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 김윤석 “개성 있는 작품 만들고 싶었어요” [인터뷰]
- 입력 2019. 04.09. 15:52:32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제가 만든 영화가 개성이 있었으면 했죠.”
배우 김윤석의 바람처럼 그의 첫 연출작 영화 ‘미성년’은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져 왔었던 불륜, 내연녀 등의 소재를 당사자인 어른들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17살의 고등학생인 자녀들이 해결하려고 나선다. 관객 혹은 시청자라면 너무나도 익숙한 소재지만 약간을 변주를 줬더니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미성년’은 아빠 대원(김윤석)의 외도를 목격한 주리(김혜준), 엄마 미희(김소진)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윤아(박세진)가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모범적인 학교생활로 착실하게 살아왔던 주리는 아빠의 외도로 엄마 영주(염정아)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하지만 비밀은 금세 탄로 나고 만다.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줄 알았던 ‘미성년’에 연이어 웃음이 터진다. 김희원, 이희준, 이정은 등 특별출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웃음을 선사하고 빠진다. 영화의 메시지는 25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된 신인배우 김혜준, 박세진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영화의 엔딩 또한 강렬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미성년’을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이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개성 있는 영화가 나왔으면 했다”고 연출과 기획의 목표를 전했다.
“잘 만든 영화, 못 만든 영화보다 중요한 것은 개성이다. 점점 개성이 없어지는 추세다. 미국 드라마나 많은 작품들을 공유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맞춰지는 지점들이 있는데 그런 느낌보다는 개성이 있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주변 감독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어차피 상업성은 알 수 없는 것이고 잡을 수 없는 실체니 진정성 있게 작품을 하려고 했다.”
영화 ‘극비수사’ ‘검은 사제들’ ‘1987’ ‘암수살인’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도맡아왔던 김윤석은 카리스마 눈빛 하나로 극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강한 면모를 주로 선보였으며 중후한 이미지였던 그가 여자배우들이 이끌고 가는 여성 영화를 첫 작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더불어 극에서 출연하는 남자 캐릭터들은 어딘가 엉성하고 남편으로서 혹은 가장으로서 완벽하지 않은 행동들로 실소를 유발케 한다.
“원작의 뼈대가 영화와 같은 톤이다. 여성인 이보람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로 발전시켰다. 제가 이런 분위기의 영화를 연출했다는 것에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저다운 작품이 나왔다고 한다. 나이도 들고 갱년기도 오고 하니까 기(氣)도 빠졌다.(웃음) 아무래도 영화 속에 강한 캐릭터의 인식이 강하게 남아서 그런 것 같다.”
‘미성년’의 강한 인상에 이끌려 작업을 시작한 김윤석 감독은 2014년부터 ‘미성년’의 극본을 고치기 시작해 개봉까지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보람 작가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후반편집까지 힘든 작업들이 이어졌다. 긴 시간동안 김윤석은 포기하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작가와 함께 발전시킨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연극의 첫 시작은 옥상이다. 어른들이 나눌 수 있는 대화를 고등학생으로 옮겨놓으니까 신선하더라. 애들이 하는 대화를 보니 기가 차고 웃기기도 하고. 어른들이었으면 어둡고 침침했을 것이다. 그리고 흔한 소재지 않나. 지금도 TV틀면 어느 채널에서 하고 있을 것이다. 이 흔한 소재를 다른 시각으로 들어가니 신선했다. 첫 연출로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윤석 감독은 ‘미성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어떤 사람은 잘못을 저질렀는데 술에 취해 코를 골면서 자고 잘못이 없는 사람은 가슴에 피멍이 생길 지언정 회피하지 않고 인간의 자존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의도처럼 영화 속에선 영주의 고해성사, 미희의 전화통화 등의 장면 등에서 각자 인물들이 마지막까지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이어진다.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고해소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영주, 대원의 말 한마디에 감정이 휩쓸리는 미희의 모습들은 이들의 내면 깊은 곳까지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네가 코를 골고 잘 때 이렇게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지키려고 살아간다’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해성사나 전화통화는 다른 이들 혹은 대원이 보지 못하는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지 않나. 이는 ‘미성년’을 만들면서 연출적으로 노렸던 지점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 미희는 대원에게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시작한다. 심지어 뱃속의 아기가 남자라는 사실에 더욱 든든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윤아에게 “너무한다”고 소리치며 아이처럼 ‘엉엉’운다.
“미희는 고등학생 때 윤아를 낳았다. 주변에서 얼마나 편견과 질타에 시달리며 살아왔겠냐. 미희는 삶을 즐겨본 적이 없다. 너무 시달리면서 살았고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미희가 아들을 임신해서 좋아하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딸하고 둘이서 살아오니까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들에 대한 반항이다. 역으로는 ‘남자가 믿음직하다고?’라고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 아이러니한 블랙 코미디를 넣었다.”
영화에선 성숙한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극 중 사건의 발단인 미희와 대원은 물론이거니와 영주도 어른스럽다고 말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더군다나 편의점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려는 불륜 커플, 윤아의 친부지만 철이 없고 노름에 빠진 박서방(이희준) 등 한심한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미성숙한 어른들과 성숙한 미성년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김윤석 감독은 ‘미성년’이라는 제목에 영화의 함축적인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고 했다. 그는 “성년은 운전면허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과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미성년’에 미는 아닐 미(未)도 있고 아름다울 미(美)도 있다. 성년은 죽는 날까지 배려를 하고 또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인이라면 이렇게 해야지’하는 건 성인이 아니다. 계속 깨어있고 무뎌지는 감각을 부지런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미성년이다’의 준말이 영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끝으로 김윤석 감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하고 촬영하며 후반작업까지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만족감을 내비치며 관람을 독려했다.
“2018년 4월에 크랭크업하고 개봉일이 정해지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개봉시기를 조절하면서 이렇게 됐는데 후반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저 같은 신인감독한테는 행운이다.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아직도 더 만졌어야하는 생각이 들지만 만족한다.(웃음)”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