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위기의 YG, 언제 대중에게 사과할까?
입력 2019. 06.03. 14:53:50

양현석

[더셀럽 윤상길 칼럼] 유명 연예인의 잇따른 추문. 요즘처럼 팬들이 스타에게 실망한 때가 있었던가. 지상파 메인 뉴스에 하루걸러 그들의 추한 민낯이 드러난다. 성매매, 성접대, 집단 강간, 마약 투약과 알선, 몰카 동영상 유통 등 추문도 가지가지이다. SNS에는 “차라리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안타까움이 넘쳐난다.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바다에 쓰레기 하나가 둥둥 떠다니기에 건졌더니, 묻혀있던 쓰레기 산이 따라 올라온 것 같다”라고 혀를 찬다.

팬들의 반응도 격렬하다. 공식적으로 팬클럽을 해체하거나 연예계 퇴출을 요구한다. 스타 개인에 국한됐던 거부 반응은 당사자가 소속된 그룹이나, 출연작품에서의 퇴출 요구로 이어지고 그들의 소속사에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타 개인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망가진 스타의 오늘’을 만들어낸 연예기획사에 더 막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팬들의 연예기획사에 대한 ‘연대책임’ 요구는 이미 여러 대학 축제에서 나타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거부로 현실화되고 있다. 팬들의 분노 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BTS의 역사적인 웸블리 공연,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같은 한류의 성가는 계속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국내외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용서를 구해야 할 때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란 속담이 있다. 처음에는 호미로 막을 만큼 가벼운 일도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가래로 막아야 할 큰 일이 된다는, 손을 쓰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큰 힘을 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 때가 있듯이 사과하는 일도, 잘못을 인정하는 일도 때가 있는 법이다. 구속된 박유천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겁이 나서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는 그의 거짓 기자회견에 대한 변명은 여론의 악화를 불러왔을 뿐이다.

최근의 연예인 추문은 가수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에서 시작됐다. 그는 YG엔터테인먼트가 길러낸 그룹 빅뱅의 멤버였다. 그도 사건 초기 단 한마디도 팬들에게 “잘못했다”거나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를 발탁하고 훈련시키고 스타로 키워낸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였다. “확인중이다”이거나 “법적 대응을 고려중이다” 식의 반응이 전부이었다. 그 회사의 수장은 양현석 대표이다.

그는 현재 해외 투자자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도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 아직 승리 수사가 끝나기 전이기 때문에 양현석 대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YG가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기획사 수장으로서 이쯤 되면 법률적 책임 이전에 도의적으로라도 대중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같은 형식적 유감 표명이라도 했을 법한데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그동안 양현석 대표의 YG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반응은 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YG는 승리의 성 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승리의 카톡 대화방 내용이 조작됐다는 섣부른 거짓 해명을 내놓아 호된 질타를 받았다. 또 승리가 해외 투자자 접대에 YG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관계자들이 줄줄이 경찰서에 불려 나갔다. 이때도 “회사와 관계없는 승리의 몫이다”라며 발을 뺐다.

YG는 지난 3월엔 국세청의 긴급 세무조사도 받았다. 이때 양현석 대표의 동생인 양민석 대표는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관계기관의 조사도 진행되고 있고 저희는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때도 유감 표명은 없었다. 그런데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이번엔 양현석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이 터졌다. 지난 2014년 7월 양 대표가 외국인 재력가 두 명을 강남 클럽에 초대했고 성접대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이 의혹의 자리에 업소여성을 포함해 여성 25명이 동석했고, 5백만원 상당의 명품백이 선물로 오가고 성 접대가 이뤄졌다는 것인데, 양현석 대표는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인 초대를 받아 참석했을 뿐 어떤 형식의 접대도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한때 YG 소속사 가수였던 싸이도 동석했다. 이들을 둘러싼 의혹이 의혹으로만 그칠 것인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팬들이 기대하는 양현석의 유감 표명은 여전히 없다.

현재로서 YG 양현석 대표의 태도는 분명해 보인다. 도의적인 부분도 포함된 것인지 확인이 어려우나 어떻든 “잘못한 것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사과할 내용도 없다는 것인데, 팬들 입장에서는 그의 단호한 태도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연예기획사 수장으로서 소속 연예인과 후배 연예인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도덕적 책임마저 회피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현석 대표는 억울할지 모른다. 잘못도 없는데 무슨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사과하는 사람이 억울하다고 생각해서 “진실을 밝히고 싶다”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는 생각만을 고집한다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것은 사과의 본래 목적을 혼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사과가 이루어지면 설명할 기회는 나중에라도 만들 수 있다. 사과의 목적은 이해받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어야 한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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