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사바하’의 미스터리와 물음, 이정재만 잘 따라간다면
입력 2019. 02.20. 11:03:26
[더셀럽 안예랑 기자] 미스터리의 구조는 복잡하다. 영화를 관통하는 질문이 계속해서 던져지지만 답은 없다. 좀처럼 관객에게 답을 주지 않은 ‘사바하’의 어려운 미스터리를 쫓고 물음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정재를 띠라가야 한다.

20일 개봉한 ‘사바하’는 신흥 종교의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 문제 연구소 박목사(이정재)가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하면서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영화는 16년 전 태어난 금화(이재인)와 쌍둥이 언니 ‘그것’의 탄생에서 시작된다. 갓 태어난 쌍둥이의 모습은 처참했다. ‘그것’에게 다리를 갉아 먹힌 금화와 털에 뒤덮혀 태어난 ‘그것’. 모든 사람들이 소원처럼 입을 모아 ‘그것은 얼마 살지 못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다. 굳게 닫혀진 문 뒤에서 짐승 같은 소리로 울고 불길한 기운을 드리우면서 말이다.

이와 함께 극동 종교 문제 연구소 소장 박웅재 목사는 여느 때와 같이 신흥 종교인 사슴 동산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고요셉(이다윗)을 사슴 동산에 잠입시킨다. 헌금도 받지 않고 대부분의 성직자가 공무원인 사슴동산. 그 외에는 사슴동산만의 비리가 발견되지 않던 상황에서 여중생이 살해당한 영월 터널 살인사건을 쫓던 경찰이 사슴동산에 나타난다. 박목사는 사슴동산과 영월 터널 살인사건이 연관돼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영월 터널 살인 사건의 진범 김철진(지승현)의 주위를 맴도는 정나한(박정민). 김철진은 목숨을 끊기 전 날도 정나한과 함께 했다. 박목사는 정나한의 행적을 쫓기 시작하고, 정나한이 16년 전 태어난 금화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사슴동산과 정나한에 얽힌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로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장을 열었던 장재현 감독이 더 촘촘해진 미스터리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사바하’로 돌아왔다.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사바하’는 네 인물의 이야기로 영화를 끌고 나간다.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미스터리는 단서가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나한과 사슴동산, 금화의 관계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나한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단서도 쉽지만은 않다. 불교적 세계관과 사슴동산의 교리가 주된 단서로 등장하기에 종교적 이야기와 가깝지 않은 관객에게는 ‘사바하’의 미스터리가 더욱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 속 단서를 풀고 관객들을 이야기로 안내하는 인물이 바로 박목사다.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특성상 많은 이들은 주인공 박목사가 이야기를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강렬한 서사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 후반부로 갈수록 박목사는 해결사가 아닌 관찰자이자 이야기의 안내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박목사는 해안스님(진선규)와 고요셉(이다윗)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통해 단서를 얻고, 그 단서를 이정표 삼아 사건을 따라간다. 복잡한 미스터리 구조 속에서 박목사와 함께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결말에 도달해 있다. 단서를 직접 발견하지 않아도 불교적 세계관이 담긴 단서들의 해석을 쫓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당당하게 후원을 요구하고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버버리를 입는 목사 박웅재. 일반 적인 목사의 모습과 전혀 다른 결을 가진 박목사의 세속적인 모습들은 그가 가진 신에 대한 반항심으로 해석된다. 반항적인 유신론자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 가지 물음을 자신과 영화, 관객들에게 던진다. 신은 있는 걸까.

감독이자 각본가인 장재현 감독은 마태복음 2장 16절을 보며 의문을 가졌다. 헤롯왕이 한 명의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베들레헴과 주변 지역의 아기들을 몰살했던 이야기. 박웅재는 여기에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테러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신이 있다면 왜 신은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일까.

‘신과 함께’ 염라대왕, ‘관상’ 수양대군 등 날카롭고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찾았던 이정재의 변신도 영화의 포인트다. 보다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이정재는 금화와 ‘그것’ 정나한이 미스터리함으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킬 때 속물적인 목사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이정재는 박목사를 장재현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감독의 리허설 영상을 보고 그 톤에 맞춰 박목사를 완성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 결과 가벼운 속물에서 시작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부분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차근차근 담아내며 극의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이정재가 영화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면 서사의 주인공인 박정민과 이재인은 극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데 큰 몫을 했다. 박정민은 정나한이 가진 맹목적인 믿음과 죄의식,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나한의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1인 2역을 소화한 신예 이재인은 ‘그것’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금화와 베일에 쌓인 ‘그것’의 간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결말까지 긴장감을 끌고 갔다. 이재인의 신선한 마스크는 ‘사바하’의 결말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또 금화의 집, 사슴동산의 신장당 등 영화의 상징적인 공간의 미쟝센은 ‘사바하’만의 분위기를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사슴동산의 신장당 벽면을 가득채운 탱화는 눈을 아프게 할 정도로 화려하다. 관객들의 시각을 압도하는 탱화는 심리적 긴장감까지 고조시키며 단순한 미술장치를 넘어 서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박목사를 따라 ‘사바하’가 주는 단서들과 흥미로운 해석들을 쫓아가다보면 관객들은 이야기의 반전에 도달할 수 있다. ‘사바하’가 던지는 물음 또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답은 없다.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의 답은 관객들에게 남은 몫이다. 다만 박목사를 따라가다 보면 박목사가 왜 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는 반항적인 유신론자가 되었는지 그 물음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알 수 있다. 영화 속 숨겨진 박목사의 이야기를 찾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다. 전복되고 변화하는 선과 악의 모습을 통해 신을 향한 믿음에 의문을 던지는 ‘사바하’는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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