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나 카레니나' 김소현 "있는 그대로의 안나를 느낀다면" [인터뷰]
- 입력 2019. 05.30. 00:00:00
- [더셀럽 이원선 기자] 운명적인 사랑으로 시작된 '안나 카레니나'의 희비는 아름다우면서도 아프다. 배우 김소현은 이런 안나의 서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대문호 톨스토이가 집대성한 비극이자 희극, '안나 카레니나'를 원작으로 한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구조에 대한 톨스토이의 사상과 모든 고민이 집약된 작품이자 전 세계 문학 작가들이 꼽은 단 하나의 대작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모처에서는 모든 것을 맞췄지만 또 모든 것을 버리기도 한 여인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한 김소현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안나 카레니나'는 국내에서 공연된 첫 러시아 뮤지컬이자 러시아에서 역시 해외로 수출한 첫 작품이기에 국내 공연을 여럿 해본 김소현에게도 '처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레듯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너무 좋은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안나가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공연을 하면서 계속해서 안나를 더욱 이해하게 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뮤지컬 베테랑 김소현에게 안나는 쉽지만은 않은 캐릭터였다고 한다. 안나는 남편과 아이를 잊은 채 브론스키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이런 안나의 서사는 실제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김소현에겐 다소 이해하기 힘든 감정선이었다고 한다.
그는 "안나의 서사를 이해하기까지 굉장히 어려웠지만 오히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는 점은 안나의 뜨거운 사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버릴 수 없어 안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큰지 알았기 때문에 브론스키를 향한 안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고.
특히 그는 "작품을 하면 할수록 안나가 안쓰럽고 불쌍하다"며 "사랑 없이 결혼을 한 점과 갑자기 외간 남자에게 사랑이라는 걸 느낀 점, 그리고 그 사랑에 직진했어도 끝이 행복은 아니었다는 점 등이 안나를 더 아프게 하는 것 같다"고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랬기에 안나의 이야기를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그리려고 노력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국에 상륙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무대 연출부터 여느 공연들과 달랐다. 움직이는 LED 영상을 통해 빠른 전개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아름다운 군무를 선보인 점은 공연의 퀄리티를 높였다.
이에 김소현은 "우리나라 공연들 대부분은 세트를 세팅했다 뺐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우리 공연 같은 경우는 아예 LED 테이블이 있었기에 신 전환이 빠르고 바로바로 배우들의 감정선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좋은 효과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새로운 무대 연출 기법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데뷔한 김소현은 이후 '엘리자벳' '명성황후' '팬텀' '지킬앤하이드' 등 다수의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김소현은 유독 작품 안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많이 맞이하곤 했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역시 자살이라는 죽음을 선택한다.
김소현은 "생각해보면 8년째 극 중에서 죽고 있는 것 같다"라며 "단두대에서 죽기도 하고, 단검에 찔려 죽기도 하고 여러 방법으로 죽었는데 이번엔 기차에 뛰어들어 죽는 가장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줄리엣으로 죽었을 때 이후 자살을 하는 게 처음인데 그 어떤 죽음보다 스스로 해하는 죽음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이런 고민들을 항상 하는 것 자체가 저 스스로도 이 작품에 많이 빠져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다 보니 저만의 안나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철로와 기차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안나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기차역이며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곳 역시 기차역이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기차에 뛰어드는 안나가 어린 시절 멱을 감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묘사했으나 이후 영화나 뮤지컬 등 여러 작품에서 안나의 자살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과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파국을 나타낸다.
김소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를 부릴만한 공연이 아닌 것 같다"라며 "감정의 골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공연이다 보니 관객분들께 표정과 목소리 하나로 안나의 감정과 서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안나 카레니나'에 임하는 자세를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여느 작품처럼 매 신마다 폭발적인 성량만을 내뿜는 공연이 아니다. 안나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이야기에 노래를 더하는 것일 뿐. 김소현은 "이 작품을 보는 여러 관객분들께선 안나의 일생을 물음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느낌표로 생각하실 수도 있다. 저는 그냥 공연장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서 안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그의 인생을 느껴주셨으면 한다"라고 예비 관객들에게 '안나 카레니나'를 소개했다.
한편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안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낸 작품으로 오는 7월 14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홀에서 공연한다.
[이원선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