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캅스' 라미란 "40대의 액션+여성 버디물,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인터뷰]
- 입력 2019. 05.08. 09:33:25
- [더셀럽 안예랑 기자] “영화 시작한 지 20년이 좀 넘었는데 첫 주연을 맡게 된 라미란입니다”
영화를 기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에서 라미란이 뱉은 첫 마디였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스크린에 데뷔한 라미란. 그 한 작품만으로 라미란은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이후 영화,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장르,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다작하는 대표 연기자가 됐다. 그리고 그가 드디어 상업 영화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라미란은 '생각지도 못한 과분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 기회가 왜 이제서야 찾아왔나 싶을 뿐이다.
최근 서울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걸캅스’에 출연한 배우 라미란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불법촬영물, 이를 막기 위해 뭉친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설의 형사 미영과 민원실로 쫓겨간 꼴통 현직 형사 지혜의 콤비 수사를 그린 작품이다.
‘걸캅스’는 라미란의 첫 주연 작품이다. 지난 2007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스크린 데뷔한 지 무려 15년 만에 영화 주연이라는 무거운 왕관을 쓰게 됐다. 라미란은 첫 주연작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해탈했다”고 밝혔다.
“대본 처음 받을 때부터 베이스가 주인공이어서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찍으면서 한 번 덜어내고 찍고 나서 한 번 덜어내고, 오픈할 때 되니까 다 내려놓게 되더라.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이게 상업영화이다 보니까 흥행이나 이런 것도 신경이 쓰이고 티켓파워 생각도 들고 무척 부담스럽고 책임감도 느껴지는데 많이 편해졌다”
라미란이 ‘걸캅스’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4년 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통해 인연을 맺은 제작자가 라미란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4년 만에 그 약속을 지켰다. 그것도 범죄 오락물의 주인공으로 말이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범죄 오락 액션 영화에 여성이, 그것도 48세의 중년 여배우가 등장하는 것은 신선한 도전이었다.
“어떻게 보면 경쟁이 치열한 상업 영화 중에서도 제일 경쟁이 치열한 오락물, 액션 영화. 아무래도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액션 해야되고. ‘이 나이에?’ 싶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캐릭터다.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액션을 보여주고 할 수 있는 정도에서 풀어나갔다. 날랜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니까 새로움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이것도 하나의 도전이지 않냐. 이 나이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게 폭이 많이 좁다. 거기다가 여자들이 나오는 버디물. 이런 걸 언제 해볼 수 있겠냐. 앞으로 이걸 계기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범죄 오락 액션물의 꽃은 액션이다. 라미란은 상반신만을 사용하는 레슬링의 일종인 그레코르만형을 주특기로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한다.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것이 많지만 한 방이 있는 라미란 표 액션은 라미란에게는 짜릿한 손맛을, 관객에게는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아무래도 액션 물인데 남자 배우들, 힘 잘 쓰시는 분이 하는 것보다 약해보일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고민과 부담이 컸다. 어떤 기준을 놓고 그것을 뛰어 넘어야 된다거나 그것만큼 해야 된다거나. 그런데 그건 틀린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더라. 성별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고. 그것에서 오는 차이들을 감수해야 된다. 별로 안 시원하다고 느끼시더라도. 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나는 악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다. 와이어 타고 특공 무술을 할 수 없는 거니까”
영화의 주축이 되는 것은 라미란과 이성경의 콤비 플레이였다. 올케와 시누이 관계에서 오는 갈등부터 민원실로 쫓겨난 지혜와 미영이 디지털 성범죄를 향한 분노와 울분으로 의기투합해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과정까지. 범죄를 겨냥한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는 유쾌했고, 끈끈한 연대감까지 느껴졌다.
“이성경 배우랑 저랑 시누이, 올케 관계에서 조금 더 으르렁 거리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편집이 되면서 밋밋하게 그려졌다고 하나. 식사자리와 민원실 왔을 때가 다일 거다. 그정도로 안 보였던 것 같다. 조금 더 으르렁 대고 그러다가 공조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내면에 있던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감정들이 나오는 건데 바쁘게 달려온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에는 빠질 수 없는 조력자가 있다. 민원실 직원이자 ‘욕두문자’의 달인, 숨겨진 능력자 장미다. 최수영의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수영은 ‘걸캅스’에서 라미란 못지않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자연스러운 욕설로 나오는 장면마다 폭소를 유발한다.
“수영 씨는 조금 의외였다. 첫 인상이나 이미지에 오는 느낌을 저는 소녀시대로 생각해서 (수영 씨한테는 캐릭터가) 조금 세지 않나. 할 수 있을까. 장미라는 캐릭터에 어울릴까 했는데 디테일한 것까지 설정을 해왔더라. 안경 올리는 것 같은 거. 재치가 있었던 것 같다. 순발력도 좋고 현장에서 할 때도 자연스럽게 하고 그래서. 그 전에 사실 연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이런 게 훨씬 편해보이더라”
라미란은 함께 호흡을 맞춘 이성경과 최수영 두 젊은 배우의 연기를 점수로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형식적으로 똑같이 주기도 그러니까 차를 두겠다. 100점 만점에 ‘몰빵’ 하겠다. 그냥 막 가는 거다”며 “저는 이성경 씨한테 100점 만점에 90점 드리겠다. 최수영 씨한테는 70점 드리겠다. 그 이유는 이성경 씨는 저와 함께 땡볕에서 뛰어다녔고 최수영 씨는 시원한 민원실에서 아주 편하게 했기 때문에 고생의 빈도로 점수를 드렸다”고 유쾌한 대답을 들려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직 영화는 관객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라미란은 벌써부터 시즌제를 구상 중이었다. 디지털 성범죄에 이은 다음 타깃도 구체적이었다. 인기가 없어도 우리 생활에 스며든,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범죄들을 소탕하는 작품이 필요하다는 게 라미란의 생각이었다. 그는 “우리가 못 느끼는 사이에 범죄가 되는 그런 사건들 위주로 하고 싶다. 재벌가의 싸움보다는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지만 사건들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사건들이 많지 않냐”고 말했다.
이제는 누군가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하는 라미란은 "제가 젊었을 때부터 잘나간 배우가 아니라 밑에서부터 올라온 배우니까 선례가 된 것 같다. 몇 년 사이에 롤모델이라는 얘기를 듣다보니 조심스럽고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할 때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할 수 있으니까"라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라미란의 책임감과 디지털 성범죄라는 시의적절한 소재,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 그리고 40대 여배우의 첫 도전. 라미란과 '걸캅스'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주연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제가 대중적으로 예능이나 드라마를 병행하다보니까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사람이 된 거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알게 모르게 그림자처럼 오래하는 게 꿈이었다. 이게 도드라지면 망치를 맞기도 더 쉽기 때문에 안전을 택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위로 올라왔다. 맞을 일만 남았구나(웃음). 감내하고 있다. 맞으면 맞아야지. 그래야 다시 비집고 올라갈 수 있으니까. 지금도 너무 과분하고 앞으로 더 과분할 일들이 있을 것 같다”
'걸캅스'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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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