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질경찰' 박해준 "권태주, 등장만으로 섬뜩한 악역…연민도 느꼈다" [인터뷰]
- 입력 2019. 03.26. 17:25:45
- [더셀럽 안예랑 기자] 박해준이 또 하나의 악역을 필모그래피에 더했다. 전보다 탄탄해진 서사와 높아진 긴장감이 '악질경찰' 속 권태주를 말해줬다.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폭발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영화다. 박해준은 ‘악질경찰’에서 조필호와 미나(전소니)의 뒤를 쫓는 태성그룹 정이향 회장의 충직한 오른팔 권태주로 분했다.
그의 작품 목록에는 선 굵은 악역들이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 ‘화차’(2012)를 시작으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독전’(2018)속 박선창까지. 그 중에서도 ‘악질경찰’ 속 권태주는 작품 전개 속에서 큰 비중을 가진 악역이었다.
박해준은 “큰 롤을 가지고 악역 연기를 했던 게 처음이었다.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더 독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면서 “등장만하면 무섭고 섬뜩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악질경찰’ 속 악역의 포인트를 전했다.
권태주는 태성그룹의 오점을 덮기 위해 많은 사람을 죽였고, 더러운 일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그의 자리는 한 번의 실수에도 위태로워졌다. 권태주가 저지른 단 한번의 실수에 태성그룹 회장 정이향은 “니가 다 독박 쓰고 깜빵가게 생겼다”며 가벼운 태도로 그를 대했다. 박해준은 그런 부분에서 캐릭터를 향한 연민을 느꼈다.
“저는 역할 할 때 항상 뒤에 다른 결이 보이는 역할을 좋아한다. 태주 역할도 악당이지만 관객들 중 몇몇은 그 인간에게서 연민을 느낄 수 있겠다는 게 중요했다. 갖은 더러운 일을 했을텐데 한 가지 오점을 남겼을 때 회장으로부터 ‘깜방가겠네’라는 말을 듣는다. 하나의 희생물이라는 걸 느꼈다. 또 권태주는 삶을 우습게 보지 않고 처절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래에 있는 친구들에게 협박을 할 때도 저는 슬프게 느껴졌다. 저 인간 주변에 정말 아무도 없겠다. 외롭겠구나”
그러나 관객들에게는 연민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영화를 찍고 나서 기간이 조금 지났다. 다시 영화를 보니까 연민을 가질 만한 부분이 있고 가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더라”며 “이래놓고 내가 관객들에게 연민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더라. 영화를 보고 나서 태주는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생각을 전했다.
박해준의 악역은 역사가 길었다. 그의 악역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2012년 작품 ‘화차’가 있었다. 그는 ‘화차’에서 냉혈한 사채업자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박해준은 “사실은 그때가 진짜 제일 날 것처럼 보이는데 저도 그 캐스팅이 의외였다”며 자신의 악역 역사를 설명했다.
“그때 ‘악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라는 욕망이 있을 때였다. 변영주 감독님이 제 조용조용한 모습을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사채업자를 맡겼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라는 영화에서도 악당 아빠들 중 한 명이었다. 그때는 내 나름대로 분노와 슬픔을 가지고 있는 악당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 중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에선 수영강사 광수로 분했던 영화 ‘4등’(2016)은 특별히 고마운 영화였다. 박해준은 “‘4등’의 광수 역할이 ‘태주를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확신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그 영화를 보고 이정범 감독님이 저를 찾았으니까. 그러고 나서 ‘독전’도 그렇고 영화에서 큰 롤로 캐스팅 되기 시작했으니 저는 ‘4등’이 고마운 영화인 것 같다. 좋은 걸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악역의 시초였던 ‘화차’는 ‘악질경찰’에서 호흡을 맞춘 이선균과 함께 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에 이어 ‘악질경찰’까지 세 작품을 함께 했다. 이선균은 박해준의 대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박해준은 “속으로 되게 동경했던 형이었다”며 이선균과 만남에 만족감을 표했다.
“‘화차’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악질경찰’은 ‘나의 아저씨’ 들어가기 전에 찍었다. 따지자면 두 번째 작품이었다. 사실 속으로 되게 동경했던 형이었다. 상대역으로 나오니까 고마웠다”
박해준과 이선균의 액션신은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멋있는 액션보다는 진짜 같은 액션을 하자는 건 작품에 참여한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들의 의도대로 ‘악질경찰’ 속 권태주와 조필호의 액션은 날 것의 느낌이 가득했다. 액션 훈련을 할 때도 암바, 주짓수, 유도 등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을 주로 연습했다.
“이선균이 연기를 받아주는 유연함이 너무 좋았다. 그걸 내가 다른 식으로 받아줄 수 있게끔 던져주시니까 호흡은 너무 좋았다. 몸으로 부딪히는 것도 형은 정말로 유연하게 몸을 움직여서 액션을 하니까 훨씬 더 리얼하게 보였다. 저는 정확한 합을 맞추려고 하는데 형이 받아주면서 뭉개지고 진짜처럼 보이게 되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상처를 지닌 미나를 연기한 전소니의 연기에도 극찬을 전했다. 그는 “저보다 훨씬 더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고 집중을 더 많이 하는 배우였다. 눈빛이 굉장히 단호하지 않냐”며 “전소니가 나오는 장면을 모니터 하고 있으면 그 얼굴이 정말 좋은 거다. 이 영화가 잘 되면 얘는 다시 못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양한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는 박해준은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와 ‘힘을 내요, 미스터리’(감독 이계벽) 개봉을 앞두고 있다. 상반기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촬영도 진행 중이다. 박해준은 차기작들에 대해 “이번 작품과 같은 악역은 아니다. 지금의 저랑 더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볍다기보다는 별 생각 없이 살고 있는 모습도 있다”고 말해 다채로운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작년 중반 이후부터 쉼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는 박해준은 ‘아스달 연대기’가 끝나면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화차’로 스크린 데뷔를 한 이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16작품에 출연했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와 만난 작품도 다섯 작품이었다. 이제는 박해준이 메인에 선 작품을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이날 박해준은 영화 포스터를 박해준의 얼굴로 채울 날이 얼마나 남았겠냐는 질문에 “한 5년 내로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연 하시는 분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걸 보면 저 자리에 못 가겠다 싶다가도 어쩔 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표현을 하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면에서는 욕심이 난다. 두 가지가 다 있는 상태다. ‘악질경찰’ 같은 주인공, 조필호 같은 역할이 들어오면 꼭 주연을 하고 싶은데 그게 시켜줘야 말이다(웃음). 몇 년 내로, 한 5년 내로 됐으면 좋겠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