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퍼즐] 버닝썬 게이트, 연예기획사의 반성과 사과를 기대한다.
- 입력 2019. 03.19. 11:58:05
- [더셀럽 윤상길 칼럼]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18일) 관계 부처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 “강남 클럽의 사건은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과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인 영업과 범죄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하여 묵인·방조·특혜를 주어 왔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면서 “그 의혹이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이들 사건들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고의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면서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는 온갖 불법과 악행에도 진실을 숨겨 면죄부를 주고, 힘없는 국민은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닝썬 게이트는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수사와 조사를 강조할 만큼 사안의 중대성은 심각하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경찰 검찰)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또 다른 사실들도 밝혀질 전망이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관련 연예인들은 표면적으로나마 사과 멘트를 흘리고, 활동 중단, 그룹 탈퇴 등의 방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을 관리하고, 대변해 온 소속사는 여전히 한마디 사과도 없이 ‘강 건너 불구경’ 입장이다.
버닝썬처럼 연예인이 관련된 강남의 클럽들은, 괴테의 발언을 빌리자면 “이성의 높이에서 보면 정신병동과도 같다.” 그 정신병동에는 승리도 있고, 정준영도 있고 이종현도 있다. 클럽 게이트에는 마약, 성폭행, 성매매, 몰카, 미성년자, 뇌물 같은 정상적인 스타 연예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흉측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정신병동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들의 일탈을 방관해온 소속사에게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유명 연예인들은 공인(公人)을 자처했다. 공인들의 삶은 공식적이든 사적이든 늘 주목받는다. 언행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운 좋게 스타가 된 이들은 누구든 자신을 돌아보는 것부터 배워야 했다. 그것을 리드하는 것은 조직이다. 이들에게 있어 조직은 소속사이다. 하지만 이들의 소속사는 덩치만 컸지, 다윗의 돌팔매 한방에 무너진 골리앗의 모습이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조직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자멸한다.”는 현대의 경영 이론으로 보면 그렇다.
연예인은 권력화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집단 중 하나이다. 버닝썬 게이트가 이를 입증한다. 그들은 소속사의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을 부여받았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대중이 자신들을 올려다볼 때, 그들은 저 높은 곳에서 대중을 내려다보는 습관을 자신도 모르게 체득하게 된다. 득의만만한 태도가 온몸에 가득했다. 자신을 더 커 보이게 해서 상대방을 위압하며 허세를 부렸다. “목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그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같은 상식을 외면할 정도로 소속사의 시스템은 허술했다.
연예기획사는 연예인을 상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연예인의 활동을 팔아 경제적 가치를 높인다. 소비자가 좋아할 상품을 개발하고 포장을 씌워 선전하고 판매한다. 말로는 대중예술이니 K-POP 문화니 떠들지만 “돈만 벌면 된다”는 게 그들의 기업 윤리였던 모양이다. 버닝썬 게이트에 관련된 연예인은 기업 상품으로 보면 ‘불량품’이다. 범죄 혐의로 조사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하는 대중에게 해악을 끼친 ‘유해상품’이다.
연예기획사도 ‘소비자 보호 책임’이란 기업 윤리를 지켜야 한다면, 불량 연예인을 내놓은 기업은 당장에 사과문을 내고 불량품으로 상처를 입은 소비자에게 사후조치를 제시하고 보상책도 내놓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연예기획사들은 이렇다 할 사과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해당 연예인과 ‘인연 끊기’가 고작이다. 게이트 초기에는 소비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법적 책임’ 운운하며 겁박을 일삼았을 뿐이다.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된 연예기획사의 진솔한 사과가 기다려지는 때이다. “진실을 땅에 묻으면 스스로 자라 마침내 무섭게 폭발한다.”는 에밀 졸라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 “항우는 고집으로 망하고 조조는 꾀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힘과 용맹의 대명사 항우와 최고의 지략가 조조, 두 사람은 천하통일 일보 직전에서 좌절한다. 자신의 힘과 꾀만 믿고 주변의 의견을 내친 결과이다. 고집 세우는 사람과 꾀부리는 사람을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다. 소속사는 연예계에 미치는 자신들의 ‘힘’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타를 만들어내는 ‘꾀’를 지녔다고 자만하면 위험하다.
이기철 시인의 ‘그렇게 하겠습니다’의 시구 일부를 소개하며 다시 한 번 소속 연예인의 일탈에 대한 연예기획사의 반성과 사과를 기대한다. “내 걸어온 길 되돌아보며 /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이 /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도 심지 않고 / 풀꽃의 향기로움만 탐한 일 /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