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유관순의 마지막 1년 그리고 여옥사 8호실 [씨네리뷰]
입력 2019. 02.27. 11:44:29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 ‘항거’는 단순히 유관순 열사의 리더십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외면 받아 왔던 여옥사 8호실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조민호 감독은 뛰어난 연출로 완성도 높은 ‘항거’를 탄생시켰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 이하 ‘항거’)는 유관순 열사의 삶을 조명한다. 역사책에서 소개되는 3.1 만세운동, 아우내 장터 만세 운동의 과정을 그리는 것이 아닌, 아우내 장터 만세 운동을 주도해 서대문 감옥소에서 복역한 1년을 다룬다.

“잘못한 게 없으니 죄인이 아니다”며 죄를 받아들이지 않는 유관순(고아성)은 서대문감옥소 8호실로 배정받는다. 그는 반쯤 부어 제대로 떠지지 않는 한쪽 눈으로 쇠고랑을 차고 힘겹게 걸음을 이어 8호실 앞에 선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3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서 24명의 여성 수용자들이 유관순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세 운동을 이끌었던 것처럼 8호실 내에서도 유관순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일본 헌병대에게 반발하기도 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며 독립만세운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항거’는 유관순의 리더십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1919년 당시 17살이었던 유관순이 심리적으로 흔들리거나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면모도 함께 다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관순 열사의 삶을 들여다보게끔 한다.



영화는 대부분 흑백으로 담았다. 유관순 열사가 가족과 함께했던 순간, 만세 운동에서 군중들에게 나눠줄 태극기를 준비하는 과정, 가족과 함께 참가한 아우내 장터 만세 운동 등 극 중 회상 장면만 컬러로 구성했다. 비교적 행동이 자유로웠던 과거는 생동감 있는 컬러로, 모든 것들이 제약된 현재 시점에선 흑백으로 연출해 유관순의 심리적 변화가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좁디좁은 8호실에서의 카메라 워킹도 눈길을 끈다. 24명이 오롯이 유관순을 바라보는 시점, 일본 헌병이 24명의 수용자를 거쳐 유관순에게 닿는 시선, 유관순이 8호실 내에서 독립선언문을 읽을 때의 감정이 담겨 전율이 느껴진다. 한정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압박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한 그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뤄져 온 영화들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자이고 이 가운데 소수의 인원만 여성이었던 것에 반해 ‘항거’는 독립운동 주도인원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1919년, 1920년대 수많은 여성들 또한 독립운동을 등한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대문형무소 복역 중 만세운동이 있기까지 이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기생, 다방 직원, 이화학당 학생, 임신한 여성 등 역사적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삶도 녹여냈다는 점에서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 8호실에 투옥됐던 25명의 사진이 공개돼 관객의 마지막 발걸음까지 여운을 남긴다.

고아성은 유관순의 마지막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5일간 금식을 하며 공을 들였다. 여성 독립 운동가들로 빼곡했던 8호실에서 혼자만 남아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모습에선 그의 진가가 발휘되고 마음속 깊이 남는다. 연출을 맡은 조민호 감독은 영화 ‘10억’ 이후 10년 만에 ‘항거’로 돌아왔다. 27일 개봉.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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