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묘한 가족’ 엄지원 “저 아닌 것 같은 느낌, 났나요?” [인터뷰]
- 입력 2019. 02.13. 19:31:17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엄지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매 작품마다 변신하듯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선보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캐릭터가 극과 극을 달려도 이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 한 명이기 때문. 그러나 배우 엄지원에겐 예외다.
13일 개봉한 영화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농촌, 한 좀비가 나타나며 독특한 가족과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담았다. 엄지원은 극 중 맏며느리 남주로서 가장으로서는 부족한 남편 준걸(정재영)을 이끌고 걸크러시 면모를 선보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엄지원은 ‘기묘한 가족’의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먼저 받았던 느낌이 ‘독특함’이라고 밝혔다. 소위 거대 자본이 투자된 영화보다는 다소 부족한 B급 정서를 느꼈으나 그보다 많은 것들이 내포돼 있었다.
“가족이라는 코드가 있으면서 보편적인 정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조용한 가족’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처럼 블랙코미디 같은 요소들이 ‘기묘한 가족’에도 있더라고요. 아버님이 좀비한테 물리면서 회춘한다는 코드가 젊음에 대한 니즈를 다르게 해석한 것이니까요. 그런 코드들도 재밌었어요.”
엄지원이 ‘기묘한 가족’에 끌린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작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자식을 잃어버리고 찾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소모하는 일이 많았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시크하고 코믹한 요소를 느끼고 싶었다.
“좀비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농촌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처음으로 좀비를 마주하게 되는 리액션이 재밌었어요. 그게 한국적이고 엉뚱하고요. 설정자체도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잖아요. ‘워킹데드’가 좋았던 것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대응하는 방식이 흥미로웠지만 ‘기묘한 가족’은 사람들이 순수하잖아요. 저희 가족은 영악하긴 하지만요.(웃음)”
‘기묘한 가족’이 코미디장르라서 더욱 신경 쓴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엄지원은 신경을 덜 쓰도록 노력했다. 웃길 작정을 하고 연기를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관객의 웃음을 터트리게끔 했다.
“스릴러 같은 장르는 긴장감을 연기적으로도 더 줘야하고 감정을 더 주도록 노력해야 해요. 하지만 ‘기묘한 가족’은 코믹한 신에서 관객의 웃음을 터트리기 위해서 웃긴 행동이나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많은 것들을 안 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죠.”
하지 않고, 힘을 빼는 작업이 오히려 그에게 어려웠던 지점으로 작용했다. 쿨하고 무뚝뚝하며 시크한 남주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엄지원의 이번 작품의 목표는 ‘엄지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내는 것’이었다.
“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초반에 톤을 너무 낮게 잡았어요. 그런데 저의 낮은 목소리가 잘 안 나오더라고요. 너무 저음으로 잡아서. 그래서 결국 촬영하면서 톤 조절을 다시 했어요. 상상 속에 시뮬레이션이랑 연기하는 것이랑 달라서 그 중간을 맞추는 게 조금 힘들었죠.”
‘기묘한 가족’에서는 80%이상 남자배우들로 채워져 있다. 이 때문에 극의 시나리오 상에서도 남주와 해걸(이수경)이 서로 의지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남주, 해걸 모두 나약한 여성상보다는 ‘걸크러시’ 면모가 강하다.
“극 중에선 남주와 해걸이 센 캐릭터니까 집에서 액션을 하는 신도 있었는데 ‘너무 세보인다’거나 시간상의 문제가 있어서 편집이 됐어요. 해걸이 엄마가 없이 자라 남주에게 의지를 하고 남주도 무뚝뚝하지만 해걸을 아끼고 예뻐하는 관계였죠. 하지만 두 여자 캐릭터만 떼어놓고 보지는 않았어요. 가족과 쫑비(정가람)까지 캐릭터가 시나리오 상에서 정확하게 살아있었어요.”
이는 ‘기묘한 가족’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캐릭터의 서사가 살아있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2시간 내외의 러닝타임 때문에 주연 몇 명의 서사만 살아있다. 하지만 ‘기묘한 가족’은 가족 모두의 서사가 살아있다.
“영화의 과정이 하면서 디테일을 만지는 작업이긴 하지만 명확한 라인이 다 있어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작품을 만나는 건 드라마가 더 쉬워요. 영화에선 캐릭터가 살아있는 인물을 만나기가 어렵죠. 하지만 ‘기묘한 가족’은 그게 아니어서 더욱 매력적이었어요.”
엄지원은 여성영화 가뭄 현상을 지난 2016년 11월 개봉한 ‘미씽: 사라진 여자’때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최근 JTBC 드라마 ‘SKY 캐슬’과 엄지원이 출연하고 있는 MBC 드라마 ‘봄이 오나 봄’을 비롯해 드라마에선 여성주연 작품이 늘었으나 영화계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앞으로 더 변해야죠. 사실은 남녀배우를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모두 다 배우이니까 연기자로서 얼마나 공감과 지지를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큰 관건인데 그걸 보여줄 장이 없다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조금 더 그런 시도들이 성공을 하면 기회들이 많아지는 거니까 기회가 많아지면 비슷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황들이 주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기회가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 차별이 되는 것이다.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면 동등한 선에서 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연기력으로의 평가여부는 그 이후의 문제다. 엄지원은 “모두가 평등해지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Y캐슬‘이 잘됐기 때문에 표면적인 체감 온도는 높은 것 같기는 해요. 이런 작품이 잘 되면 비슷한 것들이 기획되기도 하니까 향후를 지켜보기는 해야겠죠.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선배로서 저도 어깨가 무거워요.(웃음)”
남자배우들에 비해 여자 배우가 설 자리가 없는 곳에서 그럼에도 엄지원은 주체적인 여성상을 띄는 캐릭터를 줄곧 선택해왔다. 그렇지 않은 캐릭터라면 그렇게 만들도록 노력했으며 이것 또한 노력하는 과정에 있었다.
“소모적이고 장치적인, 기능적인 인물이 아닌 것을 하려고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가 엄청나게 히트작에 출연하거나 크게 잘 된 작품이 없었어요. 연기한 세월에 비해서 저한테 좋은 찬스들이 없었죠. 주어진 찬스들 중에서 기능적인 인물을 가장 기능적이지 않게 만들고 주체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저는 언제나 노력해왔어요.”
이 때문에 ‘기묘한 가족’은 엄지원에게 더욱 특별하다. 대사의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주체적인 성격이 그려지며 가족 간의 화합도 따스하게 그려지기 때문. 더군다나 현재 방영중인 ‘봄이 오나 봄’도 코믹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기에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기묘한 가족’은 작년에 촬영이 끝났지만 ‘봄이 오나 봄’도 같은 매력이 있어서 선택을 했어요. 결국 작품이라는 게 제가 어떤 이야기를 연기로서 할 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관객과 나누고 싶어서 선택을 하는데 지금의 저는 웃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