 영화를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액션을 꼽았다.

"어려운 건 없었고 액션 장면을 광양에서 5일 밤새워 찍었는데 그때 나뿐 아니라 다들 액션을 계속해서 찍어야 했다. 극 중 내가 잡혀있을 때였는데 그때 액션 조금 힘든 것 말곤 다른 부분은 사실 정말 재미있었다. 액션 찍고 있을 때 류승룡 선배님이 찻상을 현장에 깔아놨다. 템플스테이에서 스님과 차 한잔할 때 내놓는 것처럼 그런 식의 다도가 늘 있었다. '컷' 하고나면 밤에 각성하라고 홍차를 내놓고 따뜻하게 마시면 다시 한번 할 수 있었다. 감기에 안 걸리게 고뿔차도 주시고 좋은 차를 많이 마셨다. 그러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한 번도 술은 안 마셨다."

극 중 진선규는 맞는 장면도 많은 편이다. 특히 그는 이하늬의 액션 연기를 칭찬했다.

"(이)하늬 정말 잘 때린다. 하늬 말로는 기술이 있다고 하는데 스냅과 소리가 사는데 별로 안 아팠다. 내가 유도선수 출신 설정이라 되레 액션 할 때 유도가 치고 피하는 건 오히려 쉬운 것 같다. 그런데 기술로 들어서 내리치는 게 내리꽂히는 분들이 몸살이 나 다음날 단체방에서 '못 움직이겠다' '누워있다고' 하더라."



'극한직업'의 마형사가 유도선수 출신이라면 실제 진선규는 체육 교사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어려서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 나오는 절권도를 따라 했다. 누아르 홍콩영화 무술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대학 들어오면서 그때 배운 것들로 동아리를 만들고 기계체조를 스무 살 때 했다. 그 전에 시골 애들끼리 놀면서 배운 텀블링을 하다가 정식으로 체조를 배웠고 카포에이라도 배우다 근래 복싱도 좋아해서 한다. 마음은 '옛날처럼'인데 하면 그다음 날 못 간다. 지금은 몸 자체만, 액션 할 때 태가 날 수 있는 정도로만 잘 유지하고 있다."

마형사는 어쩌다 재능을 발견, 치킨 요리를 도맡아 하게 되는 인물. 이에 진선규는 닭을 자르고 튀기는 연습에도 열을 올려야 했다.

"한국요리 연구가인 전문 쉐프 선생님 아카데미에서 연습했다. 명인 옆에서 엄청나게 썰었다. 치킨은 치킨 전문가게에서 따로 발골부터 배웠다. 30~50마리 쌓여 있는데 '발골 다 하고 가라'고 하더라. 내가 썰어놓은 닭은 다음 날 닭볶음탕에 쓰인다고 했다. 정말 많이 잘랐다. 발골이 중요하다. 생닭 한 마리를 총 16등분을 해야 한다. 그게 참 재미있었고 많이 했다. 뼈가 걸리지 않게 잘 치는 것, 파써는 것, 튀기는 연습을 했다. 실제로는 김치찌개 미역국 등 기본적인 건 다 한다. 결혼 전까지 15년 정도 자취를 했으니까. 지금은 장모님과 같이 살아서 잘 챙겨주신다."

진선규가 '극한직업'의 시나리오를 받은 것은 의미가 남달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감독의 팬이었던 그는 2년 반 전 그와 함께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을 당시만 해도 그의 작품의 오디션을 볼 기회가 주어져 함께 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졌다. 그랬던 그가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받았고 그 시나리오를 제안한 이가 이병헌 감독이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는 게 그로선 꿈만 같은 상황이었을 터다.

"다섯 명 다 그럴 텐데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난 일단 이병헌 감독을 정말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절 아무도 모를 때 어떻게 둘이 앉아 술을 마시게 됐는데 그때 팬이 됐다. 제가 말을 잘 못 해서 질문을 하면 답은 하지만 이야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병헌 감독을) 만나서 '정말 잘 봤다'고 했더니 '아, 네' 하시고 그 뒤로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는데 차 까지 오래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라도 감독님 작품에 오디션을 볼 수 있고 작품을 같이 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상 받고 처음 들어온 작품이 '극한직업'이었다. '무조건 하겠다'하고 대본을 봤는데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다. 시나리오가 들어온 것도 처음이고 시나리오에서 역할이 엄청나게 크더라. 가서 다시 한번 물었다. '이거 정말 저한테 제안하시는 거냐?'고. 정말 꿈같다. 불과 2년 반 만에 그때 이야기 했던 게 이뤄졌다."

이병헌 감독과 이번 작품을 함께 한 그는 또 한 번 이 감독과 작품을 함께 하고 싶은 소망을 전했다.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에서 조금 더 좋은 연기를 펼쳐보이고 싶은 건 배우로선 당연한 바람일 거다.

"난 아직 함께한 네 명의 배우처럼 많은 매체에서 드러나지 않았고 검증이 되지 않아서 나 스스로조차 코미디를 하는 것에 있어 겁이 났었다. 감독님의 말만 듣고 감독님 그림 안에만 잘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감독님이 모니터하는 곳에서 잘 안 나오는데 간간이 잡아주면 잘하려 했다. 감독님과 또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든 또 하고 싶다. 감독님 특유의 말, 느낌이 있기에 '또 한다면 이렇게도 해서 웃길 수 있겠다' '또 한 번 하면 내게도 무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좋았다. 많이 배웠고 거기다 (감독님이) 잘 생겼고."

