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읽기] ‘대기업의 문화 파시즘’, 멜론 저작권료 횡령 정황이 초래할 파국
- 입력 2019. 06.04. 13:06:42
- [더셀럽 한숙인 기자] 방탄소년단이 비틀즈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입지가 높아지는데 반해 대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운영해온 온라인 음원 서비스 플랫폼의 저작권료 횡령 정황이 드러나 대중을 공분케 하고 있다.
소리바다가 확산한 온라인 음원 서비스는 거대기업 체제로 재편되면서 대기업 독과점이 장시간 이어져왔다.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음반이 기념품 혹은 아이돌 굿즈로 등으로 용도가 전이되면서 실제 음반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온라인 음원 서비스는 K팝 가수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일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멜론이 에스케이텔레콤 자회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에 속해 있던 시기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가상의 음반사인 LS 뮤직을 저작권 분배 시스템에 등록해 당시 저작권자에 배당돼야 할 저작권료 54%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서울동부지검 사이버 수사부는 지난 5월 27일 강남구 삼성동의 옛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엠)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으며 2011년 이후에도 멜론이 또 다른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부당하게 가로챈 정황을 파악했다고 추가 보도했다.
이처럼 절대 권력을 갖게 된 온라인 음원 서비스의 먹이사슬 맨 상위 층을 점하고 있는 멜론이 유령 음반사를 만들어 저작권을 편취한 정황은 최근 성장가도에 있는 K팝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가요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던지는 충격파가 크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은 한국 가요계의 단독 성장이 아니다. 5G 모바일 폰 세계 최초 출시, 초고속 인터넷 등 전 세계 통신 산업의 최강자라는 한국의 인프라가 K팝의 파급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신 및 인터넷 산업을 장악한 거대기업이 최근 대외적으로 급성장하는 음반 시장에서도 빅브라더로 군림하고 있어 이번에 드러난 멜론의 저작권료 횡령에 관한 검찰의 조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의 지배체제 아래 있는 현 한국 사회의 문화 파시즘은 K팝의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멜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거대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편향적 시장 구조는 결국 창작자의 창작 의지를 떨어뜨림으로써 성장속도만큼의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2004년 멜론의 음원 서비스를 개시해 1999, 2000년 설립된 벅스뮤직과 소리바다가 주도해온 온라인 음원 서비스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멜론은 2009년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양수된 이후 빠르게 입지가 상승해 카카오 소유 아래 있는 현재까지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이 지난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음악 앱 월간순이용자(MAU) 순위에서 멜론이 총 4,408,943명으로 44.9%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지니뮤직의 22.3%(2,189,233명)과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여서 파급력을 알 수 있다.
이 조사 결과는 멜론의 변하지 않는 입지뿐 아니라 상위 3순위인 멜론(카카오), 지니뮤직(KT 자회사), 플로(SK텔레콤), 모두 거대기업과 관련돼있다는 것과 멜론의 저작권료 횡령 정황이 제기된 당시 모회사인 에스케이텔레콤이 플로라는 또 다른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시작해 3위권으로 빠르게 진입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진정한 지구촌 시대에 각 국가마다의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는 문화의 가치는 과거보다 한층 더 증대됐다. 그러나 거대기업의 주도 하에 확장되는 현 K팝 시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빠르게 규격화 돼 결국 시작점의 차별화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최근 문화산업은 폭포 효과가 아닌 분수 효과에 의해 성장하고 있다. 개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다양한 문화적 시도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위로 솟구칠 만큼의 에너지원을 얻을 수 없다. 현재 산업구조에서 전문 업체와 거대기업이 일정 부분 수평 내지는 공생 구조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한국 K팝의 미래는 방탄소년단의 현재 인기를 최 정점으로 빠르게 좌초될 수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