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 불륜극의 재해석 "당신은 어떤 어른입니까" [씨네리뷰]
- 입력 2019. 04.10. 18:22:25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진정한 어른은 어떤 어른일까. 불륜을 통해서 성숙과 미성숙을 말하는 영화 ‘미성년’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맞습니까.”
영화 ‘미성년’은 ‘덕향오리’에서 회식을 하는 직장인들을 훔쳐보는 주리(김혜준)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평범한 회식인 듯 화기애애 이어지는 모임에서 주리는 초조하게 이들을 바라보고 마침내 자신의 아빠 대원(김윤석)을 포착한다. 대원은 미희(김소진)와 한 눈에 봐도 가까운 사이다.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주리와 미희의 딸 윤아(박세진)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미희의 배에는 대원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때마침 걸려온 주리의 엄마 영주(염정아)에게 윤아는 이러한 사실을 폭로한다.
잔잔한 물결처럼 이어져오던 네 사람의 인생에 대원이 큰 파장을 일으킨다. 잘못을 저지른 대원은 현실을 외면하고 도망가기 급급하며 미희는 수개월동안 품고 아들이라 기뻐했던 것과 달리 아이에 애정이 없다. 상처를 크게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영주 또한 정신을 다잡지 못한다.
배우 김윤석은 자신의 첫 연출작에서 각 캐릭터들의 기저에 깔린 심리를 명확하게 포착하고 스크린으로 옮겼다. 현실에서는 흔하디 흔하고 미디어에서도 숱하게 그려져 온 불륜 소재를 두 가족을 통해 이야기함으로써 내면을 들여다본다. 특히나 불륜의 당사자와 관련 인물들이 아닌 자녀들이 나서자 평범했던 소재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영화에서 캐릭터들의 심리변화는 곳곳에서 명확하게 전해진다. 대원의 불륜을 목격하고 긴장한 채 윤아를 만나러 가는 주리, ‘바람피우는 거 다 안다’는 문자를 받고 하루 종일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대원, 자신이 신발을 안 신은지도 모르고 스타킹의 올이 나갔다는 것도 모르는 영주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듯하다.
특히 영주와 대원의 말다툼, 영주의 고해성사, 대원과 전화통화를 하는 미희의 모습들은 롱테이크로 촬영해 세 인물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긴장감 또한 와 닿는다. 특히나 이러한 것들이 어딘가에 숨어있다거나 메타포를 이용해 표현하기 보다는 배우 본연의 연기로 표현해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로서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 것뿐이다’라는 탈무드의 명언처럼 영화는 어른스럽지 않은 어른들과 성숙한 아이들의 모습들이 대조를 이룬다. 사건을 무마하고 외면하기에 바쁜 어른들과 달리 미성년자인 주리와 윤아는 현실을 직시하고 마주한다. 또한 아무도 위해주지 않는 조산아를 주리와 윤아만 영원히 기억하고자 한다.
더불어 처음부터 성숙했던 윤아와 달리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주리가 이번 사건으로 하여금 점차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들이 짙게 그려진다. 이는 마지막까지 철없는 대원과 대비를 이루며 영화관을 떠날 때 ‘나는 어떠한 어른이었나’ ‘나는 성숙했는가’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윤석 감독이 “신인감독의 패기로 중견 배우들, 신인 배우들의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것처럼 네 배우의 연기는 조화롭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특히 500:2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자리를 꿰찬 신예 김혜준, 박세진은 신인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당돌함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흔한 소재에 변주를 준, 영화의 의미를 쉽게 풀어낸 ‘미성년’은 오는 11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미성년'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