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김은희 작가 “조선 좀비, 탐욕+굶주림 역병으로 접근” [인터뷰]
입력 2019. 02.07. 15:01:00
[더셀럽 김지영 기자] 드라마 ‘시그널’ ‘사인’ ‘유령’으로 장르물의 대가가 된 김은희 작가가 세계적인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김은희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던 좀비물에 조선시대를 엮어 새롭게 도전했다.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킹덤’은 여러 번의 전란을 거친 후 피폐해진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그린다.

조선시대 ‘순조실록, 순조 대왕 행정’에는 ‘가을에 괴질이 유행하여 서쪽에서부터 들어왔는데 열흘 사이에 도하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수효가 수만 명에 달하였다’고 쓰여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작된 ‘킹덤’의 시나리오는 2011년부터 한 장씩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은희 작가는 ‘킹덤’의 좀비들을 통해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 예로, 국내를 포함해 수많은 좀비 영화, 드라마에 등장하는 좀비들의 특징이 정상적인 인간들을 베어 물고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김은희 작가는 좀비가 배고픔으로 가득 찬 생명체라는 것에 집중, 좀비를 가장 배고프고 처참한 조선시대로 데려간 것이다.

“좀비가 모든 본능은 사라지고 식욕만 남은 게 슬펐어요. 다른 작품들에서 좀비 발생 원인이 공포바이러스 등 다양하게 있지만 저희는 배고픔에 집중을 했어요. 권력도 배고픔의 일종이잖아요. 탐욕과 진정한 배고픔이 어우러져서 역병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가장 배고프고 처참했던 시대로 좀비를 데려 온다면 아이러니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좀비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킹덤’의 시나리오는 재미삼아 쓰기 시작했다. 다른 드라마 대본을 작업하다 남는 시간에 오롯이 본인의 취향으로 쓰기 시작해 점점 발전했다. 하지만 ‘이런 아이템이 있어요’라고 가볍게 말을 해도 어느 제작사에서도 반응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킹덤’을 영상화하기엔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마침 넷플릭스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넷플릭스가 ‘부산행’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넷플릭스는 장르적인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요. ‘시그널’ 끝나고 넷플릭스에서 ‘같이 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서 ‘킹덤’을 소개하고 ‘해봐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킹덤’의 장소적 배경은 한양에서 부산 동래를 거쳐 상주로 이어진다. 조선시대의 수도인 한양을 제외하고 동래, 상주를 특별히 설정한 이유에 대해 김은희 작가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킹덤’은 집에 나간 세자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담는데 그 안에서 감정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거리상에서 가장 먼 도시였으면 했어요. 그래서 동래가 갑자기 생각이 난거죠. ‘왜 땅끝마을인 해남이 아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요.(웃음) 동래로 생각하면서 구체화를 해보니 경상도가 백두대간 중간을 가로지르면서 천해의 경계가 되더라고요. 이것도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정을 했죠.”

또한 ‘킹덤’은 구체적인 시대 배경을 설정하지 않고 허구의 인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지만 국정을 농단하는 모습은 현재의 우리와도 닮아있다. 특히나 왕보다 더 강한 권력을 잡은 조학주(류승룡), 마을에 역병이 퍼져 아비규환인 상태에도 출신 성분을 따지고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 지배계층의 모습에선 씁쓸함이 몰려온다.

“정확한 시대를 잡아서 쓰는 것은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조선시대를 좋아하지만 특정 시대를 지정하면 불편할 것 같기도 했고요.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몇 십 년, 몇 백 년을 건너뛰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많아서 제 머리 속에 낙인이 된 느낌이에요. 그래서 그런 지배세력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백성들 따위는 생각도 없는 지배계층도 있지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책임감도 있는 안현대감(허준호)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나 시대극인 ‘킹덤’이 기존의 좀비물들과 차별성을 띄는 것이 조선시대의 유교적 특징을 잘 살렸다는 것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언급하며 좀비가 된 손자를 태우지 못하게 하는 것,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중전조차도 아들 낳기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은 시대를 풍자하는 동시에 전개에 힘을 싣는다.

“신체훼손이 금지된 당시에 좀비가 나타나면 어떻게 죽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선시대 에 여성의 지위 중 가장 높은 중전마저도 자신이 않은 아들로만 신분을 표현하는 것도 아이러니함이 있죠. 우리는 배우면서 자랐으니 받아들이겠지만 외국인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싶어서 외국인 친구에게 유교적 가치관인데 이해가 가냐고 물어봤어요. 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 왕족이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더군요. 완전히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았어요.”

이러한 서사들에서 김은희 작가가 시각적으로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이 계급이 무너진 좀비들의 모습이었다. 인간으로서의 본능은 굶주림만 남은 좀비들에게 신분은 무의미해지고 한 데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안 들어간 것 같은데 왕부터 무관, 문관, 양반, 천민 등이 좀비가 되면 다 똑같아 지잖아요. 기획을 할 때부터 이성을 잃고 하나의 식욕만 남은 게 보고 싶었어요. 아마 시즌 2에선 비슷한 장면이 들어갔을 거예요.”



“이게 만들어질지 몰랐다”고 말하는 김은희 작가는 오픈 전부터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이미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즌 2가 확정이 난 상태였음에도 걱정은 떨칠 수 없었다. TV드라마를 할 때는 첫 방송 시청률이 공개되는 오전 8시까지도 잠을 자지 못한다는 김은희 작가는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는 넷플릭스의 특성에 마음은 편하다고 털어놨다.

“넷플릭스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는 시즌이라고 하더라고요. ‘킹덤’ 오픈할 때 하도 걱정을 하니 주변에서 ‘이미 시즌2가 들어가는데 뭘 걱정을 하냐’고 하더라고요. 시청률이 없어서 부담감은 덜한 것 같아요. 하지만 궁금하긴 해요. ‘어느 정도가 돼야 창피해 해야 하지’ 이런 거요. 사실 ‘킹덤’이 좋은 감독님과 배우, 넷플릭스에서 제작지원을 받으면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꿈같은 일인 것 같아요. 저한테 그런 것처럼 다들 재밌게 봐주셨으면 해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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