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읽기] 봄밤-바람이 분다 ‘복제된 멜로’, 일상성의 지루한 설렘
- 입력 2019. 05.30. 17:53:35
- [더셀럽 한숙인 기자]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인 5월 시작한 두 편의 드라마 ‘봄밤’과 ‘바람이 분다’가 성공 신화를 이어 온 출연진과 제작진의 라인업으로 기대를 안고 출발 했다. 그러나 초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며 ‘멜로神’으로서 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MBC ‘봄밤’, JTBC ‘바람이 분다’
MBC ‘봄밤’은 방영 둘째 주인 지난 29일 6회가 6.1%, JTBC ‘바람이 분다’는 지난 2회 시청률이 4.0%로 배턴을 넘긴 MBC ‘더 뱅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 비해 큰 폭으로 수치가 상승했다. 그러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흥행신화의 주역 정해인과 안판석 PD의 두 번째 작품인 ‘봄밤’과 김하늘과 감우성 두 멜로신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바람이 분다’는 멜로에서 수없이 답습해온 ‘일상성’을 그대로 재현해 잔잔함이 긴장 없는 지루함으로 침몰해가고 있다.
그간 성공한 멜로 드라마들은 일상성을 가장한 파괴적 설렘으로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하고 ‘혹시 나도’라는 감정 이입과 대리만족을 끌어내왔다.
SBS ‘온에어’(2008년), ‘신사의 품격’(2012년), 두 작품으로 한동안 로코퀸으로 불려온 김하늘은 KBS2 ‘공항 가는 길’을 통해 그간 비도덕적으로 여겨온 불륜을 사랑으로 포장하는데 성공하며 그를 톱스타 반열에 올렸던 ‘멜로퀸’으로 복귀했다.
이번 ‘바람이 분다’ 역시 권태기 부부의 이혼 갈등으로 시작해 ‘공항 가는 길’을 연상하게 했다. 그러나 여기에 최근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된 치매를 추가하고 ‘눈이 부시게’류의 판타지를 예고해 ‘짜깁기 멜로’라는 혹평이 나오며 벌써부터 시청자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봄밤’은 시작부터 안판석 PD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보여준 반전 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코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일부 출연진만 바뀐 채 그대로 끌고 와 안판석의 ‘자가 복제’라는 부정적 평을 안고 시작했다.
첫 방 이후 2주차에 접어든 현재, 애인 있는 여자와 그 여자를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그리고 남녀의 사회적 불균형, 어찌 보면 꽤 자극적일 수 있지만 지극히 평범한 방식으로 예측 가능한 순서대로 전개된다.
이들 드라마에 호응을 보내는 측은 잔잔함에 가운데서 살짝 튕겨 나오는 긴장이 흥미롭다고 평한다. 반면 지루함을 호소하는 측은 장면 장면의 완성도에 지나치게 집중해 정작 드라마적 구성은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평이하게 흐르고 있음에 불만을 드러낸다.
정해인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게임회사 아트디렉터 직업을 가진 당당한 서준희를, ‘봄밤’에서는 가슴 따뜻한 약사 유지호로 나온다. 언뜻 달라 보이지만 타인의 시선을 끌 정도의 맑은 외모와 그에 상반된 어딘지 쓸쓸해 보이는 눈을 가진 사연 있어 보이는, 결국 같은 DNA를 가진 남자다.
이뿐 아니라 안판석 PD가 만들어낸 장면 하나하나는 전작에서 보여준 배경은 물론 각도까지 유사한 서정적인 수채화식 전개법을 유지해 미학적 연출로 호평받았던 신선함을 상투적 표현으로 끌어내렸다.
김하늘은 우유부단한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시작부터 이혼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공항 가는 길’의 최수아는 당연한 듯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과 자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불륜남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부유한다.
‘바람이 분다’는 부부의 권태기를 불륜과 이혼으로 연결 짓는 일상적인 갈등과 여기에 끼어든 치매라는 변수, 치매로 인해 발생하는 뒤죽박죽된 시간이 흐름이 야기하는 의도치 않은 판타지 등 여러 드라마의 성공 키워드들을 한 데 모아 김하늘이 연기한 이수진의 전과는 다른 톤 차이가 주는 흥미를 반감했다.
일상성은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허구를 현실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더욱이 멜로는 이런 일상성이 주는 울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상성은 말 그대로 평범한 삶의 순간순간들로 세밀하고 치밀한 설정들로 채워지지 않으면 말 그대로 지루한 일상으로 전락한다. 이들 드라마가 일상성에 지루하지 않은 긴장을 주기 위해 설치한 쓸쓸한 맑음을 가진 남자 정해인과 로맨틱 요소로 차용된 치매가 각기 다른 뉘앙스의 일상적이지 않는 판타지로 등장하지만 이런 요소들에 이미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오래 붙들어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BC ‘봄밤’, JTBC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