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VIEW] '눈이 부시게'가 알츠하이머를 다루는 방식
- 입력 2019. 03.13. 10:00:01
- [더셀럽 안예랑 기자] ‘눈이 부시게’가 치매 노인의 삶 속으로 시청자를 불러들였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10회에서는 김혜자(김혜자)의 비밀이 밝혀졌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 때문에 25살에서 70대 노인으로 늙어버린 줄 알았던 김혜자가 알츠하이머 환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충격을 자아냈다.
이날 김혜자가 알츠하이머 환자였다는 반전이 시청자에게 준 것은 충격뿐만이 아니었다. ‘눈이 부시게’의 반전은 치매를 알지 못하는 일반 시청자들이 치매 노인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수단이 됐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치매 환자수가 75만명에 육박했다. 노인 10.2%가 치매 진단을 받았고 8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치매 환자가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면서 미디어에서도 치매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하나뿐인 내편’과 전작 ‘같이 살래요’에서도 치매 환자가 등장했고, ‘눈이 부시게’에서 김혜자의 엄마를 연기한 배우 이정은 또한 tvN ‘아는 와이프’에서 치매 환자로 분한 바 있다. 그러나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치매 환자의 이야기에서 주체는 치매 환자가 아닌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 50%의 시청률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이 대표적인 예다. 극에는 치매로 인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노인 박금병이 등장한다. 극 중 박금병은 치매 증상으로 인해 며느리와 손주 며느리를 첩년과 첩년 딸이라고 칭하며 폭력까지 행사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동생을 찾아 나서며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수많은 작품 속 치매 환자의 상황은 비슷했다. 점점 기억을 잃고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치매 환자와 그 환자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애환. 많은 시청자들은 치매 환자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모습에 더 많은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눈이 부시게’는 다른 방식으로 치매 환자의 현실을 보여줬다. 25살에서 갑작스럽게 70대 노인이 된 김혜자의 삶은 혼란스러움 투성이었다. 마음은 25살 청춘인데 남들은 그를 할머니라고 불렀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고, 뛰는 것은 꿈도 못 꿀 정도였다. 사랑했던 남자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고, 부모님은 본인들보다 훌쩍 늙어버린 딸을 어색해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랑하고, 온 몸으로 즐거움을 표현했었는데 그 행복이 마치 꿈결처럼 느껴졌다.
10회 동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은 김혜자의 혼란스러움을 함께 겪었다. 가족들의 어색한 시선과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김혜자의 모습을 지켜봤고 갑자기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눈물짓는 김혜자와 함께 울었다.
그리고 김혜자가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김혜자는 "모르겠다.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꾸는 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꾸는 건지"라며 혼란스러워했다. 김혜자의 대사는 치매 노인이 겪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판타지인줄 알았는데 현실이었다. ‘눈이 부시게’는 시간을 돌리는 시계라는 판타지 요소를 통해 시청자가 치매 노인의 삶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치매 노인을 타자화시키고 가족들의 상황에 감정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치매 노인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따라가게 만들었다. 김혜자와 마찬가지로 시청자는 김혜자가 25살이라고 믿었고, 김혜자와 함께 충격을 받았다. 치매 노인의 감정을 보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눈이 부시게' 속 치매 노인은 무작정 떼를 쓰고, 아이가 되어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닌, 믿지 못할 판타지로 갑작스레 나이가 들어버린 젊은 청춘일 뿐이었다. '눈이 부시게'가 치매 노인을 다루는 방식은 가족이 아닌 치매 노인에게 집중하게 만들며 치매 노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종영까지 단 2회만 남은 상황에서 알츠하이머 증세를 자각한 김혜자의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풀릴지 기대가 모아진다.
'눈이 부시게'는 매주 월,화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