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승리 ‘스트라이프 슈트’, 연예인 아닌 CEO ‘승츠비’
입력 2019. 03.18. 17:59:13

승리

[더셀럽 한숙인 기자] 버닝썬 폭행 시비가 몰카 유포 사건으로까지 확산되면서 톱스타 급 아이돌들이 줄줄이 거명되고 있다. 연예계를 뒤흔들고 있는 몰카 사건은 수많은 연예인들을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지목하고 있어 ‘정준영 게이트’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정준영 게이트는 승리가 출발점이었다. 지난 14일 몇 시간 간격을 두고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승리와 정준영은 각각 30, 31세의 비슷한 또래라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만큼 블레임룩의 코드가 전혀 달랐다.

승리는 예능에서 보인 ‘승츠비’ 느낌 그대로 였다. 이는 사회가 정한 기준보다 자신의 욕망이 더 중요한 비틀린 청춘의 전형을 보여준 정준영과 확연히 구별됐다. 이들의 블레임룩은 이 같은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했다.

승리 정준영

헐렁한 블랙 투버튼 슈트에 타이를 매지 않는 화이트 셔츠 차림을 한 정준영은 속된 표현으로 ‘사고 친’ 연예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최대한 예를 갖췄지만 슈트 사이즈와 헤어스타일까지 이런 해석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다.

그러나 승리는 맞춤양복처럼 몸에 꼭 맞는 스트라이프 슈트를 입어 연예인이 아닌 CEO 이미지에 가까웠다. 세금탈루, 정경유착 등의 사유로 출서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는 경제사범 분위기를 냈다.

승리는 2월 27일, 3월 14일 두 차례 출석에서 모두 스트라이프 슈트를 선택했다. 블랙과 네이비 스트라이프 슈트는 기성세대의 신사정장 요건을 갖춘 디자인으로 이제 막 30세가 돼 아직 20대 감성이 더 익숙할 아이돌이 입기에는 진부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블레임룩으로 좀처럼 선택하지 않는 스트라이프 슈트는 일반적으로 기업인들이 대외적으로 세련된 프로페셔널리스트 이미지를 주고자 할 때 선택되는 아이템이다. 승리가 입은 바탕색과 선명하게 구별되지 않는 핀 스트라이프는 보수적인 문화에서 특히 선호된다.

이뿐 아니라 절데 꺾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꼿꼿하게 일직선을 유지한 목과 등,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일정한 보폭의 걸음걸이는 고등학생 때 데뷔해 13년간 가수 활동을 해온 아이돌 이력과는 거리가 있다.

정준영이 철들지 않는 어른아이의 모습이라면 승리는 세상을 일찍 알아버려 아이인 상태에서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는 성장 불균형을 겪는 애어른처럼 보인다.

신사정장 패션쇼에 서도 부족함이 없을 듯한 슈트를 입고 굳은 표정으로 당당하게 걷고 있지만 그런 그의 당당함이 오히려 안쓰럽게까지 느껴진다. 그가 세상을 향해 과연 당당할 수 있는지, 당당하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다면 당당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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