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역고소 김기덕, 영화계 퇴출 요구", 영화계+여성계 한 목소리로 김기덕 규탄 (종합)
입력 2019. 04.18. 11:43:12
[더셀럽 안예랑 기자] 영화감독김기덕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성추행 폭로 피해자들에 대해 사과가 아닌 역고소로 대응하는 김기덕 감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여성계와 영화인들은 한 목소리로 김기덕의 퇴출을 요구했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의 주최로 김기덕 감독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MBC 'PD수첩' 박건식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전문위원 한유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배복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홍태화가 참석했다.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 및 성폭행 의혹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방송 이후 김 감독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하며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와 'PD수첩‘ 제작진을 무고와 출판물에 의한 무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3월 29일 김기덕 감독은 피해자와 'PD수첩'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지원 단체인 민우회에도 3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그 어떤 사과나 성찰 없이 영화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역고소로 대응하는 김기덕을 규탄했다.

이날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씨는 “지난해 김기덕 감독은 피해자와 ‘PD수첩’을 상대로 고소를 했고 법원은 불기소처분했다. 그러나 또 다시 10억 소송을 제기했다”며 “김기덕 감독의 고소가 진실을 전하려는 목소리를 막을 수 없다. 피해자의 편에서 연대하는 우리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홍태화 사무국장은 여배우A씨가 김기덕 감독에게 당했던 피해를 밝혔다. 그는 “뺨을 수차례때린 폭행죄, 성적 수치심이 있을 수 있는 촬영 장면을 강요한 죄, 무단 촬영장을 이탈했다고 하여 명예훼손한 점이 지난 2017년 영화인 신문고에 신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약 7개월에 걸쳐서 사건에 대한 사실 조사를 한 결과 뺨을 수차례 때린 것은 스태프들의 증언을 통해 입증됐고 시나리오상 어떤 부분에도 있지 않은 장면들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찍게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것도 여러 사실 조사를 통해서 이런 장면을 촬영했다는 걸 확인했다. 여배우가 무단이탈을 했다고 한 것 또한 녹취된 파일로 확인을 했다”면서 “이것을 근거로 피해자 분께서 고소고발을 했다. 피해자가 바란 것은 오롯한 사과였지만 김기덕 감독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홍 사무국장은 “김기덕은 여배우의 인권을 침해한 폭행죄가 유죄 판결이 났음에도 유바리 영화제에 초청을 받거나 모스크바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가해자 편에서 옹호했던 영화 제작자는 프로듀서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이에 반해 여성 피해자들은 실제로 영화계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손해배상 청구로 인해 수차례 병원에 입원했다. 가해자는 살아남고 피해자는 죽어버린 영화계가 한심하기도 하다”며 개탄했다.

이어 김기덕과 김기덕을 옹호하는 영화계 관계자들에 대해 “저희 영화계에서는 가해자와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고 사죄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영화계퇴출까지 요구할 것”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시사했다.

김기덕 감독에게 10억 손해배송을 당한 당사자인 ‘PD수첩’ 박건식 PD는 “여성이 인권이 아닌 접대 도구로 존재해왔다는 걸 느꼈고, 그 분야가 심했던 게 영화계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미투운동’이 촉발된 것도 미국 영화계였다. 유명한 영화배우들이 나서고 100여명이 고소를 했다. 스태프들도 다 나섰다. 그 결과 하비 와인스타인은 영화계를 영원히 떠났다”고 미국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의 영화제 행보가 활발하게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들으면 김기덕 감독이 승승장구할 때마다 초라해지는 걸 느낀다더라. 내가 그때 거부하지 않고 요구를 따랐어야 하나라는 후회까지 하신다더라. 해외 수상 소식, 출품 소식, 심사위원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자신들은 더 비참해지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더라”며 “가해를 한 분들이 승승장구를 하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피해를 입은 분들이 점점 떳떳하게 살고 가해자가 영화계를 떠나서 영화계가 제대로 되는 세상을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의 2차 피해 사례와 달라지고 있는 사회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 대표는 “저희가 3억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2017년 이후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 이어져왔다. 살아있는 권력인 그의 영향력 앞에 지나간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고 그와 운명을 같이한 이들이 목격한 것을 함구함으로써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이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피해자들이 2차피해에 놓여져 있는 게 현실이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남성 카르텔에 의해 보호받아왔던 안희정과 고은의 판결도 젠더 감수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들 또한 용기를 내고 있다”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3억 소송을 내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김기덕을 향해 “피해자와 지원단체를 위축시키려는 김기덕의 무책임한 행보를 좌절시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민우회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참여한 변호사들 또한 법률적 대응을 시작했다. 저희는 더 큰 목소리, 큰 연대로 김기덕 감독의 도발을 좌절시킬 것이다. 거짓으로 점철된 그의 행동이 얼마나 성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이었을지 확인시켜줄 것” 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상임대표 또한 김기덕 감독의 역고소 행태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가해자로 지목된 많은 최근의 흐름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나 개인을 대상으로 명예훼손, 위증, 손배소를 해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만약 명예 회복을 위해 역고소를 통해 출구를 찾고 있다면 그 출구의 끝은 더 큰 부끄러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날 성평등센터 든든의 한유림 전문 위원은 여배우A씨의 상황에 대해 “오랜 법정 싸움 속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다가 손해배상 소송이 다시 들어와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이어서 기자회견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서 “이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려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네 명예는 네가 훼손, 어디서 역고소냐” “김기덕은 역고소 말고 사죄하고 반성해라” “손해배상 청구액만 총 13억 고소남발 김기덕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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