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와이키키2' 신현수 "'뇌순남' 국기봉 덕에 유쾌해져…잊고 싶지 않다" [인터뷰]
입력 2019. 05.23. 08:00:00
[더셀럽 안예랑 기자] '으라차차 와이키키2' 신현수가 제대로 망가졌다. '청춘시대' 속 현실 남친도 '열두밤' 속 서정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도 단번에 잊혀지게 만드는 강렬한 망가짐이었다. 그리고 신현수에게 있어서 망가짐은 '편해짐'의 다른 말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편해졌고, 자신조차도 편해진 6개월이었다. '다음 작품에 들어갈 수 있겠냐'는 장난기 섞인 우려의 말들이 무색하게도 '으라차차 와이키키2'는 신현수가 이 시점에 꼭 만나야했던 '시절인연(時節因緣)'이 아니었나 싶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극본 김기호, 연출 이창민)에 출연한 배우 신현수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으라차차 와이키키2’는 청춘들의 포복절도 성장기를 그린 코믹 드라마로 신현수는 야구선수 국기봉을 맡아 뇌가 순수한 남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극이 주는 웃음의 한 축을 담당했다.

신현수는 지난해 방송된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1’에서 카메오 출연을 하며 ‘으라차차 와이키키’와 인연을 맺었다. 몸을 사리지 않은 신현수의 코믹 연기를 본 감독은 시즌2에 신현수를 캐스팅했다. 당시 서정적인 감성을 지닌 드라마 '열두밤'을 촬영 중이던 신현수는 작품이 끝나고 곧바로 코믹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 합류했다. ‘열두밤’ 속 차현호를 보고 신현수의 팬이 된 이들에게 ‘뇌순남’ 국기봉 캐릭터는 적지 않은 충격을 전해줬다. 1회부터 등장한 "준기야, 나 똥쌌어"라는 대사를 들은 팬들 사이에서는 '신현수를 지켜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초반에 팬분들이 많이 힘들어하셨다(웃음). 장르가 코미디여서 이럴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망가질 줄은 몰랐다고. 지켜줘야 한다고 하시더라. 1회 때 장면들은 사진으로도 안 올라오더라”

팬들이 놀랄 정도로 신현수는 국기봉 캐릭터를 통해 무지(無知)의 최대치를 보여주며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이력서 '본적'을 쓰는 칸에 사장님을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X' 표시를 했던 에피소드는 국기봉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단적인 예였다. 신현수는 '으라차차 와이키키2'를 통해 '소잃고 뇌약간 고친다' '알코올성 침해' 등의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저희가 항상 대본을 보면서 얘기한 건 기봉이 정도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웃음). 신호등도 못 건널 것 같다고 그랬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단어가 있으면 현장에서 ‘이거 기봉이가 모를 것 같은데 바꿔도 되냐’고 그랬었다. 극 중에서 준기가 한 번 술을 엄청 마시고 와서 기봉이가 ‘알코올성 치매’라고 하는 신이 있는데 기봉이가 이걸 알까 싶어 ‘침해’라고 바꾸기도 했다”


단순하고 무식한 캐릭터는 어찌보면 코미디에서 빠질 수 없는 전형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만큼 수많은 작품에서 시도됐기에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으라차차 와이키키2' 국기봉은 다른 캐릭터들과 어우러지며 극에 큰 웃음을 전달했다. 신현수는 웃음이 아닌 진지함을 포인트로 잡고 국기봉을 연기했다.

“‘열두밤’ 차현호라는 친구는 서정적이고 정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다보니 제 스스로 오버를 하는 것 같고 작위적인 것 같고 가짜의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저조차도 간극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진지하게 기봉이를 대하려고 했다. 작위적으로 웃기려고 하니까 작위적으로 느껴진 거다. 현호를 연기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봉이가 보였다. 기봉이는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지 않냐. 이 친구는 정말 순수하고 보이는 대로 믿는 친구다. 제 성격에서 진지한 면들을 끌고 와서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제 3자들의 리액션으로 웃기려고 했다. 저로 인해 누군가가 답답해하는 모습이 웃긴 거여서 준기가 절 괴롭히고 당하고 그런 호흡들이 중요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리즈는 그 어느 작품보다 출연자간의 호흡이 중요했다. 짜여진 대로 빈틈 없이 연기를 해야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웃음이 시청자에게 100% 전달될 수 있을 터였다. 출연자들은 대기실에서 끊임없이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호흡을 완성해나갔다. 그 중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두 시즌에 모두 참여한 이이경은 ‘으라차차 와이키키’만의 톤을 잡아나가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어주기도 했다.

