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만 5만 8천 여통"…'여성시대' 양희은이 청취자들과 함께한 20년[종합]
- 입력 2019. 06.04. 15:40:07
- [더셀럽 박수정 기자]약 5만 8천 여통의 편지, 방송 시간 14,600시간. '여성시대' DJ 양희은이 20년 동안 청취자들과 함께한 의미있는 숫자들이다. MBC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DJ 양희은이 진행 20주년을 맞았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의 양희은 진행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양희은, 서경석, 강희국 PD, 박금선 작가가 참석했다.
'여성시대'는 1975년 임국희의 여성살롱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1988년 지금의 '여성시대'로 프로그램명이 바뀌어 31년째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MBC의 장수 프로그램이다.
양희은은 1999년 6월 7일 처음 '여성시대' 마이크를 잡았다. 올해 진행 20주년을 맞이한 양희은은 "20년이라는 세월을 맞을 줄은 정말 몰랐다"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20년을 목표로 했다면 이 프로그램을 계속 못했을 거다. 1~2년 생각을 했다가 사연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마침 갱년기라 견디기가 힘들었다. 언제까지 해야하나 지나보니 어느덧 20년이 됐더라. 그 안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20년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하루하루가 쌓인 것 뿐이다. '여성시대'라는 대학에서 학위를 계속 딴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사연 중 가장 인상 깊은 사연에 대해서는 희재와 희재엄마 사연을 꼽았다. 양희은은 "어떤 사연도 죽음만은 못하다. 살아있으면 뭐든지 간으하지만 세상을 떠나면 거기서 우리는 엄연한 경계가 생기고 건너갈수도 건나올수도 없다. '희재 엄마' 편지는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유방암 말기 환자가 아이에게 편지를 남기는 애용을 4일에 걸쳐 보냈다. 이후 음성사서함을 통해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을 때 '여성시대' 애청자들의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셨다.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어떤 분은 자기 휴가를 쓰고 희재 엄마 병상을 지키기도 했다. 아무것도 못먹는 희재 엄마를 위해 과일즙을 주고 싶다며 소정의 금액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후 희재 엄마의 목소리를 들엇다. 힘겹게 전화연결을 했다. 그 이후 떠났다. 그때 30주년 음반을 준비중이었는데, 희재 엄마와 이 땅의 많은 소녀 가장에게 헌정하는 음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음반을 발매했다. 희재와 희재엄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진행하는 동안 양희은과 함께한 DJ는 김승현, 전유성, 송승환, 강석우, 서경석, 5명이다. 양희은의 5번째 파트너 서경석은 "양희석 누님 옆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4년차 DJ 서경석이다. 많이 배우고 있는 점 중 하나는 어마어마한 프로정신이다. 절대 방송 관련해서 해가 되는 일을 안하려고 하신다. 시간개념이 철저하시다. 식사 시간을 절대 미루거나 당기지 않는다. 정확하게 정한 시간안에 정한 양을 드셔야 다음 일로 진행이 가능하다. 그런 철저함이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라고 양희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양희은 누님의 5번째 남자라는 수식어도 영광이다. 50번째 남자였어도 그 자리에 살포시 앉았을 거다. (20주년 행사를 앞두고) 나도 잠이 안오더라.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제 일처럼 기쁘다. 앞으로도 옆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박금선 작가는 1993년부터 '여성시대'를 지켜왔다. 박작가는 "처음에는 일로 시작했다. 그때 그때 배운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해왔다. 한날 청취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순간이 있었다. 둘째 때문에 힘들어서 택시에서 많이 울었는데 택시기사가 '여성시대 들으면 더 힘든 사람이 많더라'라는 말을 하더라. 그때 웃음이 나고 행복이 밀려왔다. 덕분에 조금 더 씩씩해질 수 있었다. '여성시대'는 저에게 위로받는 프로그램이다"라고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성시대'를 연출하고 있는 강희국 PD는 "'여성시대'는 MBC 라디오 PD들의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요즘 진행 전 30분 일찍 와서 이야기를 나눈다. 양희은 선배님을 안아드리고 싶기도 하고 어쩔 때는 큰 누나처럼 안기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관계가 3개월 정도 됐다. 이게 우리 프로그램의 성격, 매력이 아닌가 싶다. 부담스럽기 보다는 '내가 축복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성시대'는 다양한 코너와 행사를 통해 청취자들과 가까이서 소통하고 있다. 양희은은 '여성시대'의 장수비결에 대해 진심 어린 청취자들의 사연, 그 사연을 통한 연대와 공감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연을 통해 매 맞는 아내가 쉼터로 나올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안보이는 연대, 안보이는 어깨동무가 거대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도 저런 어려움이 뭔지 알아'라는 안보이는 공감의 파도가 '여성시대'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것이 '여성시대'가 주는 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MBC는 '여성시대' 20주년을 기념해 MBC RADIO GOLDEN MOUTH 상(골든마우스 상) 수상자로 양희은을 선정했다. 골든마우스상은 오랜 세월 한결같이 MBC라디오와 함께해온 최고의 진행자들에게 드리는 헌사다. MBC라디오는 1996년 6월 이 상을 제정하고 20년 이상 공헌한 진행자에게 GOLD MOUTH를, 10년 이상 공헌한 진행자에게는 BRONZE MOUTH를 수여하고 있다. 앞서 이종환, 김기덕, 강석, 김혜영, 이문세, 배철수, 최유라, 임국희가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했다. 양희은은 역대 아홉번째 골든마우스 수상자가 됐다.
DJ 양희은의 골든마우스 헌정식은 오는 6월 7일 진행된다. 20주년 공개방송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역대 아홉번째 골든마우스 수상자가 된 양희은은 "앞으로 뭘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연예계 49년 동안 그랬다. 노래도 20대까지 하려고 했는데 60대 후반까지 하고 있다. '여성시대'를 언제까지 할거라는 계획은 업다. 계약을 한 것도 없고 그만두겠다는 하면 그때 구만 두는 거다. '여성시대'라는 자리를 힘으로 알고 휘두르려고 할 때는 마이크를 놔야할 때다. 주변인들에게 내가 그렇게 하면 마이크를 내려놓으라고 충고해달라고 말해놨다. 사실 20주년을 맞은 소회는 없다.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30대 후반이었으면 더 크게 다가왔을수도 있을 것 같다. '라디오 20년을 했다'는 건 내가 그만큼 '여성시대'를 사랑했다는 거 아닐까 싶다. 힘들고 지치고 고단했을 때도 끝까지 '여성시대'를 해왔다. 긴 세월 짝사랑을 한 기분이 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앞으로 '여성시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양희은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여성'이라는 이름이 걸려있는 건 그만큼 여러가지 면에서 더 채워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성'이라는 단어가 없어져야한다. '여성시대', '남성시대'라고 구분 짓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강PD는 "특별히 어떻게 연출을 해야겠다, 어떤 방향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모든 건 청취자들이 보내는 편지에 있다. 그 안에는 요즘 시대상이 녹아들어 있다. 어쩔때는 시사프로그램 같고, 어쩔 때는 교양프로그램 같다. 또 음악프로그램같을 때도 있다. 이 모든것이 다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고자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는 매일 오전 9시 5분 MBC 표준FM(수도권 95.9MHz)에서 방송되며, MBC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mini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