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쾌함이 다한 ‘걸캅스’, 경각심 일깨우는 코믹한 한 방 [씨네리뷰]
- 입력 2019. 05.09. 09:19:50
- [더셀럽 안예랑 기자] 오락 영화의 재미는 유쾌함에 있고 ‘걸캅스’는 오락영화의 재미에 충실했다. 허무맹랑하지만 웃음 나는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액션이 코믹 영화이자 오락 영화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9일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가 개봉했다. ‘걸캅스’는 48시간 뒤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민원실 퇴출 0순위이자 과거 전설의 형사였던 미영(라미란)과 과다한 열정탓에 민원실로 쫓겨난 현직 형사 지혜(이성경)가 펼치는 비공식 수사를 다룬 작품이다.
올케와 시누이 사이인 미영과 지혜가 서로의 속을 긁으며 대립하고 있는 민원실에 한 대학생이 찾아온다. 불안한 눈빛과 떨리는 손, 미영과 지혜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던 대학생은 밖으로 뛰쳐나가 달려오는 차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남겨진 휴대폰 안에는 불법 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된 대학생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화는 최근 연예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클럽 버닝썬과 정준영의 디지털 성범죄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재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클럽에서 이상한 약물을 흡입한 여성, 무력해진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불법 촬영한 영상을 이용해 돈을 버는 조직은 현실과 놀라울만치 닮아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전설의 형사로 이름 날렸던 40대 민원실 직원 미영과 열정 과다형 초짜 형사 지혜가 쫓는다.
그 과정에서 ‘걸캅스’는 시종일관 코믹한 톤을 유지한다. 미영과 지혜가 나누는 대화, 조직을 뒤쫓는 그들 앞에 나타는 허술한 범죄자들, 올케와 시누이 사이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시작된 미영과 지혜의 공조가 주는 웃음이 크다. 수많은 작품에서 감초 연기로 웃음을 책임졌던 라미란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다혈질의 센 캐릭터로 돌아온 이성경의 티키타카가 공조 내내 쉴 새 없이 이어지며 유쾌함과 속도감을 선사한다. 과장된 연출로 완성되는 B급 유머도 웃음에 한 몫을 한다.
여기에 최수영의 구강액션이 더해지며 영화는 콤비가 아닌 코믹 트리오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언니 우리 X된 것 같아”라는 대사에 끌려서 작품을 선택했다는 최수영은 끊임없는 욕설로 유쾌함을 가미시키며 감초 연기를 넘어 세 번째 주연 노릇을 톡톡히 한다. 라미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존재감은 최수영이 나오는 순간을 기다리게 만든다.
라미란과 이성경의 액션이 주는 통쾌함은 오락 액션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평범함을 연기하는 40대 대표 배우 라미란은 레슬링 선수로 활약한 전적이 있는 미영을 통해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맞고 때리는 것에 주저 없이 달려드는 라미란 표 액션 연기는 통쾌함과 왠지 모를 성취감을 전달한다. 이와 함께 이성경의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속 시원한 한 방이 더해지며 영화의 액션이 완성된다.
무엇보다 이들의 액션은 수많은 남자 배우들이 보여줬던 액션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액션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면에서 영화는 주연 배우들의 여성성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여성 중심 영화 중 일부가 여성이 주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포스터에 싣고 여성의 외형을 강조한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여성성을 성적으로 소비했던 것과 달리 '걸캅스' 속 주인공들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 심지어 클럽을 갈 때조차 그들은 하와이안 셔츠를 입는다.
물론 유쾌함과 통쾌함을 걷어내고 영화의 완성도만을 평가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전개가 부분적으로 다소 매끄럽지 않고 웃음에 집중하다 보니 수사 과정의 짜임새는 뒷전이 됐다. 장면이 아닌 설명으로 전개를 이어나가려는 부분도 보인다. 그러나 이런 허술함은 감독의 B급 코미디와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 영화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이렇게 유쾌한 영화는 웃음 속에서도 소재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않고 챙긴다. 코믹한 톤 안에서 소재의 심각성이 퇴색될 것이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범죄 조직을 쫓는 과정에서 거듭 그려지는 피해자들의 극단적인 상황, 디지털 성범죄를 단순 ‘변태’라고 칭하는 안일한 사회의식, 여성들을 인격이 아닌 유흥거리로 생각하는 범죄자들을 향한 미영과 지혜의 분노와 울분이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작품 말미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경찰 동료들에게 던지는 지혜의 분노는 동류 범죄들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아 왔던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기도 하다.
라미란, 이성경의 환상 호흡과 웃음 터지는 카메오 열전,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은 ‘걸캅스’는 오늘(9일) 개봉했다. 러닝타임 107분.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걸캅스'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