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염정아, 'SKY캐슬'의 성공이 행복한 이유 [인터뷰]
- 입력 2019. 02.12. 09:00:00
- [더셀럽 안예랑 기자] 29년 차 배우 염정아에게도 ‘SKY캐슬’의 성공은 얼떨떨했다. 높은 시청률은 물론이거니와 처음으로 생긴 10대, 20대 팬들도 낯설기만 하다. 낯섦과 동시에 'SKY캐슬'의 성공은 염정아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염정아는 'SKY캐슬'의 성공으로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염정아의 말처럼 배우한테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 행복하고도 어려운 일을 염정아가 해냈다. '핏줄까지 연기한다'는 극찬을 받으면서 말이다.
최근 서울시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에 출연한 배우 염정아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SKY캐슬’은 23.8%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고 다양한 미디어에서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신드롬 급의 인기였다. 염정아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도 남의 일 같다. 말로는 ‘너무 행복하다’고 하는데 실감은 잘 안난다”며 소감을 전했다.
‘SKY캐슬’의 성공이 처음부터 당연했던 건 아니었다. 대본을 보고 촬영 진행 상황을 지켜봤던 배우들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청률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1회가 방송되고 배우들은 1.7%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받아야했다.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시청률이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1%가 나올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실망스럽기도 하면서 주눅이 들었다. ‘앞으로 어떡하지’, 우리는 파이팅이 넘치게 시작을 했었으니까”
실망도 잠시였다. 첫 회가 방송되고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김정난의 열연을 시작으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이어지며 매회 1%에 가까운 시청률 상승을 기록했다. ‘SKY캐슬’의 무서운 상승세에 관심이 주목되기 시작했다. 1%의 시청률은 '이 작품이 지금 시기하고 안 맞나'라는 걱정까지 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SKY캐슬’은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저도 노력을 해왔지만 운이 안 따랐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같다. 기적에 가깝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연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렇게 시청률이 잘 나온 게 처음이다.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런 드라마에 함께 했다는 것도 놀라웠다”
앞서 조현탁 감독은 대본이 다 나오기도 전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준 염정아에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오히려 염정아는 조현탁 감독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 조현탁 감독의 전작 ‘마녀보감’에 출연하면서 ‘이 감독님이 작품을 할 때는 믿고 가야겠다’고 생각 했다고. 염정아는 “안 할 생각은 해보지도 않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신뢰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완벽하게 전달해주는 연출로 돌아왔다. 배우들이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연기하는 순간들을 적재적소 활용했던 조현탁 감독의 연출 기법은 배우들을 향한 극찬으로 이어졌다.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극의 상황을 완벽하게 표현했던 염정아에게는 ‘근육·핏줄까지도 연기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저는 정말 핏줄이 연기하는 줄은 몰랐다(웃음). 방송을 보면서 놀랐던 건 그런 걸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잡아주시는 조현탁, 오재환 감독님의 카메라 워킹이었다. 앵글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카메라를 들고 찍으시길래 ‘괜찮은걸까’ 생각했는데 내가 연기한 것을 100%, 200% 시청자에게 전달을 해주시는구나. 저의 연기나 배우들의 연기를 잘 한다고 얘기해주시는 건 배우 혼자서 한 연기가 아니라 스태프, 조명, 편집이 더해진 연기라 더 그렇게 보였을 거다”
물론 그 안에는 캐릭터를 완성하고자 했던 염정아의 노력도 있었다. 염정아가 연기한 한서진은 자신의 딸 예서(김혜윤)를 위해서라면 비난과 무시도 아랑곳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이기적인 인물이기에 다른 캐릭터와의 갈등이 수반됐다. 타인과 뜻을 같이 하다가도 사소한 갈등으로 틀어졌고, 속마음을 숨긴 채 친근한 척 다시 접근하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관계 변화 속 중심을 잡는 게 중요했다.
“저는 준비나 설정을 다 해가는 스타일은 아니고 대본을 꼼꼼하게 보는 스타일이다. 대사만 착실하게 외워서 가고 현장에서 연기하는 사람을 보고 감정을 느낀다. 대신 이 앞 신에서 이 사람과 어떤 감정이 있었는가를 확실하게 연구했다. 원래는 대본에 뭘 적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김주영과는 전 신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었는지 짧게 메모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을 놓치는 경우가 있고, 드라마에서 맥이 확 끊기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잡으려고 했다”
캐릭터의 관계는 극이 주는 또 다른 재미였다. 흑심을 숨긴 채 웃음 짓는 이들의 관계는 아슬아슬했고 가면이 깨지는 순간 일어나는 소란들은 웃음을 자아냈다. 염정아 또한 “인물들의 관계가 부딪히는 것, 보여 지는 모습과 그 안의 다른 모습들이 재미있어 보였다”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만나 같이 만들어내면 그런 것만으로도 집중되는 드라마가 되지 않겠나 싶었다”고 말했다.
‘SKY캐슬’은 시청률 뿐만 아니라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염정아에게 남겨주기도 했다. 최근 염정아는 자신의 사진을 찍으러 오는 어린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애정 어린 편지를 받으며 서서히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촬영차 간 발리 현지 팬들은 한국말로 ‘예서엄마’를 연호하기도 했다고. 이전의 작품에서는 경험하지 못 한 인기였다.
“저를 몰랐던 10대, 20대도 저를 알아 보고 그러면서 팬들도 생겼다. 그런 부분에서 너무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못 느껴봤던 것을 느껴보고 있다”
'SKY캐슬'을 만나기 전에도 염정아는 '열일'하는 배우였다. 2018년에만 영화 ‘완벽한 타인’ ‘뺑반’ ‘어쩌다 결혼’ ‘미성년’, 드라마 ‘SKY캐슬’ 등에 출연했다.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고 싶었다던 염정아에게 지난 해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SKY캐슬'이 끝났고, 염정아는 배우로서 더 행복해질 2019년을 기대하고 있었다.
“저는 제가 했던 모든 작품들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한 거고 연기를 한 거다. 그 중 ‘SKY캐슬’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저는 더 좋은 작품의 제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SKY캐슬’ 이후로 저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 배우한테 그것처럼 행복한 게 어디 있을까”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