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 류준열 “기분 좋게 관객 배신하는 영화” [인터뷰]
입력 2019. 02.05. 18:16:01
[더셀럽 김지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처럼 일하고 있는 배우 류준열이 ‘뺑반’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숱하게 그려온 범죄오락수사물을 살짝 비튼 ‘뺑반’ 만의 매력이 류준열의 마음을 동요케 했다.

지난 30일 개봉한 ‘뺑반’은 통제 불능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류준열을 만나 ‘뺑반’ 속 서민재, 그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뺑반’은 은시연(공효진)과 윤지현(염정아)이 경찰청장의 비리를 조사하던 중 JC 모터스 대표 정재철(조정석)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과잉수사로 좌천된 은시연은 뺑반(뺑소니 전담반)에서 서민재를 만나게 되고 다시 수사에 날개가 돋친다.

‘뺑반’은 단순히 범죄수사오락 장르에 국한돼 있지 않다. 영화 러닝타임 중 여러 번 등장하는 카레이싱 장면을 비롯해 범죄수사오락에 한 발 더 나아간 느낌을 자아낸다. 더불어 이러한 장르에 클리셰적 요소보다는 예상치 못한 포인트를 넣어 신선함을 준다.

“신선한 영화를 찾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영화들을 똑같이 만들 필요도 없고 뭔가 바꾸고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다들 있는 것 같다. ‘뺑반’도 그런 지점에서 시도하고 도전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머무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 또래의 젊은 감독들이 많으니 그런 지점들이 있는 것 같고. 충분히 관객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현장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특히 ‘뺑반’의 시나리오에서 류준열을 강타한 대목은 정재철과 서민재의 카레이싱 장면이었다. 보통의 범죄수사물이었다면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냄에도 범인을 쫓는 데에만 집중을 했겠지만 ‘뺑반’은 달랐다.

“한준희 감독님의 매력이었던 것 같다. 시나리오 자체는 범죄오락에 포맷을 갖고 있지만 단순히 그런 것으로 설명할 수 없다. 감독님의 전작인 ‘차이나타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이 있다. ‘뺑반’에서 약간씩 빗나가게 하면서 관객들을 기분 좋게 배신할 수 있는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민재의 첫 등장은 강렬하면서도 유쾌하다. 여느 너드 캐릭터처럼 덥수룩한 헤어, 냉철함보다는 둔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무테안경, 바뀌지 않는 캐주얼한 스타일, 스마트폰 시대에도 꿋꿋하게 고집하는 2g폰 까지. 류준열은 작품 속 너드 캐릭터보다는 실제 경찰의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다고 밝혔다.

“제가 아는 경찰과 순경은 다른 느낌이다. 경찰들은 터프하고 날카롭고 샤프하고 섬세한 감으로 범인도 잡고 열정적인 모습이 있는데 제가 가까이 지낸 친한 형이 순경이다. 그 형은 옆에서 보니까 잘 웃고 친절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찰은 친절해야 한다는 의무감, 현실과 마주하고 있더라. 그런 직업의식을 갖고 생각하다보니까 서민재가 탄생했다. 잘 웃고 친절하기 위한 웃음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 인물이 서민잰데 실제 경찰들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것 같다.”

서민재의 외적인 스타일링은 류준열이 직접 한준희 감독에게 제안했다. 캐릭터의 안경,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은 시나리오 상에도 쓰여 있었으나 부가적인 것들은 직접 의견을 냈다.

“감독님에게 제안을 했더니 좋아하셨다. 공감을 하시고 그런 지점을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서민재에 살을 입혀서 나왔다. 안경도 이것저것 껴보기도 하고 안 끼는 것으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결국에 다시 끼게 됐다.”



