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기억하는 물결되길"…'생일' 설경구X전도연이 건넬 위로와 기억 [종합]
- 입력 2019. 03.06. 12:16:07
- [더셀럽 안예랑 기자] 세월호 5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뜻 깊은 영화 한 편이 관객을 찾는다.살아남은 이들을 위로하고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영화 ‘생일’이다.
6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종언 감독과 배우 설경구, 전도연이 참석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이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영화는 세월호 사고로 떠나간 아이를 기억하는 ‘생일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종언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생일 모임’에 대해 “우리가 2014년 4월 16일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 그 일이 있고 저는 2015년에 안산을 찾았다. 안산에는 여러 단체들이 있다. 그 중 치유 공간 ‘이웃’에서 저는 설거지도 하고 사진도 찍는 일을 도와드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곳에서 아이 생일이 다가오면 엄마들이 힘들어했다”며 “엄마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아이의 생일 함께 하고, 아이를 기억하고, 가까이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 가족, 지인이 모여서 생일 모임을 했다”고 설명했다.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인 사건을 영화에 담는 과정에서 이종언 감독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이종언 감독은 “제가 장면을 쓰고 표현을 하는데 저의 해석이 개입돼 오해석이 들어갈까봐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날이 촬영인데도 몇 년간 고민했고 충분히 고민 한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촬영이 되면 원점으로 돌아가서 유가족분들과 통화를 하고 그랬던 것 같다”며 “유가족분들과의 통화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와 함께 ‘시기적으로 너무 빨리 영화가 나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이 드실 수 있다. 굳이 아픈 이야기를 들춰내는 게 실례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안산에 가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견해를 전했다.
이어 유가족 분들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유가족 분들과 만나면 이야기를 계속 하신다. 내일도 하시고 또 만나면 다시 해주신다. 이야기를 다 외울 정도였다. 그런 걸 보면서 우리가 주목하고 보고, 이이기를 하고 공감하는 것이 이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적절한 시기가 따로 있을까. 공감이나 위로는 언제든지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생각을 밝혔다.
영화에는 한 가족이 등장한다. 아들을 잃은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 정일은 아들이 떠나던 날 가족의 곁에 있지 못했다는 부채감을 지니고 있는 아빠다. 순남은 아들을 잃은 뒤 묵묵하게 아픔을 견뎌내며 아들을 그리워하고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사는 엄마다.
설경구는 “이 영화를 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시나리오였다”며 ‘스케줄 상으로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는 고민을 많이 안했던 것 같다. 해야 될 것 같고, ’벌써 이 영화를 만드냐‘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왜 지금까지 안 만들어졌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영화에 함께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전도연은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선뜻 다가서기 힘든 작품이어서 부담스러웠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그런 부담감을 뛰어 넘을 만큼이었다. 앞으로 살아가야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시나리오를 접하고 느낀 생각을 밝혔다.
이어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 설경구는 “감정을 풀면 너무 과잉이 될 것 같아서 조절하고 누르는 작업이 힘들었다. 담담해야 되는 또 힘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확 젖어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부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설경구는 이종언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생일’ 같은 영화는 전체를 단단하게 하지 않으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작품이다. 감독님이 단단하게 버티지 못했으면 촬영 중에도 허물어질 수 있는 작품인데 단단하게 지지해주신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영화는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특정 인물을 모티브로 하지는 않았다. 이종언 감독은 “어느 한 사람만 인물로 할 수는 없었다. 제가 너무 많은 생일 모임을 하면서 여러 아이들을 만났고 그 아이들이 제 마음 속으로 다 들어왔다. 그 아이들의 모습이 수호라는 인물로 나왔다. 많은 분들의 모습이 들어왔지 특정한 한 사람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종언 감독과 배우들은 ‘생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설경구는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벌써 5주기가 다가오는데 저는 아주 많은 분들이 마음 속 깊숙이 공감했고 슬퍼했고, 온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참사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영화가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물결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도연은 “‘생일’이라는 영화는 시작과 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 생각에는 영화가 관객에게 다가가는 게 아니라 관객 분들이 영화에 다가와 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시나리오를 보고 다가갔듯이 관객 분들이 다가와 주셔서 응원을 해주시면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종언 감독은 “저는 유가족 분들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4월 16일날 뉴스를 접했던 평범한 모두가 상처 입었다고 생각을 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상처 입은 마음들을 어떻게 남겨두고 있는지 처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모든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서 아프지고 마주하는 게 힘들겠지만 조금 힘을 내서 따뜻하게 느껴주시고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영화 ‘생일’은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