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읽기] 강성훈 ‘아이돌 나르시시즘’, 외모 비하의 역습
- 입력 2019. 05.14. 15:32:08
- [더셀럽 한숙인 기자]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흥행으로 이끈 일등공신과도 같은 ‘젝스 키스’ 출신 강성훈이 과한 나르시시즘으로 구설수를 넘어서 파란을 일으켰다. 한참 후배인 보이그룹 ‘비투비’의 외모 평가를 하는 영상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해야만 하는 동화 ‘백설공주’의 계모를 떠올리게 했다.
강성훈
아이돌 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있다. 눈 꼬리를 내려 만든 반달눈과 한껏 올린 입 꼬리의 선하고 예쁜 표정은 걸그룹 뿐 아니라 보이그룹을 완벽한 상품으로 만드는 최고의 포장지 역할을 한다.
젝스 키스는 음악적 역량보다 비주얼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젝스 키스의 센터 역할을 했던 강성훈은 당시 ‘비주얼 아이돌’을 양산해낸 구심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은우 외모 평가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8년 1월 방송된 MBC 에브리원 ‘비디오 스타’에서 박소현이 과거 강성훈 데뷔 전 미용실에서 처음 봤던 상황을 떠올리며 ‘누가 봐도 시선을 끌만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했다. 데뷔 후 그는 크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아이돌임을 인증하는 표정으로 수많은 팬덤을 끌고 다녔다.
그러나 그 시기는 97년 젝스 키스로 데뷔해 2000년 고별 앨범 발표와 함께 해체한 4년 남짓한 기간이다. 연예인으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강성훈은 과거 4년여의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듯하다. 해체 이후 1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표정과 스타일은 영화 ‘가려진 시간’ 속 시간이 정지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각자 다른 삶의 방식에 잘잘못을 논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시간 흐름 속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는 우를 범함으로써 자신을 타인의 평가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비투비에 관해 묻는 한 팬의 질문에 “난 제작하면 무조건 얼굴을 보고 뽑을 거다. 연예인이면 아우라가 나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활동을 안 하니까 (연예계) 아우라가 죽었다”라며 자신을 과거의 시간에 갇혀버리게 한 이유이기도 한 ‘아우라’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아우라 중에서도 강성훈의 말에서 언급된 아이돌을 전제한 의미의 ‘아우라’는 벤야민이 말한 예술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라기보다 규격화된 제품이 만들어낸 화려함이라는 설명이 더 적합하다.
만들어진 화려함은 언젠가는 빛이 바래는 유한의 아름다움이다. 무엇보다 개성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재해석되지 않은 화려함은 공허함으로 끝나 어떤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회복 불가능의 심각한 나르시시즘만 남기게 된다. 강성훈의 외모 비하 논란은 이처럼 공허해서 안타깝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아이돌의 수명이 길어져 엑소는 2012년 데뷔해 8년차, 방탄소년단은 그보다 한 해 늦은 2013년 데뷔한 7년차로 여전히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의 인기 비결은 한국 기획사 시스템이 만들어낸 규격화된 제품의 상품성과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조화를 이룬데 따른 것이다.
아이돌을 전담하고 있는 한 스타일리스트는 “아이돌은 데뷔해 2, 3년 차에 접어들면 ‘아이돌 아우라’가 제대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때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관점이 생기게 됩니다”라며 아이돌들의 변화 주기에 관해 설명했다.
옷 잘 입는 아이돌로 꼽히는 키, 제이홉이 속해있는 샤이니(2008년 데뷔)와 방탄소년단의 데뷔 연차를 보면 그가 언급한 시간 흐름이 이해된다. 반면 강성훈은 아이돌 젝스 키스 센터로서 정체성에서 강성훈 개인의 정체성으로 넘어가야하는 시점에서 은퇴해 당시에 형성된 팬덤으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아이돌이라는 규격화된 제품으로서 화려함은 한계치를 넘으려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상품가치가 소멸된다.
아이돌과 배우를 겸하다 배우로 완전히 돌아선 후에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는 이 ‘규격화된 화려함’ 때문이다. 이는 단지 외양뿐 아니라 연기에까지 영향을 미쳐 배우에게 필요한 기본기를 갖추는데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된다.
배우를 전담하는 한 스타일리스트는 아이돌과 배우의 차이에 관해 “아이돌은 무대를 비추는 조명과 카메라에 맞춰 짙은 메이크업을 합니다. 사실 아이돌과 배우에 차이가 있다기보다 이런 다른 이미지 메이킹의 결과물이죠”라며 “배우는 원래 피부톤이 보일 정도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얇은 메이크업을 합니다. 그래서 아이돌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 차이가 실제보다 커 보이는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표면적 조건은 그들의 행동방식에도 이어진다. 배우를 겸하는 아이돌들은 데뷔 연차가 비슷한 배우들과 비교해도 내면의 감정 표현에 미숙하고 과장돼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따라서 이 과정을 거쳐 배우라는 타이틀 가진 아이돌들은 ‘아이돌 아우라’를 걷어낸 이들이다.
현재의 아이돌은 이런 성장과정을 거치고 있다. 여전히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명목 아래 팬들이 좋아한다고 여겨지는 똑같은 표정을 교육받고 자신이 아닌 그룹 이미지에 맞는 옷을 입지만 과거와 달리 ‘대체할 수 없는’ 개인의 매력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강성훈은 여전히 90년대 후반 활동할 당시 아이돌의 시각으로 2019년의 현재의 아이돌을 평가해 스스로를 진부한 광대로 만들었다. 그의 이번 ‘외모 비하 논란’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금전적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케 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더셀럽 DB,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