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철, ‘도깨비’→‘SKY 캐슬’→‘닥터 프리즈너’까지 끝없는 변주 [인터뷰]
- 입력 2019. 05.24. 16:14:24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매번 그 역할에 100% 스며드는 배우 김병철. 그를 보니 ‘천상배우’라는 말이 떠오른다. ‘닥터 프리즈너’에서 서슬 퍼런 눈빛으로 광기를 폭발시키는 연기를 보면서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김병철은 웃음이 매력적인 ‘인간미’ 넘치는 배우였다.
기자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극본 박계옥, 연출 황민혁 송민엽) 종영 후 인터뷰를 가진 김병철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15.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최고 시청률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닥터 프리즈너’. 김병철은 극중 교도소 의무관 선민식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그는 VIP들의 온갖 편의를 봐주면서 쌓아올린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교도소를 자신만의 성으로 만든 야심가 캐릭터다. 약 4개월 동안 선민식으로 살았던 김병철은 덤덤하게 그를 떠나보냈다고 한다.
“선민식은 이미 떠나보냈어요. 그를 바라보면서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거리가 생기니까 조금 더 객관적으로 캐릭터를 보게 됐죠. 선민식이 금수저 출신이지만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은 자기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하고도 손잡는 유연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사람의 행동은 나쁜데 자기 의지나 필요에 의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지점을 본받았죠.”
전작 ‘SKY 캐슬’에 이어 올해만 벌써 흥행 2연타다. 특히 ‘SKY 캐슬’에 함께 출연했던 최원영, 김정난과는 ‘닥터 프리즈너’로 재회,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김병철은 전작과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보인 두 사람에게 감탄을 자아냈다.
“김정난 선배님은 전작과 다른 인물을 연기하셨잖아요. 다른 면모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경험이라는 게 대단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원영 배우는 ‘SKY 캐슬’ 때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없었어요. 가끔 만날 때마다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포상휴가 가서 술 마시며 친해졌어요. 하하. ‘닥터 프리즈너’ 때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연기를 했어요. 이 사람은 대단히 표현력이 좋은 연기자구나란 생각을 했죠. 함께하는 장면에서도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재준의 행동을 하더라고요. 저도 선민식으로서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어요. 긍정적인 영향을 준 연기자였습니다.”
‘닥터 프리즈너’에서 선민식이 가장 많이 부딪힌 인물은 나이제(남궁민 분)다. 두 사람의 만남은 드라마의 큰 뼈대를 이루고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앞서 남궁민은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병철의 연기력을 칭찬하며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병철 역시 남궁민과 재회를 소망했다.
“환상적인 호흡이었어요. 언젠가 다시 한 번 (연기를) 반드시 하자고 서로 얘기했죠. 작품하면서 작품이야기, 연기 방법, 좋아하는 연기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저와 비슷해 서로 공감했죠. 차이점은 저는 연기에 대한 고민만 한다면 남궁민 씨는 해결방법을 찾더라고요. 보이스 코치를 받는다거나 해결책을 찾아 적용을 했어요. 경험이 훨씬 많고 준비된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힘이 되고 의지를 많이 하게 됐어요.”
오만하고 독선적인 선민식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김병철. 무자비한 악마적 본성까지 극악의 면모를 섬뜩하게 표현한 그의 연기는 어떻게 완성된 것일까.
“의사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보통 용어가 생소해 어렵다고 하는데 대본을 보니까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활동을 거의 안하더라고요. 하하. 부담이 없었어요. 오히려 정치적인 활동을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은 TV, 뉴스, 작품을 통해 접했어요. 대본에 충실하게, 지점들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했죠. 감독님께서도 저를 많이 신뢰해주셨어요. 그것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죠. 사건 중심 드라마라 빈구석이 생길 여지가 많아요. 놓치기 쉬운데 감독님은 하나하나 잡고 계시더라고요. 믿음직스러웠습니다.”
김병철은 KBS2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JTBC ‘SKY 캐슬’ 등을 통해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도깨비’에서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간신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파국이다”라는 대사로 ‘파국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이어 ‘SKY 캐슬’에서는 자신만의 개성을 입혀 차민혁을 완성시켰다. 극 초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장의 결정체에서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변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흥행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병철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흥미로운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나 새롭게 느껴지는가를 생각하는 편이죠. 연기해야하는 역할도 얼마나 흥미로운가예요. 알아보고 싶은 면이 있는 게 중요해요. 그후에 작가님과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전작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요. 어쨌든 중요한 건 대본이에요. 저는 운이 좋았다고 말씀 드려요. 운이라는 게 신적인 존재가 있다면 조종하는 거니까 잘될만한 구서엥 제가 들어간 것 같아요. (웃음)
김병철은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비롯, 여러 작품을 차기작으로 긍정 검토 중이다. 매번 강렬한 캐릭터를 했던 그는 인간미가 돋보이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말을 이어갔다.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일상을 사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죠. 개성 강한 인물들을 연기해서 그런지 평범한 면이 드러나는 연기를 하면 제가 어떻게 투영될지 궁금해요. 연기를 하는 것을 다르게 생각하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개성 강한 인물들과 다르게 저라는 사람이 어떻게 녹아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할 때 가장 빛나는 배우 김병철. 그는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을까.
“기억에 남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새롭게 만나고 싶은 생각이 훨씬 강하죠. 새로운 작품을 해서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그걸 보는 분들도 새로운 느낌이 드니까 그런 만남을 계속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죠.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잘 모르는 사람의 삶이 궁금해서예요. 경험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왜 하필 연기냐면 특이하게 인간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소재로 다루기 때문에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행동들이 저에게 영향을 주고요.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도 알게 하고, 시각을 다르게 보게 하는 과정들이 보시는 분들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병철은 다양한 색채로 연기 지도를 채워나갈 예정이다. 결이 다른 연기로 변주해나갈 그의 연기 행보에 궁금증과 기대감이 모아진다.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