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읽기] 라이프→닥터 프리즈너, 메디컬 기업 ‘컨버전스 드라마’의 리얼리티
- 입력 2019. 04.04. 16:50:15
- [더셀럽 한숙인 기자] 최근 방송가의 성공 키워드는 컨버전스다. 예능과 다큐멘터리, 드라마와 예능, 분야를 넘나드는 컨버전스, 즉 융합은 무한 반복되는 콘텐츠에 식상해 하는 이들에게 비슷한 소재로 전혀 다른 결과물을 끌어낸다.
JTBC ‘라이프’, KBS2 ‘닥터 프리즈너’
드라마 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 방영 3주 차인 지난 3일 10회 시청률이 15.4%를 기록한 KBS2 수목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는 의사를 타이틀롤로 하는 메디컬 드라마지만 전개되는 방식은 정통 메디컬 드라마와 맥을 달리한다.
영웅주의와 선을 그은 메디컬 드라마의 판도 변화는 지난 2018년 9월 종영한 JTBC ‘라이프’가 시발점이 됐다.
수많은 이권이 오가는 거대 이권 집단으로 병원을 다뤘던 ‘라이프’는 대기업이 인수 합병한 종합병원을 자원으로 계열사를 키우려는 야망을 거침없이 그려냈다. ‘닥터 프리즈너’ 역시 대기업 산하 종합병원이 교도소 내 의료과장과 공조 아래 정재계 인사의 형 집행 정지 및 피신처로 이용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메디컬과 기업 드라마의 컨버전스는 그간 이해할 수 없는 수술과정을 마치 종교 의식처럼 묘사하고 의사를 성자인 듯 그렸던 정통 메디컬 드라마의 과도한 聖적 허세를 걷어내고 그 자리를 현실감 있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웠다.
‘라이프’는 화물회사 대표로 강성 노조를 완벽하게 장악했던 입지전적인 그룹 내 최연소 전문 경영인 구승효(조승우)가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최대 수익과 고효율에 초점을 맞춘 기업 경영 방식을 도입하면서 겪는 갈등을 그렸다.
수익 절대론을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구승효는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처음이자 끝이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주경문(유재명), 예진우(이동욱)와 끊임없이 충돌하며 병원을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라이프’는 수술 퍼포먼스가 사라진 자리를 각자의 명분이 확실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 총괄사장과 의사들의 대립으로 채운 신선한 전개로 호평을 받았다.
‘닥터 프리즈너’는 영화로 치면 독립영화에 가까웠던 ‘라이프’와 달리 메디컬과 기업 드라마의 컨버전스라는 골격을 유지하되 여기에 느와르 요소를 가미해 상업영화 특유의 흥행성에 힘을 실었다.KBS2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 김병철, JTBC ‘라이프’ 조승우 이동욱 유재명
이 드라마는 두 명의 의사 나이제(남궁민)와 선민식(김병철)이 수많은 이권이 오가는 교도소 의료과장 자리를 둔 대립으로 시작해 정재계와 결탁된 종합병원 VIP 병동의 비리까지 파고든다.
나이제는 첫 등장에서 정통 메디컬 드라마의 영웅주의 포맷을 그대로 따랐지만 음모로 죄수가 된 이후 ‘악을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 악인이 돼야 한다’는 신념 아래 비리의 중심인물이 되며 반전한다.
최근 성공한 몇몇 드라마처럼 ‘닥터 프리즈너’ 역시 거추장스러운 로맨스는 찾아볼 수 없다. 그보다는 나이제가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주변 인물들을 빨아들이는 과정이 로맨스보다 더한 아찔한 희열을 준다.
메디컬 기업 드라마가 시작만큼 끝까지 성공을 보장할지는 미지수다.
‘라이프’는 구효상의 수익 절대론이 철저하게 상호 이익 증진이라는 논리 아래 전개되면서 설득력을 얻는 순간 기업인 구효상과 의사 주경문, 예진우가 너무 급하게 서로의 신념에 감화되는 성급한 전개로 아쉽게 마무리 됐다.
‘닥터 프리즈너’ 역시 악인으로 반전한 캐릭터인 나이제가 악인이라고 자처하지만 그럼에도 선인일 수밖에 없는 내적 한계를 얼마나 잘 조율해나갈지에 앞으로 성패가 달려있다.
컨버전스는 명확한 차별성이 없는 이도 저도 아닌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몇 드라마들은 위험을 감수한 시도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KBS2 ‘닥터 프리즈너’, JTBC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