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퍼즐] 설 연휴 특집 방송이 전혀 특별하지 않은 까닭
- 입력 2019. 02.07. 12:26:02
- [더셀럽 윤상길 칼럼] 올 설 명절 연휴의 TV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 그대로였다. ‘설 특집’ ‘설 특선’ 등의 이름으로 ‘특별함’을 내세웠지만, 그 내용물은 ‘속 빈 강정’이었고, ‘빛 좋은 개살구’이었다.
연휴 내내 지상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TV 등 모든 TV 프로그램은 ‘재탕’으로 채워졌다. 드라마는 말 할 것 없고, 예능 프로그램까지 ‘몰아보기’, ‘모두보기’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재탕’되었다. 시청자가 외면한 것은 당연하다.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KBS2 ‘해피투게더-흑역사 모아보기’, MBC ‘화제의 복면가왕’ 등을 비롯해 MBC ‘더 팬 스페셜-비하인드 스테이지’, SBS ‘불타는 청춘 스페셜’, ‘정글의 법칙 스페셜’, ‘집사부일체 스페셜’ 등은 ‘스페셜’이란 수식어가 민망할 만큼의 재탕 프로그램이다.
대체로 명절 연휴 방송은 부담 없이 보고 즐기는 프로그램이 환영을 받는다. 따라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말 결산도 아닌 설 명절에 이미 방송된 화제의 프로그램들을 다시보기 형식으로 편성한 것은 안일한 기획이란 평가다.
다시보기는 이미 IPTV의 VOD 서비스를 통해 보고 싶은 분량만큼 선택해 시청할 수 있는 시대이다. 굳이 자체 내에 ‘다시보기’ 서비스 기능을 갖추고 있는 지상파까지 나서 설 명절에 ‘특집’이란 이름으로 다시보기 재탕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은 ‘전파 낭비’이다.
예능 교양 프로그램 특집의 상당한 부분이 ‘음식’으로 채워진 것은 명절 특집의 변화가 아니라 ‘손쉬운 선택’으로 보인다. 음식은 명절의 가장 큰 관심사이고, 음식문화가 전 세대에 걸쳐 확산되는 때이니 명절의 음식 프로그램은 시의적절할 수 있다.
KBS1의 ‘요리인류 서울의 맛’, ‘양미경의 남향북미’, ‘팔도밥상’, MBC의 ‘설날특선다큐 2019 끼니반란’ 등은 오랜 기획과 제작 기간을 거친 ‘공 들인 프로그램’이다. 반면 SBS의 ‘백종원의 골목시장’ 특집은 ‘화제 우려먹기’란 인상이 짙다.
MBC의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와 KBS1의 ‘2019 설날장사 씨름대회’는 명절의 단골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아육대’는 성급하고 산만한 진행으로 점수를 잃었고, ‘장사 씨름대회’는 ‘설’이나 ‘추석’이나 예나 지금이나 전혀 다름없는 구성으로 ‘끼워 넣기’ 프로그램이었다.
연휴에 빠지지 않는 영화 프로그램도 ‘특선’이란 이름만 붙었지 설 명절에 어울리는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MBC ‘신과 함께-죄와 벌’을 비롯해 ‘명당’, ‘군함도’, ‘궁합’, ‘허스토리’ 등보다는 ‘덕구’. ‘리틀 포레스트’ 같은 독립영화 계열의 작품 선정은 작은 변화로 보인다.
CGV가 방영한 어벤져스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 3부작은 지상파 영화 특선 작품들을 밀어내고 연휴 영화 시청률이 가장 높게 나왔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과거 명절 때만 되면 단골 작품으로 등장했던 성룡 영화나 ‘장군의 아들’ 같은 명절 고정 영화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방송이 특별히 제작한 특집 드라마가 단 한 편도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TV조선이 설 특집극으로 3부작 ‘카페 푸른 여인’을 방송했는데,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한 작품으로 설 명절과 전혀 관계없는 ‘땜질용’이다. ‘설 특집극’은 아니란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올해 설 연휴 TV 프로그램은 특별하지 않았다. 설이니까, 연휴니까, 하는 수 없이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명절 연휴가 아니더라도 많은 안방극장 시청자가 모바일로 옮겨간 때이다. 시청자를 다시 TV 앞으로 초대하는 방송 관계자들의 시대를 읽는 의식 변화가 시급한 시기이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각 프로그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