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 이수진 감독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아요” [인터뷰]
- 입력 2019. 03.21. 16:15:46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불친절한 영화라고 포장되면 안돼요….”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후 여러 반응들이 나왔다. 대부분 이수진 감독이 영화 곳곳에 숨겨놓은 메타포, 제한적인 정보 전달로 인해 ‘어렵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이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수진 감독은 이와 같은 반응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14년 영화 ‘한공주’로 장편영화 데뷔에 성공한 이수진 감독은 차기작으로 ‘우상’을 들고 나왔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해 낮은 톤을 유지했던 ‘한공주’처럼 ‘우상’ 역시 스릴러 장르로 비슷한 분위기로 극이 전개된다.
이와 함께 극이 시간 순서대로 전개됨에도 메타포와 사건들을 단 번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가령 유중식(설경구)의 아들인 부남과 신혼여행을 떠난 조선족 련화(천우희)가 왜 도망치듯 사라졌는지, 교통사고의 목격자인 련화를 협박 혹은 살해하기 위해 납치한 구명회(한석규)가 련화의 말을 듣고 주저하는 이유 등이 영화의 말미에 설명이 되나 여러 번 곱씹은 후에야 실마리가 풀린다.
“불친절하다고 포장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보면 생각보다는 그렇게 낯설지 않게 영화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대부분의 관객들은 배역에 이입을 해서 따라가면서 영화를 보는데 사실 ‘우상’은 그렇지 않아요. 한 인물에 집중하지 마시고 세 인물을 바라보면 흥미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약간의 익숙하지 않은 낯섦이 있지만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낯섦이 있는 ‘우상’의 시나리오는 ‘한공주’보다 먼저 탄생했다. 단편 영화를 주로 제작하던 이수진 감독은 훗날 장편영화로 데뷔할 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것이 ‘우상’으로 탄생하게 됐다.
“단지 아버지가 아니라 ‘나’의 아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어요. 권력도, 권위도 없는 일반 소시민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다가 시작이 됐어요. 이게 유중식이 된 거죠.”
정신지체를 가진 아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유중식은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고 절망에 빠진다. 반면 구명회는 아들이 낸 교통사고로 인해 자신의 정치 인생이 흔들리게 되고 유중식과 달리 부성애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일부러 구명회와 유중식을 대립해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우선 둘만이 아니라 구명회, 유중식, 최련화까지 차별화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구분지어서 보여주기 위함이었어요.”
구명회, 유중식, 최련화의 사회적 신분을 비교해본다면 명확하게 수직관계를 형성한다. 유중식은 구명회에 비해서 낮으나 최련화와 비교하면 우위에 서있다. 더불어 세 인물 중 가장 높은 서열인 구명회는 오히려 자신의 모친에게 압박을 당한다.
“구명회의 모친은 구명회를 위로해주는 척 하면서 속을 팍팍 긁는 캐릭터예요. 그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우상’이 무협이나 액션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가장 상위 층에 있는 인물이 명회의 모친이에요. 가장 센 구명회의 모와 독한 최련화가 만나면 묘한 시너지가 발휘 될 것 같기도 했고요.”
이수진 감독은 절대 나약하지 않은 최련화 역에 천우희를 캐스팅했다. 천우희는 이수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한공주’에 출연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자신의 두 작품에 연이어 캐스팅하기에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았을 터다. 더불어 베일에 가려진 채 사라진 련화를 기성 배우가 맡으면 영화 홍보를 위해 전면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어 이수진 감독은 캐스팅 초기단계엔 ‘신인 배우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고 밝혔다.
“저는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를 연상하지 않고 써요. 처음에 련화의 역할로는 시나리오를 돌리지도 않았죠. 저의 입장으로서는 련화를 최대한 숨겨놓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결국엔 련화를 맡을 수 있는 배우가 천우희 밖에 없었어요. 천우희도 ‘저 말고 다른 배우는 안할걸요?’라고 농담으로 말하긴 했어요.(웃음) 결과적으로 천우희가 합류하면서 더욱 단단해졌죠. 사실 천우희 배우도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을 테지만 이상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우상’에 출연한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는 모두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설경구는 이수진 감독의 집요한 연출 욕심을 전했고 이를 이미 ‘한공주’에서 겪어본 천우희는 “‘원래 그런 분’이라며 넘어갔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이수진 감독은 웃으며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움에 대한 어려움,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상’같은 경우에는 세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은 없었을 거예요. 구명회와 유중식 모두 감정을 유지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저는 굉장히 좋게 생각해요. 내공이 어마어마한 한석규, 설경구 선배님이 치열하게 고민하시고 열중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셨기 때문에 감사하죠.”
이수진 감독은 끝으로 ‘우상’의 관전 포인트를 “타이틀에 집중하지 말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영화가 시작될 때 제목이 뜨는 것과 달리 ‘우상’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에 영화의 제목이 등장한다. 이는 제목이 주는 의미를 처음부터 생각하면서 관람하기보다 영화가 끝난 후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우상은 영화의 말미에 나와요. 장르영화로서 봐주셨으면 좋겠고 ‘우상’이라는 타이틀이 뜰 때쯤에 ‘이 영화의 느낌이 어떠한 가’를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운이 남는다면 천천히 되짚어보면 관객들 마다 재밌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해석이 맞고 틀린 게 아니니까요. 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지난 20일 개봉한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