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 “박인환 선생님 보며 또 다른 다짐했어요” [인터뷰]
- 입력 2019. 03.25. 14:46:56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막장’ 우려를 보란 듯이 엎었다. 시청률 면에서나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 등 다방면에서 호평 받은 ‘왜그래 풍상씨’. 그 중심에서 드라마를 이끌어간 배우 유준상이 우려의 시선을 날려버리고 웃음 지었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에서 이풍상으로 열연을 펼쳤던 유준상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 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드라마다. 첫 방송 6.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22.7%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준상의 KBS 복귀는 약 7년만. 그는 지난 2009년 방송된 ‘태양은 가득히’에 이어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 그리고 ‘왜그래 풍상씨’까지 KBS에서 3연타를 성공했다.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실감하듯 유준상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 피어있었다.
“처음 들어온 대본은 4부까지였어요. 캐스팅되는 몇 명을 보면 ‘너무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풍상이에게 푹 빠져 지냈던 거 같아요. 문영남 작가선생님이 전하려고 하는 의도가 정확하게 있었어요. 또 많은 배우들이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고군분투했죠. 독기를 품고 하는 게 느껴졌어요. 누구하나 현장에서 소홀히 하는 사람이 없었죠. 모두가 모이는 신에서 풀샷으로 찍는데 12페이지정도를 한 명도 NG를 내지 않았어요. 오지호 씨도 ‘이렇게 대사하면 어떡하냐. NG 좀 내라’라고 할 정도였어요.(웃음)”
본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왜그래 풍상씨’ 출연진들은 매일 모여 대본연습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니시리즈에서 대본 리딩을 하고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 하지만 유준상은 진형욱 감독과 문영남 작가가 잘 이끌어준 덕분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드라마 초반, 작가선생님과 방과 후 수업을 했어요. 촬영이 끝나도 남아서 연습했죠. 지호는 울면서 대본연습을 했어요. 연습이 실제 연기처럼 된 거죠. 주말드라마는 방송 마지막까지 연습이 가능해요. 미니시리즈는 현장이 급박하기 때문에 사전제작이 아닌 이상 중간에 연습을 못할 수밖에 없죠. 저희들은 ‘이 정도까지 연습했는데 포기할 수 없다’라면서 오전, 오후 나눠 연습하고 촬영장에 갈 정도로 리딩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전우애가 생겼죠. 짧은 3개월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유준상이 없는 ‘왜그래 풍상씨’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사고치는 동생들의 뒷수습을 하느라 바쁜 이풍상을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 특히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혹독한 체중감량을 실행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암환자가 된다는 설정에 조금씩 덜 먹기 시작했어요. 아팠을 때는 아예 먹지 않았고요. 현장의 스태프들이 미안해할 정도였죠. 조금씩 먹어도 쌀, 탄수화물은 아예 안 먹었어요. 3~4kg정도 빠졌던 거 같아요. 소리 지르고 울어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앞서 ‘왜그래 풍상씨’는 ‘막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클럽’ ‘왕가네 식구들’ 등 작품에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와 설정 때문에 문영남 작가는 ‘막장 드라마의 대가’라고 불렸다. ‘왜그래 풍상씨’ 또한 진상 캐릭터의 향연과 신파가 어우러진 드라마일 것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온 바 있다.
“저희들끼리도 얘기했어요. 삶의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막장이라는 말이 마지막에 몰린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예요. 풍상이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동생들에게 해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어요. 풍상이는 진심으로 동생들에게 미안하다 했고, 순간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결국 받아주는 게 우리 이야기의 포인트였죠. 나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상대방은 안 좋은 기억만 기억할 때가 있어요. 마지막에 풍상이가 했던 ‘입장 바꿔 한 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와’라고 한 것도 자기가 했던 것, 당했던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갭이 너무 컸던 거죠. 결국 마지막에는 풍상이의 화해를 통해 하나씩 실마리를 찾은 거예요. 저도 작품을 통해 많은 걸 느끼게 됐고,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게 어떤 건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본 계기가 됐어요.”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왜그래 풍상씨’. ‘이것이 답이다’라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짐인줄 알았던 가족도 모이면 결국 힘이 된다는 메시지는 확실히 전했다. 유준상 역시 ‘가족은 힘이다’라는 말에 공감했다.
“마지막에 풍상이의 ‘동생들은 짐인 줄 알았는데 날 살게 한 힘이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중이(김지영 분)가 아빠 풍상이에게 한 행동을 보면 알잖아요. 아빠 말을 안 듣는 것 같은데 다 기억하고 있어요. 제 아이들도 그래요. 저는 아빠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더 느껴요. 작가선생님도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간 거죠.”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유준상. 데뷔 25년차, 어느덧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섰다. 반백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인 만큼 드라마 영화 활동을 비롯해 공연, 음악 등 다방면에서 활약할 유준상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박인환 선생님이 쫑파티 때 ‘너희들에게 너무 고맙다. 독을 품고 하는 모습들을 보고 열심히 했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얘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화장실에서 대본을 외우고 있는 모습을 본 적 있어요.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선생님도 저렇게 NG를 내지 않으려고 화장실에서 대본을 외우시는데 저도 또 다른 다짐을 하게 됐죠. 곧 공연 ‘그날들’을 시작해요. 11월쯤엔 새로운 뮤지컬을 하죠. 그 중간에 새로운 작품을 할까 고민 중이에요. 100세 시대이기 때문에 스스로 폭을 넓히려고 해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관리를 잘해야겠죠.”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무액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