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할 수 없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극사실주의 표현법 [씨네리뷰]
입력 2019. 05.29. 11:39:35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이 처박히지만 가만히 있다고 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늪지대처럼 삶은 누군가에게는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이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부의 극단적 양극화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쉽고 매끄럽게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봉준호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뇌리에 깊숙하게 박힌다.

기택(송강호)의 가족에게 미래는 불투명하다 못해 없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린 듯 집안의 분위기마저 텁텁하고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이 안 터지는 곳이 없다지만 기택의 집은 예외다. 외진 곳에 살아서가 아닌 돈이 없기 때문이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는 친구에게 수석(壽石)을 선물 받고 부잣집의 과외 선생으로 친구대신 들어가게 된다. 대학 입학 서류를 비롯해 각종 문서를 위조하지만 기우는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당하다. 그의 이러한 기세는 과외학생의 모친 연교(조여정)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두컴컴하고 침침했던 기택의 집안과 달리 연교, 박사장(이선균)의 집은 깔끔하고 화려하다. 햇살이 넘치게 들어오고 어느 주정뱅이의 노상방뇨밖에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기택 네의 창문과는 다르게 푸릇한 잔디와 나무가 심신의 안정까지 책임지는 느낌이다. 거짓말을 했으나 죄의식이 없었던 기우는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더 많은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 ‘설국열차’에서 기차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통해 빈부격차, 이를 극복하려는 처절한 분투를 SF로 그린 바 있다. 이번 ‘기생충’에서는 보다 사실적으로 부와 빈곤을 노골적으로 표현해냈다.

‘설국열차’에서 꼬리칸의 사람들이 맨 앞칸을 가기 위해 온 몸으로 부딪히고 싸웠던 것과는 다르게 ‘기생충’에선 ‘노력할 수도, 노력해도 결국’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부딪힌다. 박사장 네에 어울리기 위해 겉모습을 바꿔도, 행동거지를 다르게 해도 어느 한 부분에선 티가 나기 마련이다. 기택의 가족들에게 뼛속까지 박혀있을 반지하의 습한 냄새는 박사장 가족과 기택의 가족을 구분 짓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부촌의 맨 정상에 있는 박사장의 집, 폭우로 빗물이 허리까지 오는 저지대에 사는 기택의 집을 통해서도 수직적 빈부격차를 나타냈다. 박사장 네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기택과 그의 가족들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내려가는 모습들로 하여금 이들의 격차는 쉽게 좁힐 수 없었음을 암시한다.

또한 극 중 인물들이 가볍게 주고받는 대사, 이를 들은 상대방의 묘한 감정 변화는 영화의 재미와 긴장감을 높인다. 또한 시시각각 돌변하는 심정이 배우들의 표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이를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얼굴만 포커스를 둬 묘한 차이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사라지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가 ‘기생충’의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흘러나오는 OST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작사하고 가수 정재일이 작곡한 곡으로 배우 최우식이 불렀다. 극 중 사건의 발단인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이 조심스럽게 부른 이 노래의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영화의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듯 하다.

봉준호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며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존엄에 대한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다. 예의를 어느 정도까지 지키느냐에 따라 공생 혹은 기생으로 갈라진다고 생각한다”고 영화의 기획과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기생충’의 핵심 모티프로 작용하는 냄새와 예의를 생각하며 영화를 관람한다면 더욱 재미는 배가 될 터다.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기생충'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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