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성지순례] ‘열혈사제’ ‘손 the gust’ 성당의 상징성, 선과 악이 충돌하는 공간
- 입력 2019. 03.07. 19:48:33
- [더셀럽 한숙인 기자] 최근 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군이 법조계와 카톨릭이다. 검사와 변호사는 법의 영역에서, 신부는 신을 대신해 사회의 정의와 질서를 수호한다. 그러나 반듯이 전제돼야 하는 도덕성과 정직성,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소재가 된다.
직업군의 이 같은 특성 못지않게 위압적인 장소가 주는 분위기 역시 크다.
법원은 범죄를 단죄하는 장소로서의 정의와 은밀한 거래들을 법으로 포장하는 장소로서 위선, 이중성으로 인해 극적 장치가 필요한 드라마에서 존재 가치를 갖는다. 반면 성당은 죄 사함을 받는 속죄와 회피의 공간으로서 드라마에 꼭 필요한 힐링 코드를 충족한다. 무엇보다 이전부터 건축 양식의 중심이었던 만큼 성당이라는 공간이 주는 미학적 역할 역시 크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에서 다루는 소재의 폭이 넓어지면서 성당이라는 공간의 미학이 배우들의 인지도와 연기력만큼이나 흥행의 결정요소로 작용한다.
OCN ‘손 the guest’와 SBS ‘열혈사제’는 신부가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성당이 갈등이 응집되는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대체하는 성역으로서 성당을 활용한다.
이 드라마들은 전혀 다른 소재만큼이나 등장하는 성당의 분위기 역시 다르다.
◆ ‘손 the guest’ 수동성당, 유럽 양식 절충된 한옥성당
첫 회부터 마지막까지 한 순간도 시청자들을 배신하지 않았던 ‘손 the guest’는 ‘엑소시즘’과 ‘빙의’를 드라마의 흥행 키워드에 올렸다.
이 드라마에는 빙의된 부마자들을 구마하는 구마 사제와 과거 악령을 알아보는 영매, 두 주인공 외에 성당이 의외의 반전 키워드로 등장한다.
악령이 빙의된 악마 사제 안내상은 가장 신성한 공간인 성당에서 버젓이 신의 대리자인 사제의 신분으로 살고 있다. 한옥 요소가 조합된 이 장소는 생경한 듯 친숙한 한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중성이 시각적으로 표현되기 어려운 악마와 신의 대립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성당 중 한 곳인 청주에 있는 대한성공회 수동성당 역시 한옥성당으로 드라마 전체가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이 곳은 1935년 청주지역 최초의 성공회 성당으로 건립돼 1985년 12월 28일 충청북도의 유형문화재 제149호로 지정됐다.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20선’에 등재되기도 한 이 성당은 유럽 건축양식이 절충된 한옥성당으로 지역문화를 중시한 성공회의 포교 방식을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 ‘열혈사제’ 약현성당, 국내 최초 서양식 성당
‘열혈사제’는 가장 경건해야 할 성당에서조차 불의와 부당함을 참지 못하는 분노 조절장애 신부의 이야기다. 따라서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 성당이 등장하는 빈도수가 높다.
미사 집전을 할 때도 신도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등 실제 신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거부감보다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사제로서는 결격사유인 듯 보이는 분노조절장애의 광기와 성당의 엄숙함의 대비다.
‘열혈사제’의 주된 촬영지인 서울 중림동에 위치한 약현성당은 1891년 정초식을 해 1893년 완공된 국내 최초 서양식 성당으로, 1977년 11월 22일 사적 제 252호로 지정됐다. 이런 이유로 현재 건축된 성당과는 다른 고풍스러운 외관이 이국적이다.
무엇보다 천주교를 탄압하던 조선시대 당시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설고 기이한 건물이라는 점, 서소문 성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정신을 본받기 위해 세워졌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천동 성당, 웅장한 현대식 성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손 the guest’와 ‘열혈사제’처럼 사제가 주인공이 아니고, 성당의 등장 빈도도 낮지만 극의 말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들이 모두 성당에서 이뤄졌다.
증강현실 게임 속 살인이 현실로 연결되면서 겪는 혼란을 다룬 이 드라마에서 게임과 현실의 혼재가 마무리 되는 최후가 성당에서 이뤄진다.
촬영이 이뤄진 청주에 위치한 천주교 청주교구 사천동 성당은 위 두 성당과 달리 1990년대 초반 건립돼 현대식 웅장함이 특징이다. 이는 증강 현실 게임이 이뤄지는 장소로서 기능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 성당들은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소가 됐다.
개신교와 달리 카톨릭은 예법을 중시하면서도 열린 교리로 거리감을 좁혔다. 드라마 속 성당들은 여전히 이국적인 미학적인 장소와 그 안에 품은 교리, 이를 거스르는 이면의 악, 이런 요소들이 응집되면서 극의 갈등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이처럼 공간이 품은 역사적, 교리적 맥락들의 대립이 주는 본능적 끌림은 성당이 드라마 촬영지로 사랑받는 이유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열혈사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OCN ‘손 the guest’, 청주시 인스타그램, 디지털청주문화대전 홈페이지, 약현성당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