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캅스’ 이성경 “고민 많은 시기 만난 ‘걸캅스’, 힐링이었다”[인터뷰]
- 입력 2019. 05.09. 17:20:14
- [더셀럽 안예랑 기자] ‘괜찮아 사랑이야’(2014)로 데뷔 후 이듬해 주말 드라마 주연을 맡았고 지난해 개봉한 ‘레슬러’로 스크린 데뷔한 이후 두 작품 만에 여성 투톱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언뜻 순조로운 연기 인생으로 비춰졌지만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연기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 상황에서 만난 ‘걸캅스’와 라미란을 통해 이성경은 ‘힐링’을 선물 받았다.
최근 서울시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걸캅스’에 출연한 배우 이성경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걸캅스’는 48시간 뒤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민원실 퇴출 0순위 미영과 민원실로 쫓겨난 열정 과다 형사 지혜의 비공식 수사를 다룬 작품이다.
유쾌한 오락 액션 영화 ‘걸캅스’는 최근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다. ‘걸캅스’는 무거운 소재를 최대한 유쾌한 과정 속에서 다루고자 했고 그 안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성경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영화 자체의 유쾌함이 좋았다. 무거운 소재인데 과정이 유쾌해서 메시지가 잔잔하게 남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런 메시지를 기억하고 각인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시의적절하다’라는 표현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걸캅스’는 최근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클럽 버닝썬, 물뽕, 불법 촬영 등 현실과 똑 닮은 내용이 3년 전부터 준비한 영화에 담겨 있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디지털 성범죄가 오랜 시간 사회를 좀먹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진짜 우연히 이렇게 일이 겹쳤지만 (감독님이) 3~4년 전부터 준비를 하셨고 작년부터 촬영을 했다. 예전에는 지나쳤을 기사들인데 한 번 더 공유하면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진심을 담아서 촬영에 임했다. 우리가 지나쳤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
‘걸캅스’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를 당한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까지 하다. 네 살 터울의 동생이 있는 이성경은 마냥 남의 일처럼 사건을 대할 수 없었다.
“피해자가 누워 있는 장면을 보는데 여동생 대학생 때랑 겹치더라. 무의식 중에 ‘만약 내 동생이면 어땠을까’ 하는데 눈이 질끈 감기더라. 상상도 하기 싫었다. 범인이 잡히고 사건이 해결돼도 피해자들과 가족한테는 평생 아픈 기억으로 남겠구나 싶었다. 우리가 겪은 게 아니기 때문에 지나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지만 영화를 통해서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고 관심을 가지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작품 말미 이성경이 연기한 지혜는 디지털 성범죄를 단순 ‘변태사건’으로 치부하며 가볍게 생각하는 동료 형사들을 향해 참아왔던 울분을 터트린다. 지혜의 한 방은 영화와 닮은 사회를 향한 비판과도 같았다.
“어쩌면 실제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아픈 게 너무 익숙하면 무뎌질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으면 좋겠다. 지혜 입장에서도 ‘시민이 위험에 처했는데 지켜보기만 하는 게 경찰이냐’는 대사가 있는데 경찰로서의 열정, 사명감, 정의감에서 비롯된 진심이었을 거다”
사회 속에 깊숙이 스며든 범죄를 심각하게 다루면서도 영화는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코믹 연기의 대표주자 라미란과 이성경이 선보이는 앙숙 콤비의 유쾌함이 영화의 재미를 책임진다.
“저는 그저 선배님이 하시는 걸 받는 입장이었다. 웃기려고 인위적으로 하기 보다는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었는데 그런 모습에서 재미있다거나 웃기다거나 그렇게 봐주신 것 같다”
이성경과 호흡을 맞춘 라미란은 파트너로서 이성경에게 9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이성경 또한 라미란에 대해 “선배님이 하신다는 걸 알고 기대를 했다. 평상시에 팬이었는데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감사하게 촬영을 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어렵거나 고민에 빠져있을 때 부족한 후배였을텐데 예뻐해주셨다. 후배로서 부족한 점도 많을텐데 어떻게 해야 될까, 좋은 파트너로서 해야 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뭘, 잘하면서’라고 칭찬도 해주시고 좋은 의견도 많이 내주셔서 작업하면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
데뷔한 지 6년, 깊이가 더해진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더 신중해졌고 연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배우로서, 후배로서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이성경을 따라다녔다.
“요즘에 고민이 많았다. 이게 처음에는 몰랐는데 작품을 하고 많은 선배님을 마주하면서 연기의 무게가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책임감과 무게감이 실감이 나면서 부족한 점을 깨닫고 잘 해야지 이런 욕심보다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마음 깊숙이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걸캅스’ 초반이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배우로서도 잘 하고 싶고 후배로서도 잘 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부족한 부분이 느껴졌다”
‘걸캅스’를 촬영하면서 만난 라미란의 위로와 유쾌한 촬영 현장, 정다원 감독의 정확한 디렉팅은 이성경을 보다 더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고민할 때마다 선배님이 다독여주시고, 친구처럼 긴장감도 풀어주셨다. 지나가면서 장난치는 게 좋았고 편안한 현장 분위기여서 좋았다. 고민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씩 고쳐나가면서 좋은 작품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걸캅스’ 초반에는 고민이 많아서 현장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그게 많이 풀어졌다. 감독님도 디렉팅을 확실히 해주셔서 좋았다. 힘을 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저한테는 ‘걸캅스’가 힐링이었다”
20년 만에 스크린 주연이 됐다는 라미란의 이야기는 주연이라는 위치에 대한 생각 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저도 선배님이 20년 만에 주연을 하신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 워낙 존재감이 크시지 않냐.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셨던 것 같다. 요즘 많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물론 주인공의 역할과 무게가 크겠지만 ‘나 주인공 했다’ 이게 다가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 어느 자리든, 역할이든, 한 신이 나오든 몇 신이 나오든 내가 해야 될 몫을 진심을 다해 깊게 해나가는 데에 포커스를 맞히고 하려고 한다. 책임감도 크지만 기본 중심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연기의 기본기를 다지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이성경은 모델 활동을 할 때의 초심을 떠올렸다. 그는 “모델할 때는 손, 발만 나와도 행복했다. 손 연기를 잘 해야지. 잡지에 정말 작게 나오기 위해 옷 열 벌 갈아 입고 이러면서도 ‘메인컷보다 더 잘나와야지’하는 마음으로 찍었다”며 “연기를 할 때도 배우로서 작은 연기 하나하나 진심을 다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리고 이성경의 진심이 담긴 영화 ‘걸캅스’가 개봉했다. 이성경은 ‘걸캅스’를 본 관객들이 어떤 마음을 안고 돌아갔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잔잔한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 정말 유쾌하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크고 편하게 오셔서 재미있게 웃고 가시는데 내가 영화를 보며 현실에 아프고 공감했던 것처럼 우리 영화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