진선규가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 '극한직업'이라면, 그 발판이 되어준 보물 같은 영화가 '범죄도시'다. 조선족 범죄조직원 위성락을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위성락에 대해, '범죄도시' 이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나도 처음에 내 빡빡이 머리를 보고 '이렇게 징그러울 수 있구나' 했다. 정말 소중한 작품인데 행여나 비슷한 역할, 악역들이 들어오면 이 최고의 역할과 비교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만큼의 악역을 또 할 때까지 시간이 좀 있었으면 했다. 그 와중에 '극한직업'이란 영화가 들어왔는데 코미디고 이병헌 감독님이 연출하는 영화였다. 또 다른 모습을 꺼내놓는 게 정말 재미있고 지금은 다양한 걸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끝나고 저예산 공포영화인 '암전'을 찍었을 때 역할이 아닌 장르가 바뀌어 내 느낌이 다르게 묻어나는 게 좋았다."

'범죄도시'의 위성락을 생각하던 대중은 시상식이나 예능 등을 통해 전혀 다른 그의 실제 모습에 놀랐다. 거친 범죄조직원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시상식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가 하면 아이 같이 순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삼 남매에게 '어디 가도 인사 잘하고 착하고 겸손하게 하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말을 항상 하셨다. 청룡 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고 나서도 그 이야기를 또 하셨다. 왜 사람이 화나고 그런 일이 없겠나. 연기란 걸 한 것도, 연극이란 걸 놀러 가서 처음 '해보겠냐?'고 해서 했는데 내가 안 했던 말도 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정말 재미있더라. 그런 것 때문에 연기가 재미있었고 남보다 일찍 가서 분장을 하고 앉아있다. 바뀐 내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 영화 찍을 때도 변화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아서 내가 좀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기도 하고. '가위손'의 조니 뎁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확 달라져 있는 모습으로 연기하면 나와 교차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안 꺼냈던 걸 확 꺼내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범죄도시'의) 위성락도 그랬고 ('극한직업'의) 마형사도 그랬다. 원래 구박받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 속(마약반)에 들어가면 그렇게 된다. 다섯 명의 호흡이 정말 좋은 게 그걸 만들어 놓는다. 내가 뭘 그렇게 못 듣고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상하게 그 안에서는 잘 못 듣는다."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면서 그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 수 없다. 그 같은 변화에 대해 진선규는 어떻게 느낄까.

"지하철도 타고 다니고 혹시 알아보시거나 하면 인사하고 사인해달라고 하시면 해드리고 사진 찍자고 하면 사진 찍고. 아이돌 같은 경우 알아보면 큰일 나지만 난 알아보면 편하게 인사한다. 오히려 남들이 불편하지 않냐고 한다. 진해에 있는 친구들이 내가 부산 촬영이 있을 때 가서 만나면 '(약속 장소를) 공간 따로 있는 곳으로 잡아야 하냐?'고 하더라. 내가 '좀, 하지말라'고 한다. 애들이 더 그런다.(웃음)"

최근 그가 연기 외에 가장 집중하는 건 영어다. 가족과 여행 갔을때 조금은 편하게 움직이고 싶어서라고. 또 10년 만에 처음 바꾼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사용법을 공부하고 연동해서 대본을 보는 등 소박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이 외에도 생활하며 조금씩 달라진 것들에 관해 들었다.

"예전보다 알아보는 분들이 많다. 예전엔 그냥 지나간 길도 이제는 인사를 하게 된다. 머리 기르고는 잘 못 알아보시는데 그땐(머리가 짧을 땐) 마스크를 해도 알아보셨다. 물론 마스크는 미세먼지 때문에 한 거다.(웃음) 지하철 안에서 모자를 쓰고 있으면 간혹 눈썰미가 굉장히 좋은 분이 마주 앉아 쳐다보시는데 그땐 눈인사 하고. 물질적으로는 사람들이 '이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아니, 이사할 돈 없다'고 한다. 우리 가족 먹고, 아기들 사줄 수 있는 것 조금 사주고 하는 정도다. 연극을 하는 후배들은 내 모습을 계속 봤으니 내가 산다고 해도 못 사게 한다. 애들이 '아직은 아니다. 더 잘 되면 사달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몰래 더 시킬 수 있는 여유 정도가 생긴 것 같다."

진선규는 자신에게 갑자기 찾아온 행복에 대한 두려움은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즐기면서도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본업인 연기에 충실하고 함께 한 이들과 연기에 관한 것들을 공유하는 삶을 지속해 갈 계획이다.

"아직 그런 건 없다. 정말 좋은 기회가 되는 시점에서 지금 내가 맡은 캐릭터를 만들고 연습하고 공부하는 등 원래 했던 걸 하면 되는 것 같다. 영화가 잘 돼야 하는 건 스태프 감독 제작 투자 등 모두에게 마찬가지니, 일정한 내 역할 잘하고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된다. 큰 부담 같은 건 아직 없다. 내겐 여러 모습을 꺼내 볼 수 있는 장이 열린 거니 두렵다기보다 즐겁고 행복하다. 누구나 부러워 할 상태인데 이렇게 1년 만에 두려워하면 아까울 것 같다. 후배들 보기에도 겸손하게 영화 이야기하며 연기 공유하고, 그러고 싶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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