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어제를 '다시, 봄' , 감성에 물든 시간여행 판타지
입력 2019. 04.09. 10:59:17
[더셀럽 안예랑 기자] 사건이 아닌 감성으로 채운 시간 여행 영화 '다시, 봄'이 관객을 찾는다.

8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다시,봄'(감독 정용주)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다시, 봄'은 사랑하는 딸을 잃은 뒤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던 한 여자가 중대한 결심을 한 이후 하루씩 과거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 리와인드 무비다.

치매 노인에 의해 딸을 잃은 싱글맘 은조는 딸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결심한다. 그러나 죽음을 결심한 은조의 앞에는 끝이 아닌 하루씩 되감기되는 어제의 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과거로 돌아가며 삭막했던 은조의 삶에는 희망이 깃들기 시작한다. 겨울에서 가을, 여름을 지나 봄으로 가듯 은조는 자신의 딸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딸이 사망하던 날에 다다르고, 딸의 사망에 얽힌 진실을 두 눈으로 마주한다.

'다시, 봄‘은 은조의 삶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사건이 끝나고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아니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은 소중한 것을 되찾은 뒤 시간 여행을 끝마친다. ’다시, 봄‘은 보통의 시간여행 작품과 다른 전개를 택한다. 잃어버린 것을 찾은 뒤에도 시간여행을 멈출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은조의 시간은 딸의 죽음을 마주한 뒤에도 기약 없이 이어진다.

마냥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시간 여행이 계속되면서 영화의 분위기도 반전된다. 삭막했던 겨울 속에 살던 은조는 딸을 만난 뒤 줄곧 봄 속에서 삶을 이어나간다. 딸과의 추억을 한 번 더 만들고, 끝내 딸이 탄생하던 순간의 기쁨을 다시 겪는다. 그리고 은조는 딸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멈추고자 결심한다. 마침내 은조는 시간 여행의 키를 쥐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 지호민(홍종현)의 일상으로 들어간다.

정용주 감독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더 잘 살 수 있을텐데’라는 고민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그의 고민처럼 영화는 앞만 보고 달렸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잃어버렸던 소중한 존재와 감정들을 되찾는 과정을 담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과거로 돌아간 은조는 소원했던 동생 미조(박경혜)와 유대관계를 쌓아가고,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한다. 호민의 삶에도 변화의 손길을 건네며 위로한다.

영화는 이처럼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은조가 이미 지나온 하루, 하루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타인의 감정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을 선사한다. 차디찬 겨울 같은 비극에서 시작된 영화는 같은 배경 속에서도 따스함을 선사하는 봄으로 마무리가 된다. ‘다시, 봄’의 시간 여행은 벌어진 시간의 틈새 사이로 소중한 존재와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밀어 넣으며 관객에게 하루하루가 주는 행복과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간을 감성에 할애했을까. 이야기의 시작이자 큰 줄기가 됐던 사건의 기승전결이 초반부에 모두 마무리되고 큰 사건이나 반전 없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가 된다. 사건이 아닌 감성 위주로 흘러가는 시간 여행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면서 자칫 지루함을 줄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평범하게 느껴질 일상 속에서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 조차 수많은 어제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장치에만 그친다. 은조의 삶이 되돌아가는 동안 다른 캐릭터의 삶은 하루하루가 단절된 채로 그려지며 시간 여행 설정의 빈약함이 드러난다.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이 보완되고 개연성이 부여됐더라면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흥미 요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따뜻한 4월, 봄의 분위기를 닮은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줄 ‘다시, 봄’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다시, 봄' 포스터]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