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인전’ 김무열 “동경이었던 형사 캐릭터, 누 끼치고 싶지 않았죠” [인터뷰]
- 입력 2019. 05.27. 14:53:59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더셀럽 김지영 기자] 조직폭력배와 연쇄살인마, 둘의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는 형사. 배우 김무열은 영화 ‘악인전’에서 존재 자체로도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마동석과 김성규의 사이에서 적절하게 톤을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김무열은 ‘악인전’(감독 이원태)의 정태석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형사 역을 맡게 됐다. 그간 다른 작품들에서 선배 배우들이 선보였던 형사 캐릭터의 이미지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캐릭터를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외형적인 느낌이었다. 본연의 모습에서 우직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마동석, 무자비한 연쇄살인범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한 김성규 사이에서 김무열은 어느 한 쪽에도 뒤지지 않기 위해 한 달 만에 15kg을 증량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단지 외형적으로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체중을 늘린 것은 아니었다. 그에겐 수사물 혹은 장르물에서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무능력함, 답답함을 겉모습으로 하여금 상쇄시키고자 하는 도전의식이 깔려있었다.
“그간 선배님들께서 잘해오셨고 멋지게 해왔던 캐릭터가 형사 역할이었다. 이 때문에 ‘해보고 싶다’라는 동경이 있었고 후배배우로서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몸무게를 증량까지 한 것이다.”
사실상 김무열에게 처음 제안이 왔던 캐릭터는 연쇄살인범 K였다. 그러나 결국 연이 닿은 것은 정태석이었고 가장 먼저 다짐한 것은 마음속에서 K를 떠나보내는 일이었다. K가 아닌 정태석의 가장 큰 매력은 인간적인 면이었다.
“정태석은 셋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악한 캐릭터긴 하지만 그나마 착하지 않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영화 속 세 인물들을 비교해서라도 착한 것 같다. 정태석이 고민이 많은 캐릭터기도 하고 내재돼 있는 갈등도 크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물불가리지 않고 K(김성규)에게 달려드는 조폭 장동수(마동석), 무분별하게 시민을 살해하는 K와 달리 정태석은 경찰 조직 내에서의 갈등, 자신의 욕심 등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뜻대로 행동을 이어나간다. 김무열은 연기를 하면서도 정태석의 갈등이 느껴졌다.
“정태석이 K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그간 행적들과 형사들이 밝히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K도 법망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받는 수위를 알고 있는 똑똑한 사람이어서 조사를 할 때 비웃는 듯 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 K의 모습을 보면서 정태석이 형사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도 갈등이 생긴다.”
이와 같이 정태석의 내적 갈등을 연기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악인전’이 범죄수사물에 충실하다보니 각 캐릭터들의 서사 없이 사건에만 집중돼 있고, 어떠한 설명 없이 인물의 감정을 나타내기란 배우에겐 부담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민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보이면 안 되지 않냐. 캐릭터의 변곡점이 될 만한 부분은 살리고 싶은 게 배우의 욕심이다. 캐릭터의 간극에 서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을 찾는 게 힘들었다.”
더군다나 조폭 두목과 연쇄살인범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했기 때문에 김무열은 많은 부분에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는 “대사 하나를 할 때도 고민을 했고 선을 찾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마동석, 김성규와 같이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 뒤쳐져 보이면 안 되니까 고민이 컸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사람 앞에서 연기를 하려니 걱정이 된 거다. 마동석 선배는 주먹도 잘 쓰고 움직임도 좋아서 제가 한없이 초라해졌다.(웃음) 나름 액션을 잘 한다고 자부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마동석 형은 액션 디자인도 잘하고 앵글의 느낌까지도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계셔서 많이 배웠다.”
김무열의 얼굴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이번 ‘악인전’에서 비교적 선한 인물을 표현한 것과 달리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기억의 밤’에선 반전의 인물로 등장한 바 있다. 이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에서 다채로운 역할을 표현하고 있는 김무열은 “평범함에서 오는 가능성인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장점이자면 장점이지만 계속 계발을 쉬지 않으려고 한다. ‘한 순간이라도 뒤처지면 끝이겠다’라는 위기감을 항상 느낀다. 제 뒤에 죽음의 신이 쫓아온다는 생각도 한다. 매 작품마다 최대치의 고민을 이끌어내려고 노력을 한다.”
매 작품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위기감을 느낀다면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터다. 그러나 김무열은 자신의 작품과 연기, 배우라는 직업에 애정이 가득했다. 이는 그가 스트레스 없이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을 만들지 않나. 매우 고귀한 일이고 상당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지치거나 연기하는 것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단 한 번도 없었다.”
애정의 근간엔 초심이 있었다. 연기를 좋아해서 배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달려왔기에 그 마음을 항상 유지하려고 했다. 김무열은 “항상 초심을 생각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몰랐지만 연기를 하는 행위가 즐거웠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항상 상상을 한다. 제가 경험이 쌓이다보니까 긍정적인 면이나 좋은 무기도 생기는 것 같고.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즐거우면 다른 생각들, 걱정, 고민이 다 없어지는 것 같다. 복잡한 것들은 연기하는 순간엔 다 사라진다.”
데뷔 후 2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다. 그가 임했던 작품이 모두 다 흥행을 거두진 못했을 지라도 그에겐 모든 경험을 받아들이고 이를 반면교사삼아 나아갈 준비가 돼 있었다. 이는 그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또 다양한 작품에서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시간은 짧고 중요한 것은 실패다. 관객과의 소통에서 실패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 쓰라리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 받아들이고 어느 때보다 아프게, 쓰라리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희는 관객과 만나야하고 소통해야한다.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드리는 게 완성하는 것이고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주)키위미디어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