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을 위한 문화는 없다” 전국 7개 실버극장, 5월 31일 단 하루 동시 폐관
- 입력 2019. 05.30. 17:27:34
- [더셀럽 한숙인 기자] 가정의 달 마지막 날인 5월 31일, 서울 종로 낙원상가 4층 실버영화관에서 ‘어르신에게도 평등한 문화향유권 보장’을 위한 ‘대한민국에 노인을 위한 문화는 없다’를 주제로 전국 실버극장, 정부, 어르신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다.
2012년 11월 폐관된 서울 단관극장(舊 화양극장)
지속 가능한 어르신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시니어벤져스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정식 출범한 서울 추억을파는극장, 낭만극장, 경기 안산명화극장, 인천 추억극장미림, 충청 천안낭만극장, 대구 그레이스실버영화관, 부산 인생극장 등 전국 7개 실버영화관은 이날 동시에 문을 닫고 행사에 동참한다.
시니어벤져스사회적협동조합의 첫 프로젝트인 ‘대한민국에 노인을 위한 문화는 없다’ 소통의 시간은 2009년 1월 서울 추억을파는극장 개관 이래 연중무휴 ‘어르신 문화’를 선도한 전국 7개 실버영화관이 하루 동안 극장 문을 동시 닫고 한자리에 모여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는 처절함이 있다.
개관 이래 10년 동안 전국 누적 관객 수 350만 명을 돌파한 시니어벤져스사회적협동조합이 이 행사를 진행하게 된 중심에는 다름 아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어르신문화 배제와 차별의 논리가 있다.
추억을파는극장은 영화계 최초 사회적기업으로 55세 이상 어르신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 관람료 2천원을 지난 10년 동안 고수하면서 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어르신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시니어벤져스사회적협동조합의 다른 실버영화관도 착한 동행을 이어가 7개 중 6개 실버영화관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시니어벤져스사회적협동조합 측은 전국 7개 영화관 모두 문화체육관광부의 등록기관이지만 영진위와 영진위가 기준 삼은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고 안타까움을 전한다.
영진위는 모든 실버영화관이 예술영화로 인정받은 고전영화를 상영하고 있음에도 ‘예술영화관지원사업’에서 벌써 네 차례 실버영화관 전부를 탈락시켰다. 이는 정부가 사회적 가치를 위해 민관의 협력이 중요하고 활성화를 위해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반하는 행보라는 것이 시니어벤져스사회적협동조합 측의 주장이다.
한편 영화계의 철저한 ‘어르신 문화’의 배제와 차별의 논리에도 실버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2017년 현 정권 초기 진행된 ‘광화문1번가’에 많은 어르신이 전국 실버영화관의 운영과 존폐를 염려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에 위치한 추억을파는극장과 낭만극장은 서울시의 ‘실버영화관 지원사업’으로 필름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그 외 지자체는 해당 사업이 없어 지방에 위치한 실버영화관은 매해마다 생존을 목표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벤져스사회적협동조합 김종준 이사장은 “제 나이가 올해 76세입니다. 무슨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이 실버영화관을 운영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대한민국 15년 후면 4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온다는데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아닙니까. 그저 소명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젊은 시절 좋아했던 영화 다시 보는 낙으로 사는 어른들 더는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의 자긍심이 자괴감이 되지 않도록 공감의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호소했다.
민간 차원에서 먼저 ‘어르신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화두로 던졌다. 노인을 사회적 소외자로 몰아가는 문화적 차별에 정부와 문체부가 나서서 해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