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염정아 “늘 열심히 연기하고 있었어요” [인터뷰]
입력 2019. 04.05. 16:35:10
[더셀럽 김지영 기자] 꾸준함의 결과다. 1991년 데뷔해 쉼 없이 달려온 배우 염정아는 올해 상반기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로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영화 ‘미성년’에서도 염정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은 배우 김윤석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연출에 뜻이 있었던 김윤석은 이보람 작가가 쓴 연극 극본을 접하고 영화화하기로 결심, 영주 역을 염정아에게 제안했다.

김윤석과 염정아는 오랜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이나 사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함께 출연한 영화가 두, 세편정도 있었으나 함께 연기를 하는 장면은 없었다. 이에 김윤석은 염정아의 소속사를 통해 ‘미성년’의 출연을 제의했다.

염정아는 ‘미성년’의 시나리오를 읽고 단번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출연 검토하기까지는 일주일정도 시간이 걸리나 염정아는 하루 만에 출연의사를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미성년’의 시나리오를 읽고 김윤석과 매칭이 안 돼 궁금했고 완성도가 높아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가 일단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 보지 못했던 이야기 구조기도 했고요. 김윤석 선배님이 연출을 한다고 하니까 궁금함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결심하는 데 제일 컸어요.”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뺑반’에서 염정아는 윤과장 역을 통해 ‘걸크러시’를 선보였다. 이는 그가 주로 맡았던 모성애 강한 엄마 역과는 달랐고 그래서 더욱 애착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이번 ‘미성년’에서도 염정아는 주리의 모친 영주로 분한다. 매번 비슷한 듯 다른 엄마 역을 맡고 있으나 염정아에게 이는 우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계속 엄마 역을 맡아서 우려를 하는 건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요. 정말 엄마 아닌 역할을 맡은 게 별로 없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뺑반’은 너무 신선했었고, 오랜만에 멋있는 여자, 자기 커리어가 확실한 역을 한다는 것에 신이 났었죠. 사실 엄마 역만큼 편한 게 없어요. 다 똑같지도 않고 이번 ‘미성년’에서는 모정(母情)이 주가 아니고 영주 개인의 이야기어서 좋았어요.”

김윤석은 더셀럽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염정아가 출연한 영화 ‘오래된 정원’을 보고 염정아와 작업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데뷔 29년차인 염정아조차도 김윤석 앞에서의 연기는 무척이나 떨렸다.

“첫 촬영할 때 엄청 떨었어요. 김윤석 선배님이 워낙 연기를 잘는 배우니까 제 연기가 다 들통날 것 같고 ‘어떡하지’ ‘나 잘하는 줄 알고 캐스팅하셨을 텐데’라고 고민을 했어요. 첫 촬영하고 나서는 안 떨었어요. 김윤석 감독님이 제가 연기할 때 헷갈리는 부분들을 정확히 집어서 말을 해주셨죠.”

스크린과 브라운관 속 김윤석과 연출자 김윤석은 완전히 달랐다. 염정아까지도 김윤석의 섬세함과 다정함에 놀랐으며 배우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끔 배려를 해줬다. 더불어 염정아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부분은 풀어서 쉽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여러 가지 배려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굳이 안 해도 될 수고를 하지 않도록 해주신 게 많았죠. 배우출신 감독의 장점이에요. 제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서슴지 않고 의논할 수 있고 쉬운 단어로 이해하기 쉽게 제 입장에서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현장에서 작은 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고 배려해주셨어요.”



영화 속 영주는 평범한 가정에서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던 인물. 어느 날 윤아(박세진)의 한 마디로 인해 남편 대원(김윤석)이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실을 마주하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영주가 이해는 돼요. 저라면 영주처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영주는 자존감이 높고 모든 집안의 재산이 남편 이름이 돼 있어도 문제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는데 갑자기 큰일을 겪잖아요. 또 딸 주리(김혜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고. 그러면 영주처럼 행동하지 않을까요. 외면하고 싶기도 할 거고요.”

남편이 외도를 하고 대원과 내연관계인 미희(김소진)을 만나도 영주의 감정은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대원에게 말로 화를 내는 상황에도 극에 달한 분노보다는 속으로 화를 한번 억누른 후 말을 내뱉는다. 염정아가 전작 ‘SKY 캐슬’에서 맡았던 한서진 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감독님이 영주는 그런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설명을 해주셔서 저도 거기에 맞춰서 연기를 했어요. 대원에게 화를 내는 장면에는 상대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웃음) 현장에선 감독님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다른 연기를 해보라고 시키면 너무 좋았어요. 그건 저를 100% 신뢰하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영주는 미희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희를 처음 보자마자 화를 내지도 않고 미희가 입원 중인 병실에 죽을 싸들고 찾아간다. 그러곤 “갈 때가 없어서 왔다”며 미희의 끼니를 챙겨준다.

이는 자존감이 높은 영주가 축복받지 못한 출산을 한 미희를 보면서 안도감과 자존감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영주의 예상에서 벗어나게 미희는 너무나도 멀쩡하게 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모유로 옷이 엉망인 채로 있다. 영주는 미희를 보며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그 장면이 너무 중요한 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찍을 때 많이 부담스럽고 힘들었어요. 명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확정지을 수 없으니까 감독님도 정확하게 말씀을 못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번 테이크를 갔고 제일 담담하게 말한 것이 영화에 들어갔더라고요. 사실 감정이 올라와서 감독님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리셨어요.(웃음)”



염정아의 연기 인생에 방점을 찍게 해준 드라마 'SKY 캐슬‘은 그에게 선물 같은 작품으로 남았다. ‘SKY 캐슬’을 통해 한계를 깼다거나, 잠재력이 터진 것은 아니었다. 꾸준하게 늘 열심히 하고 있었기에 찾아온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모든 이들이 염정아의 다음 작품과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있으나 그는 “깔게 더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냥 인물이 달라 보이는 건 작품의 색깔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을 하면서 전과 비슷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죠. 저는 늘 무언가 계속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우연일 수도 있고 운이 좋아서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 같고요. 계속 열심히 해서 딱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를 만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염정아는 자신의 인생작을 ‘SKY 캐슬’이라고 꼽지 않았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미성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도 마찬가지였다.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봐야할 것 같아요. 지금은 뭐라고 감히 말할 수 없어요. ‘SKY 캐슬’을 깨는 작품을 만날 수도 있고 못 만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시청률을 깨는 작품은 힘들다고 하지만요. ‘미성년’도 마찬가지에요. 좀 더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어떨까 싶어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아티스트컴퍼니,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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