‘뺑반’은 서민재의 서사가 공개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학창시절 방황을 심하게 했던 서민재가 어떻게 아버지(이성민)을 만나고 변하게 된 건지, 잠재돼 있었던 서민재의 성격이 변하게 된 시점을 중심으로 극은 다르게 흘러간다. 서민재와 김민재를 사이에 두고 연기를 한 류준열은 두 캐릭터의 차이를 설명했다.

“서민재의 주된 모습은 굉장히 속을 알 수 없고 밝게 웃고 있지만 정말 밝은 캐릭터인지, 웃기 위해서 웃는 건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인 것 같다. 민재는 과거가 있는데 어두운 과거가 있는데 그걸 보여주느냐, 보여주지 않고 과거가 있는지조차도 궁금하게 만드는 두 지점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후자를 택했다. 알게 모르게 하고 싶었다. 2부의 김민재는 감정적으로 많이 드러난다. 과거가 관객에게 공개되고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속을 알게끔, 이해가 되게끔 표현하려고 했다.”

그렇다면 류준열이 생각하는 서민재는 어떠한 경찰일까. 극 중 은시연과 윤지현이 갖고 있는 경찰로서의 딜레마와 고민을 하나로 응축한 게 서민재라고 해석했다.

“‘뺑반’은 경찰이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직업윤리, 정의, 경찰들만의 딜레마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서민재는 은시연, 윤지현의 고민들을 서민재가 모아서 한 번에 보여주는, 그런 결의 경찰이라고 생각한다. 은시연과 윤지현의 딜레마가 재밌고 저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결국 결과냐 과정이냐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진다. 악인이라면 악인이고 아니라면 아닌 것이고. 이러한 것을 잘 꼬집은 영화인 것 같다. 마지막에 민재가 경찰로서 민재인지 예전 김민재로서 민재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경찰인 서민재로 남는 게 민재가 선택한 경찰인 것 같다.”

류준열에게 ‘뺑반’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기존의 카체이싱 영화와는 결이 다르고 배우가 직접 운전하는 차에 캐릭터의 감정이 드러나야 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영화의 결과물을 본 후엔 보람을 느꼈다.

“사실 운전을 많이 할 생각은 없었다. 배우가 직접 하는 것보다 스턴트배우 분들의 힘을 빌려서 하는 게 도움이 되고 배우가 하는 건 그림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기대를 안 한 것이다. 그런데 직접 운전하는 걸 찍으니 느낌이 다르더라. 이래서 위험한 장면도 불구하고 찍는다는 것을 알았다. 스크린에서 보니 보람 있고 좋았다.”



케이블TV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은 영화로 영역을 확장,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열일’을 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많은 작품에서 주연으로 출연하게 된 본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제가 선택해야 하는 역할들은 사실 좀 뻔해지거나 이미 우리가 기존 영화에서 봤던 캐릭터들로 채워지길 마련이다. 그걸 좋아하는 관객들도 계실거고. 그런 선택 속에서 감독님은 ‘그래도 류준열이 하면 조금 다르고 기대가 되지 않을까’ ‘이번엔 얘가 어떻게 할까’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영화라는 게 개봉을 해서 보면 ‘이 배우가 이 역할을 어떻게 했을까’를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이 배우가 경찰을 한다고?’ ‘살인마를 한다고?’ 이런 기대심을 만드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저한테 기대하는 게 있지 않을까한다.”

많은 작품에서 주연으로 선택되고 그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이 작용할 수도 있을 터. 그러나 류준열은 책임감보다는 자신의 몫을 다 하려고 노력하는 배우였다.

“개인적으로 책임감은 좀 무거운 단어인 것 같고 부담스러운 단어인 것 같다. 책임을 진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안 좋아하는 단어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웃음) 다만 배우로서, 아들로서, ‘뺑반’의 서민재로서 각자 맡은 바의 양은 있는 것 같다. 충분히 채우고 그만큼만 하고 싶다. 욕심내서 될 것도 아니지만 주어진 몫을 해내고 싶기 때문에 그 몫을 다하려고 애를 쓴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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