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민주킴’, 잔혹동화로 펼쳐낸 몽환적 패션 미학 [SFW 2019 FW]
입력 2019. 03.20. 15:22:18
[더셀럽 한숙인 기자] 디자이너 김민주는 매 시즌 컬렉션마다 소녀 감성에 관한 한국인의 편협의 틀을 깬다. 올해 역시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옷들이 런웨이를 장악했지만 감상에 머무르지 않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이뤄냈다.

20일 오전 10시, ‘서울패션위크 2019 FW’ 오프닝쇼에 선정된 디자이너 김민주 ‘민주킴’은 컬렉션 데뷔 2년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무대를 연출했다. 김민주는 패션을 놀이처럼 접근하되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해석하는 창의적 힘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탄성을 끌어냈다.

순수 예술 지망생이었던 그의 이력은 런웨이를 움직이는 갤러리로 보이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민주킴 2019 FW’는 스웨덴 영화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2008년)이 그려낸 소년과 소녀의 피로 뒤덮인 사랑이 출발점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일러스트로 콘셉트를 잡은 김민주는 영화 속 뱀파이어 소녀 엘리와 엘리를 사랑한 소년 오스칼을 각각 버팔로와 토끼로 표현해 잔혹동화를 잔혹하지 않게 펼쳐냈다.

김민주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지만 소녀가 뱀파이어라 무섭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뿔이 달린 버팔로로, 소년은 토끼로 표현하고, 최대한 작게 그려 시각적으로 공포감을 주지 않게 했습니다”라며 이번 시즌 옷 곳곳에 수놓은 작은 일러스트에 관해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소년이 자신이 방어하기 위해 들고 다는 칼 같은 소품도 일러스트에 추가하고 무섭지 않은 풍경은 크게 표현해 옷 하나하나가 영화 속 장면인 듯 펼쳐냈다.

스토리를 이해하고 나면 옷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레이저 커팅 한 인조가죽 소재의 민소매 원피스는 비현실적인 몽환적 느낌으로 이번 시즌 스토리텔링에 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풍성한 벌룬 소매의 A라인 원피스는 로맨틱 무드와 블랙 화이트 레드 컬러의 충돌과 조화가 교차하면서 뱀파이어 소녀라는 이중성과 절묘하게 합치돼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불을 연상하게 하는 소재와 패딩은 작게 표현된 일러스트가 더해져 재킷과 스커트의 슈트, 원피스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완성돼 잔혹함을 잊게 하는 몽환적 포근함을 선사했다.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원피스가 눈길을 끌었다. 소녀 감성을 대변하는 아이템으로서 원피스는 점프슈트, 앞치마 등 미성숙한 소녀가 주는 순수함을 담아내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민주킴은 창의적 사고의 유통기한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매 시즌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김민주가 매번 차별화 된 설득력 있는 ‘다름’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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