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 조정석 “악역 욕심 多… 시나리오 받을 때부터 짜릿” [인터뷰]
입력 2019. 02.06. 17:38:19
[더셀럽 김지영 기자]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부터 ‘질투의 화신’ 이화신까지. 배우 조정석이 그동안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그는 처음 제안 받은 악역을 100% 소화하며 ‘뺑반’의 러닝타임을 빼곡하게 채운다.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뺑반’은 통제 불능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조정석은 극 중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조정석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다수의 드라마, 영화, 예능에서 보였던 순한 이미지의 조정석은 잊어도 좋다. ‘뺑반’ 속 정재철을 연기한 조정석에겐 그간의 분위기는 생각나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해 악을 지르고 카레이싱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에선 광기가 흘러넘친다. 특히 말을 더듬거나 눈을 깜빡거리는 등의 신체적 불편함에도 섬뜩함이 몰려온다.

조정석에게 정재철 역은 처음부터 매력적이었다. 유머러스하고 선한 캐릭터를 줄곧 맡아왔던 조정석은 악역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생각해오고 있었고 때마침 만난 ‘뺑반’ 정재철이 그의 욕심을 채워줄 수 있었다.

“어떤 배우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배우들은 잡식성인 것 같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욕심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장르도 그렇고 역할도 그렇고. 그런 면에서 ‘뺑반’의 정재철은 재밌었다. 결이 다른 역할이지 않나. 많은 분들이 저를 보면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해주시는데 그거와는 결이 다른 역할을 하다보니까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데뷔 후 처음 맡은 악역 그리고 범죄수사오락에 카레이싱이 접목된 ‘뺑반’은 조정석에게 도전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워낙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짜릿함을 느꼈다.

“말 그대로 도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싶다.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을 안 하면 재미없지 않나.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에 있어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를 바라보거나 기대하는 관객들의 궁금증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한다고 본다. 그걸 생각해서 결정한 작품이 ‘뺑반’이었다. 물론 늘 새로운 게 정답이고 좋을 수만은 없지만 정말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는 쾌감을 느낀다. 저한텐 이 작품이 그랬다. 저한테 이런 작품을 제안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한준희 감독은 조정석이 출연한 공연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열등감 가득한 캐릭터를 보고 ‘뺑반’ 출연을 제안했다. 조정석은 ‘스피링 어웨이크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정재철 캐릭터에 접근했다.

“‘뺑반’에서 맡은 역할은 안타고니스트(적대자)지만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를 했다. 정재철은 악한 인물보다는 이상한 놈이다. 불우하게 자라 자수성가해서 자기가 일궈낸 성과들에 스크래치가 나거나 뺏기면 엄청 화를 낸다. 굉장히 강박관념도 세고 자격지심도 센 친구라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항상 누구한테 소리 지르는 것도 불안해서라고 생각했다.”

정재철은 가끔 다리를 절고 말도 더듬는다. 자신의 화가 주체가 되지 않을 땐 눈을 불편하게 깜빡이기도 한다. 이러한 설정은 시나리오에서부터 쓰여 있었으나 조정석은 너무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조절하기 위해 한준희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긴 대사 안에 말을 많이 더듬으면 대사 전달과 이 장면의 역할, 목적이 관객에게 전해지지 않을 수 있으니 세세하게 설치했다. 그래서 어떨 때는 평범하게 하지만 때로는 더듬는다. 다만 눈을 깜빡이는 것은 제가 일부러 한 것이 아니다. 연기를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데 돌발적으로 캐치가 된 것이다”

오히려 정재철의 외적인 특징이 조정석의 발목을 잡았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성격이 잘 묻어나게 하는 것이 정재철 캐릭터의 특징이었으나 연기하기엔 쉽지 않았다.

“정재철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 이것이다. 말을 더듬는 설정이 과해버리거나 매 대사마다 더듬으면 안 되지 않나. 그런 것들을 어떻게 공사를 하고 설치를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정재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목적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들이 저한테는 중점이 됐던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재철의 행동들을 보고 있노라면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감독 류승완) 속 조태오(유아인)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악랄을 넘어선 광기,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있을 때 불편하게 변하는 말투 등이 조태오와 비슷하게 그려지나 조정석은 “참고한 캐릭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예 새로운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저한텐 ‘답습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많은 분들이 ‘베테랑’에서 선과 악을 구도를 봤기에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뺑반’답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한 영화가 잘되고 비슷한 장르가 개봉하면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느낌이다. ‘뺑반’은 100km/h를 비포장도로에서 달리는 느낌이다. 통쾌한데 러프한 게 ‘뺑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캐릭터의 두드러진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일부분을 극대화시켜서 나타낸다. 그러나 조정석은 실제 모습을 과장하는 것보다는 캐릭터 분석을 철저히 한 후 담백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정재철을 체화했다.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인물을 표현한 것이다.

“체화가 된 후 연기를 하면 그 인물로서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체화된다는 것에 대해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그렇게 접근을 한다. 그리고 많은 분들은 ‘조정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조정석의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이고. 저이기 때문에 이 역할을 저에 맞게 하는 것이다. 만약 정재철을 류준열이 했다면 류준열다운 정재철이 나왔을 것이다.”

완벽하게 체화한다는 것은 그 인물로 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배우들이 토로하는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에 조정석은 어렵지 않고 쉬웠다고 했다. 한준희 감독이 보고 캐스팅한 작품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힘들어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공연을 마친 후 보러 온 친구가 저에게 ‘걱정된다’고 하더라. 작품 속 캐릭터가 열등하고 불안한 친구였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는 제 모습을 발견했을 땐 스스로도 놀랐다. 그건 저한테 제가 없어지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훌훌 털어버린다. 이제는 ‘연기를 할 때는 연기를 하는 것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영화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매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눈매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기는 하다. 안 그러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다.”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조정석에겐 부담감도 있었다. 축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이니 버틸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조정석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이렇게 연기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무너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은 확실히 있었다. 제가 우리 영화의 한 축이니까. 하지만 그런 부담감이 재밌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연기는 계속 이렇게 할 것 같다.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하나씩 한 작품은 할 작정이다.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연극 등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저의 목표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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