“우선 처음에는 이경이 형도 ‘붉은 달 푸른 해’ 촬영 중이어서 초반에 촬영을 못했다. 저희끼리 리딩을 하다가 형이 스케줄이 될 때 촬영을 했는데 그때 느꼈다. 이게 ‘와이키키’구나. 이정도까지 톤을 올리고 이정도 범주까지 허용을 해주시는 구나. 이경이 형이 와서 리딩에 참여하고부터는 이정도로 열려있고 편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걸 느꼈다. 형 덕분에 ‘더 해봐야겠다’ 싶었다”


‘병맛 코미디’의 달인 이이경, 로맨스와 웃음을 함께 보여줬던 김선호, 무지함으로 웃음을 유발했던 신현수, 여자 출연자인 문가영, 안소희, 김예원까지 모두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작품을 완성시켰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1’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으라차차 와이키키2’는 작품에 쏟아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제가 짧게 5,6년 연기를 했는데 ‘황금빛 내 인생’으로 시청률 최고점을 찍어보기도 했고, 시청률이 저조하지만 화제성이 큰 작품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시청률의 높고 낮음에 대해서 흔들리지는 않는다. 시청률에 흔들리면 프로그램 전체가 흔들리고 다 망가지더라. 지금 시청률이 안 좋더라도 작품이 종영하고 보는 분들도 많지 않냐. 현 시점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 그 신들을 찍는 것을 즐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신현수가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서 얻은 것은 따로 있었다. 넓어진 팬층이었다. '황금빛 내 인생'(2017)을 찍을 때는 중년층 인지도가 높아졌고, '청춘시대' 시리즈를 찍을 때는 젊은 층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으라차차 와이키키2' 국기봉의 친근한 매력은 초등학생 팬들까지 매료시켰다.

“ ‘와이키키’를 찍고 편의점에 갔는데 초등학교 친구들이 저를 보더니 입을 막더라. 그 친구의 친구가 대신 와서 ‘아저씨 팬이다’고 하더라. ‘와이키키’를 어린 연령층도 보는구나 신기했다. 또 초등학생들이 지나가다 저를 보더니 ‘기봉이다!’고 외치더라. ‘와이키키’를 통해서 저를 기봉이라고 하고 친구 보듯이 바라보는 게 기뻤다"

신현수는 '으라차차 와이키키2'를 통해 시청자들이 자신을 편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에 만족감을 표하며 "대중 분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 저를 보면 ‘피식’하고 웃는 느낌이어서 저도 되게 즐겁다”고 말했다.

신현수가 대중에게 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동안 신현수 또한 국기봉을 통해 달라지는 자신을 경험했다. 주위에서 '더 밝아졌다'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들릴 정도로 국기봉의 단순하고 순수한 성격에 동화됐고, 스스로도 편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긍정적인 변화였다.

“현장에서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너무 유쾌하게 촬영을 하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유쾌해졌다. 웃음도 더 많아졌다. 제가 초면에 사람을 대할 때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저를 몇 번 봤던 기자님들이 되게 ‘하이텐션’이 됐다고 하더라. ‘와이키키’를 통해 기봉이를 만나다 보니 제 자신이 편해진 것 같다. 상대 배우 분들에게도 말을 잘 못 놓고, 데면데면함이 있었는데 선호형, 이경이 형이 친구처럼 대해주니까 편해졌다. 예원 누나도 저에 대해 ‘진지하다’라는 얘기를 듣고 촬영장에 왔는데 제가 기봉이처럼 행동하니까 나중에 ‘처음에 봤던 신현수랑은 다른 사람이 됐다’고 좋다고 하더라”


'으라차차 와이키키2'는 신현수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대중적인 친근감, 좋은 동료들, 유쾌한 현장, 밝아진 성격까지. 때문에 국기봉은 떠나보내고 싶은 존재가 아닌 함께 가고 싶은 친구가 됐다. 차기작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신현수는 "기봉이는 기봉이로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제가 지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컸던 이미지 변화가 기봉이었는데 완전 반대의 인물을 해서 기봉이를 잊겠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하고 싶은 작품은 로코나 멜로지만 뇌가 순수한 남자 기봉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3년 단편 영화 '백화점'으로 데뷔한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신현수는 '리멤버'(2015) '청춘시대'(2016) '군주'(2017) '황금빛 내 인생' '열두밤'(2018) '으라차차 와이키키2'까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는 다음에 만날 차기작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며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어 애쓰지 않아도 만날 인연은 다 만나게 돼있다. 그래서 신현수는 자신에게 때맞춰 다가올 인연 같은 작품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2’ 국기봉을 만난 것 처럼 말이다.

“제가 세월이 지나가면서 어떤 친구를 연기하게 될지, 어떤 작품에서 새 모습을 보여드려야 될지, 앞으로의 필모그래피들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될 것 같다. 저는 인연, 운명을 믿는 편이다. ‘시절 인연’이라는 게 있다더라. 그 시절에 만나는 인연은 정해져 있어서 거스르려고 해도 순리대로 만나게 돼있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제가 거스르려고 해도 저랑 만나게 되는 인물은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되지 않을까. 오는 친구를 잘 받아들이려고 하는 중이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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