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꿈꾼 것 같아요” ‘해치’ 배정화의 자세 [인터뷰]
입력 2019. 05.21. 17:53:36
[더셀럽 김지영 기자] 현대극이 아닌 첫 사극에서 호평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배우 배정화는 ‘해치’에서 팜므파탈 매력을 발산하는 것과 함께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사극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해치’에서 배정화는 미모와 화술을 겸비한 천윤영 복단 역으로 분해 목적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야욕의 팜므파탈을 선보였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달문(박훈)과 자신을 국모의 자리에 앉혀줄 밀풍군 이탄(정문성)의 마음을 손에 쥔 여인으로 매 회마다 안방극장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더셀럽은 지난 2017년 OCN 드라마 ‘보이스’를 시작으로 KBS2 ‘내 남자의 비밀’ ‘프리스트’ 영화 ‘목격자’ 등을 통해 차근차근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는 배우 배정화를 만나 ‘해치’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정화는 오디션을 통해 ‘해치’에 합류하게 됐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보러간 오디션에서 이용석 PD에게 “제일 잘 했다”는 칭찬을 들은 그는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큰 역을 맡게 돼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설렜던 그때를 회상했다.

“제가 그걸 할 수 있었고 했다는 게 그리고 저한테 그 역을 맡겨주셨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얼떨떨하다. 꿈꾼 것 같은 느낌이다. 제 평생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까싶을 만큼 너무 감사하다.”

수개월간 촬영에 임하고 드라마를 마쳤음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느낀 이유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었기 때문이다. 다른 주연들에 비해 비교적 인지도가 낮았던 배정화를 선택했기에 그는 연기로 보답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사극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톤의 사극을 참고했다. ‘기황후’ ‘선덕여왕’ 같은 여성들이 많이 나오는 사극을 주로 봤고 촬영 준비 중에 한참 인기 있었던 ‘백일의 낭군님’도 봤었다. 전편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사극은 이렇구나’ ‘저 사극은 톤이 그렇구나’하면서 생각하고 봤다. 다 보고나니 결국 연기는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극과 현대극을 구분 짓지 않고 캐릭터에 집중했다. 극 중 인물로서 진정성 있게 상대방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였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캐릭터를 ‘흉내 내는 것’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님이랑 감독님도 현대극처럼 원하셨던 것 같다. 대본 리딩할 때도 현대극처럼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사극처럼 하지 않으려고, 갖고 있던 이미지를 버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사극 대사 톤을 신경써야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나쁜 여자를 표현해야했기에 천윤영 역은 매 순간 도전이었다. 특히나 그저 못되거나 악한 면만 치중하는 것보다는 천윤영의 입체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천윤영이 입체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신경을 썼다. 이 여자가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다른 면이 있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느껴져야 시청자한테 응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 공감을 얻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배정화는 이번 작품에서 정문성과 함께 호흡하면서 연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어떠한 감정을 느껴봤다고 밝혔다. 이는 곧 배정화가 꼽은 ‘해치’의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 했다.

“마지막 부분에 천윤영이 달문에게 갔다가 다시 탄이에게 돌아간다. 처음에는 윤영이의 행동이 저도 이해가 안 되고 무슨 감정인지 파악을 못했는데 역시 작가님의 선택이 옳았다. 탄이에게 갈 수밖에 없더라. 지금까지 이탄과 함께했던 신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연민과 동정, 모성이 합쳐져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폭발했다. 이는 다른 작품에선 못 느껴본 감정이다. 그게 사랑이 될 수 있고 누군가를 대신해서 죽을 만큼의 폭발력이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는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동료배우 정문성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함께 연기하면서 역할에 몰입하고 순간적으로 돌변하는 그가 천상배우라고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이경영의 연기를 보곤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제가 한참 후배지만 저에게 맞춰주시고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연기를 하시더라. 그런 것이 연기 베테랑이라는 것을 느꼈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저에겐 ‘따뜻한 배우가 되라’ ‘눈에 많이 담아라’고 하셨다.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후배배우들이 이경영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 저도 많이 배웠고. 다음 작품에서도 만났으면 좋겠다. 드라마든 영화든 꼭 같이 붙을 수 있는 역할로 만나고 싶다.”

이경영과 정문성을 비롯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한 배정화는 ‘해치’를 통해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다. 그중에서도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여유를 가장 많이 배웠다고 꼽았다.

“늘 항상 어떤 작품이든 배우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를 하면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나를 믿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작품을 워낙 오래 촬영하다 보니 그런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지레 지쳐서 포기하거나 초반에 소진될 것 같았다.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여유를 많이 배운 것 같다.”



‘해치’를 비롯해 KBS 드라마 스페셜 ‘정마담의 마짐가 일주일’ ‘보이스’ 등에서 악역을 맡았던 그는 다음 작품에선 악한 면보단 실제 자신의 모습과 가까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털털하고 풀어지는 걸 하고 싶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평소엔 화장도 안하고 옷도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는데 제가 가진 면 중에 화려하고 센 면을 봐주셔서 악한 역을 주로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진짜 주된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털털한 역할들을 하고 싶다.”
배정화는 2001년에 대학교를 들어가면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었으나 생활고에 부딪혔고 결국 모든 것을 비우고 재시작하기 위해 2009년 인도로 떠났다. 6개월 동안 인도에서 지내면서 거짓말처럼 연기에 대한 갈망이 피어올랐다. 조급했던 마음은 버리고 다시 시작한 연기는 진정성과 열의만 남았다.

“늘 저는 제가 임하는 작품이 인생작이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실제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작품 활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한다. 그렇다고 조마조마하지는 않다. 그래야 온전히 캐릭터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 어떤 역할, 새로운 역할, 했던 역할이든 간에 가리지 않고 내가 필요한 역할이라면 제 몫을 다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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