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질경찰' 전소니 "내 마음이 부끄럽지 않게, 진심을 가지고" [인터뷰]
- 입력 2019. 03.27. 21:14:17
- [더셀럽 안예랑 기자] 세월호를 담고 있는 상업영화 ‘악질경찰’, 그 안에 배우 전소니가 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마음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했다는 말에서 그의 진심과 고민이 엿보였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에 출연한 배우 전소니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폭발 사고의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오른 조필호는 위기에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쫓던 중 폭발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전소니)와 엮이게 되고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전소니는 2014년 단편 영화 ‘사진’으로 데뷔했다. 단편영화, 독립영화 위주로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아왔다. ‘악질경찰’은 전소니의 첫 상업영화였다. 이정범 감독은 전소니가 출연한 독립영화를 보고 전소니를 캐스팅했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길을 선택한 건 아닐까. ‘악질경찰’은 상업영화 최초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삼았다. 섬세하고 깊은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특히 전소니가 연기한 미나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상처를 안은 인물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전소니는 ‘악질경찰’ 캐스팅을 한 차례 거절했다. 캐스팅 제의를 받은 그를 엄습한 것은 막중한 책임감이었다.
“이 인물이 내가 해왔던 역할보다 너무 크다거나 ‘내가 벌써 주연을?’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내가 해도 될까. 내 마음이 부끄럽지 않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이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때는 자신이 없었다. ‘내 몫이 아닌가보다’ 싶어서 거절했다”
거절한 뒤에도 ‘악질경찰’을 쉽게 떨칠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나라는 캐릭터였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 중 기시감이 가장 적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상업영화가 가지는 파급력이었다. 독립 영화를 찍을 때 영화가 담고 있는 사회적 이야기들을 더 많은 관객과 나누지 못해 아쉬웠다고.
“미나는 다채로운 면을 가지고 있다. 가지고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표현하고 행동한다. 그 부분이 너무 좋았다. 작품을 다시 보면서 ‘내가 진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영화가 관객들에게 잘 도착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부담감과 책임감만 느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무엇보다 이 시도가 부족하고 서툴러서 관객 분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어디에서나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상업영화로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가치있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소재와 관련된 영화, 책등을 봤고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고민했다. 전소니는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내가 해야 하는 몫에 집중했다. 매일매일 어떻게든 최선을 다했다. 내가 잘못 이해하면 안 되니까. 매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에서 미나는 턱선에 맞춰 깔끔하게 떨어지는 단발머리에 체육복을 입고 등장한다. 체육복은 미나가 안고 있는 친구와의 추억이자 상처였다. 깔끔한 단발머리 또한 미나의 상황과 환경, 친구를 잃은 상처를 고려해서 탄생한 결과였다.
“처음에 감독님이 생각하신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걸 저한테 가져오기에는 이질감도 있고 인위적인 느낌도 있었다. 헤어스타일도 조금 더 거칠었는데 깔끔하게 정리하는 걸로 갔다. 이 친구가 멋을 부리고 이런 여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옷은 사실 이 인물에게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외모를 구현하는 건 논외였다. 저는 미나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소니를 비롯해 영화에 참여한 이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치열하게 작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장면이 의도한 대로 관객에게 전달될 수는 없었다. 미나의 마지막처럼 말이다. 친구를 잃은 슬픔과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던 미나는 어른들에게 그 어떤 위로도 받지 못했다. 나쁜 어른들을 향해 울분을 터트렸고 자신을 내던졌다. 그 모습이 후에 조필호의 각성으로 이어지며 여성 캐릭터가 소모적으로 그려졌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소니는 “저도 여성 캐릭터가 소모적으로 쓰이는 건 싫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저는 미나의 결말이 각성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사람마다 다르다. 미나에게 있어서 그 힘은 책임감이었을 거다. 자신의 힘으로 내 사람들을 지키고자 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나는 자신이 놓쳤던 사람들을 생각했고, 앞으로도 놓칠 수밖에 없다는 걸 실감했을 거다. 미나의 선택은 단지 각성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미나가 잃은 희망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전소니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보여줬다. 열린 마음으로 미나를 마주하려고 했다는 전소니. ‘악질경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그 누가 작품에 참여한 이들의 진심까지 의심할 수 있을까. 전소니는 ‘악질경찰’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이 영화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작은 영화를 할 때는 관객 분들을 만날 기회가 적지만 상업 영화보다는 호의적인 마음으로 오시는 것 같다. 상업 영화는 관객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잘 모르겠다. 이왕이면 아까운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다루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