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악질경찰', 치열하게 찍었다…먹먹함 안고 갔으면" [인터뷰]
입력 2019. 03.22. 08:45:55
[더셀럽 안예랑 기자] “정말 치열하게 찍었다”

19년차 배우 이선균에게도 ‘악질경찰’은 쉽지 않은 영화였다. 민감한 소재를 다뤘고, 영화에 담긴 진심을 왜곡 없이 관객에게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이선균은 매 순간 미안함을 간직한 채 촬영에 임했다. 재미도, 메시지도 놓칠 수 없었기에 두 편의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다고. 어느때보다 치열한 현장이었기에 2년 만에 개봉한 ‘악질경찰’은 이선균에게 뭉클함을 남겼다.

최근 서울시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불법은 사주하는 악질경찰이 폭발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뒤 더욱 거대한 악에 쫓기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악질경찰’은 안산 단원구를 배경으로 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지명을 시작으로 영화는 곳곳에서 세월호를 이야기한다. 세월호는 단순한 소재에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세월호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상업영화의 틀을 세웠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때도 있었다.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 소재 때문에 ‘악질경찰’ 출연을 주저했던 배우도 있었다.

“정권이 바뀌기 전이었다. 블랙리스트가 올라오기 전이지만 서로 눈치를 보던 시기였다. 이야기하기가 두려웠던 시기였던 것 같다. 주저하신 분들도 있었을 거다. 내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세월호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크게 아우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저보다는 감독님, 제작하시는 분들이 용기가 필요했을 거다. 그 분들의 진심을 알기에 뭉클하기도 하다”

오는 4월, 세월호 참사는 5주기를 앞두고 있다. 세월호를 소재로한 상업영화의 개봉 소식은 우려의 시선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는 끝나지 않은 현재의 이야기였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이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웠다.

“책임감, 부채의식이 있었다. 당시에는 모든 국민들이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을 것 같다. 조금 더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간직하고 영화를 찍었다. 하나 우려했던 것은 상업 영화에 세월호 이야기가 들어가다 보니 관객들이나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소재를 상업 영화에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제일 힘드셨던 것 같다”


이선균이 연기한 조필호는 경찰이지만 비리, 불법, 폭력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인물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고등학생 미나(전소니)와 만나고 거대한 악과 대립하며 내면적 변화를 겪는다. 그러나 변화가 있기 전 조필호는 약자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거친 욕설을 뱉는 악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는 좀처럼 섞여들지 않는다. 이선균은 캐릭터의 당위성을 챙기기 보다는 후에 있을 각성의 파급력에 집중했다.

“당위성을 챙길 게 없다. (캐릭터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해 당위성을 갖는다는 건 없었다. 조필호라는 역할이 그런 거기 때문에 약자를 때리는 것도 나쁜 악질 경찰이 자기 앞가림이 급하다보니 했던 행동이라고 생각을 하셔도 될 것 같다. 그런 인물이 각성하는 게 더 파급력이 크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악질경찰’ 속 비리경찰, 더 악한 인물과의 대립, 긴장감 넘치는 육탄전과 추격전을 보고 있으면 기시감이 들기도 했다. ‘악질경찰’은 이선균의 대표작 ‘끝까지 간다’를 떠올리게 했다. 이선균은 “겹쳐보이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두 캐릭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끝까지 간다’와 비교를 많이 하신다. 액션도 생활 밀착형이라고 하는데 그런 게 겹쳐 보일 거라고 예상을 했다. ‘끝까지 간다’ 때는 경찰이라는 본문에 가까웠다. 고건수는 나쁜 경찰이었지만 어떤 사건을 헤쳐 나가려는 인물이었다면 얘는 말만 경찰이지 범죄자다. 경찰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산 뒷골목을 돌아다니는 양아치처럼 보이면 좋겠다 싶었다”

‘끝까지 간다’에서 조진웅과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였던 이선균은 이번 작품에서도 박해준과 추격전을 펼친다. 극 중 미나는 폭발 사건의 범인이 조필호가 아닌 태성그룹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조필호와 태성그룹의 오른팔 권태주(박해준)는 각자의 이유로 미나를 찾아 다닌다. 결국 두 사람은 미나의 집에서 맞닥뜨린다. 이후 펼쳐지는 액션신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합을 맞추는 것보다 체력 훈련을 하려고 간 경우가 많았다. 저는 잘 맞는다. 맞는 것에 대한 반응이 좋다. 영화에서 많이 해봤기 때문에(웃음). 온 몸에 알이 배기고, 타격을 당하고, 쵸크를 당하고 그런 장면들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워낙 액션 설계를 잘 해주셔서 그만큼 성취감이 컸다. 너무 힘든데, 힘든 걸 만들어 놓을 때 오는 성취감이 컸다”

박해준과 이선균은 벌써 세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배우로서도 인연이 길지만 두 사람은 한예종 선후배 사이이기도 했다. 이선균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박해준을 극찬하며 부러움을 표했다.

“해준이랑 1년 차이인데 학교에서 작업을 한 적은 없다. 졸업하고 영화를 찍고 하면서 가까워졌다. 전 해준이를 되게 좋아하고 부러워한다. 얼굴에서 나오는 느낌이 너무 부럽다. 해준이가 굉장히 샤이(Shy)한데 연기만 하면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학교 다닐 때는 해준이가 악역을 할 줄 몰랐다. 놀라웠다.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진한데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 이국적인데 굉장히 담백하고 좋은 마스크를 가진 독보적인 배우다”


신예 전소니도 이선균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소니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뒤 치유 받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사는 미나로 분했다. 전소니는 미나가 가진 어른에 대한 배신감, 상처, 울분,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완벽하게 관객에게 전달했다. 이선균은 전소니에 대해 “‘악질경찰’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너무 훌륭한 배우가 나온 것 같다. 감독님이 처음에 그 친구랑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은 배우에게 타이틀롤을 맡긴다고 해서 궁금했다. 얼굴에서 주는 이미지가 묘하더라. 신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차분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똑똑하다. 유식하고 이런 게 아니라 자기를 솔직하게 잘 표현하는 친구다. 배우에게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은 소니의 등장이 아닐까”

이선균은 전소니를 보면서 자신의 신인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2001년 뮤지컬 ‘로키호러쇼’로 데뷔한 이선균은 19년차 배우가 됐다. ‘하얀 거탑’ ‘커피 프린스 1호점’ ‘파스타’ ‘나의 아저씨’ 등 많은 이들의 ‘인생작’이 이선균의 연기에서 탄생했다. 그런 그에게도 신인 시절은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거의 1년 동안은 매번 좌절했다. 한 번이라도 내가 만족하는 걸 하고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 시트콤, 단막극을 찍으면서부터 조금 씩 무언가 도전하고 싶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다는 게 큰 힘이 됐고, 운 좋게 좋은 작품을 하게 됐다”

‘악질경찰’에서는 날이 선 거친 모습을 보여주는 그였지만 한 때는 부드러운 매력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커피 프린스 1호점’ 최한성과 ‘파스타’의 최현욱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선균은 로맨틱 코미디에 다시 도전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제가 40대 중반인데 들어오겠냐”며 “저도 어리고 예쁜 친구들이 알콩달콩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당시의 기억은 이선균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너무 좋은 추억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할 때를 돌이켜보면 너무 좋다. 그해 작품을 생각하면 그 해가 기억이 나는데 ‘커피프린스 1호점’ 찍을 때 그해 여름은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던 것 같다. 작품을 찍으면 그때가 다 기억이 난다. 2019년에 ‘악질경찰’도 했고 앞으로 나올 영화도 있고, 이런 것들이 2019년을 대변할 것 같은데 잘 채워나가고 싶다. 달력을 보면 좋은 그림들이 있지 않냐. 좋은 그림들로 채워나가고 싶다”

이선균은 2019년을 '악질경찰'로 시작했다. 4월에는 영화 '킹메이커:선거판의 여우' 촬영에 돌입한다. 5월에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 영화 '기생충'이 개봉한다. 11월 방영 예정인 JTBC 드라마 '검사내전' 출연을 확정 짓기도 했다. 올해 달력은 4개의 작품으로 채워질 듯 했다. 그 첫 장인 '악질경찰'은 이선균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정말 치열하게 찍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감독님도 영화를 두 편 찍은 것 같다고 하셨다. 감독님도 고민을 많이 하셨고 어느 현장보다 치열했다. 웃고 즐기고 화기애애해서 좋은 게 아니라 우리가 노력한 모습 때문에 애정이 간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 드릴 때마다 가장 치열하게 찍었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는 거다”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의 고민과 진심이 담겼다. 상업 영화 속 세월호 소재를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선균은 “일단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장르적 재미도 분명히 있다. 재미를 추구하면서 추모하는 영화다. 그리고 한 번 더 그 사건과 일에 대한 의문, 질문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 재미있게 보시고 먹먹함을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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