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여정 “‘기생충’, 연교로 살았던 2018년의 전부” [인터뷰]
- 입력 2019. 06.17. 15:59:14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 ‘기생충’에서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제공하는 배우 조여정에게 ‘기생충’은 “2018년의 전부”로 남았다. 이번 작품 속 연교로 분한 그에게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과의 첫 작업이자 모든 것이 특별했다.
지난 16일 기준 누적관객 수 834만 명을 돌파한 ‘기생충’에서 연교는 박사장(이선균)의 아내로 부유한 사모님의 정형화된 모습을 보인다. 말투와 행동에선 자신의 교양을 드러내고자 영어를 섞어 쓰지만 수준이 낮은 문장을 짧게 사용하거나 정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엎드려 자는 모습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연교를 준비하고 또 연교로 살았던 조여정에게 이러한 모습조차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나 전작 KBS2 드라마 ‘완벽한 아내’ 단막극 ‘베이비시터’에서 이면과 내면을 다르게 연기해야했던 캐릭터를 맡아 단순한 캐릭터에 끌렸던 그는 연교가 더없이 좋았다.
“심플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단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 단점은 영화에서 재앙을 불러일으키니까 단점이지 않을까.(웃음) 근래에 충분히 어려운 역을 했다. 다 내면이 복잡한 것을 하고 나니 단순한 연교가 너무 좋았다. 끝나고 나서도 지침이 덜했다. 그래서 다시 또 어려운 ‘아름다운 세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선 한 캐릭터를 통해 다채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에 욕심이 나지 않을까. 조여정은 심플함과 신나는 작업이 어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며 연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신난다는 게 작업의 과정의 신나는 것이지 어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작품과 캐릭터들을 처음 할 때는 어렵다. 처음해본 것이니까 두렵고. 어려운데 즐거운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어렵지 않다면 연기를 오랜 시간 즐거워하면서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복잡하지 않은 연교를 작업하면서 연기의 즐거움을 느낀 조여정은 봉준호 감독이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은 “조여정의 맑음이 좋았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감독님 생각하신 대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맑게 하려고 한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순진하지 않나. 연교는 혼자선 똑 부러진다고 생각한다. 기정(박소담)에게 ‘순수해’라고 하는 대사도 남들이 보는 연교가 ‘순수’다. 자신보다 어리다고 그런 얘기를 해주니까 웃기기도 하고. 그렇게 접근하면 비교적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일어날 수 있는 변수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기에 연교에서 비롯되는 걱정은 없었다. 연기의 문제나 고민점은 봉준호 감독과 상의를 했으며 봉준호 감독이 있었기에 그 이상의 어려움도 없었다. 전적으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감독님이 잡아줄 수 있기 때문에 감독님을 믿고 가는 편이다. 드라마도 당연히 그렇지만 대부분 작품 할 때 감독님한테 의지하고 간다. 제가 절대 전체를 다 볼 수 없고 저밖에 못 본다. 감독님이 좋다고 하면 저도 마음이 놓이고 안 좋다고 하면 다시 하면 되는 것이고.”
세심한 디테일로도 유명한 봉준호 감독과 함께하면서 조여정은 봉준호 감독의 ‘봉테일’스러운 순간을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경험했다. 심지어 연교가 영어를 하는 짧은 순간에도 ‘봉테일’을 느낄 수 있었으며 디테일을 곳곳에 숨겨놓은 ‘기생충’을 여러 차례 볼 때마다 의미는 다르게 다가왔다. 이것 역시 봉준호 감독의 거장다운 면모였다.
“‘기생충’을 찍고 나서 세 번 정도 봤다. 볼 때마다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되더라. 여러 가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자연스럽고 재밌게 짤 수 있는지 놀랍다. 모든 게 다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나. 필연인 것처럼 흘러가는데 그게 신기했다. 재미도 있었고.”
영화를 처음 볼 땐 기우(최우식)에 몰입해서 봤다는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었다고 밝혔다. 관객으로서 기우에게 해줄 수 없는 안쓰러움이 느껴졌고 기우의 눈을 통해서 와 닿는 슬픔이 그의 심장을 할퀴었다.
“‘기생충’을 두 번 봤을 때는 기우의 심리를 따라서 영화가 봐졌다. 기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많이 울기도 했다. ‘거인’을 볼 때도 최우식 배우의 가슴 아픈 것들이 느껴졌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우식 배우가 가진 힘인 것 같다. ‘저렇게 진짜 있는 사람처럼 할까’, ‘마음이 너무 가게 할까’ 싶었다.”
최우식을 비롯해 좋은 선후배,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 ‘기생충’에서 배운 점은 하나로 꼽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는 “얻어가기만 한 것 같아서 작품 끝나서 지치지도 않았다”며 겸손함 모습을 보였다.
“배운점이 너무 많다. ‘기생충’을 하면서 감독님과 좋은 선후배와 함께 2018년을 보냈다. 끝나고도 마음이 허하지가 않고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드라마를 바로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보통은 짧게나마 쉬어야한다. ‘기생충’이 ‘아름다운 세상’을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이런 영화에 출연했다는 게 정말 기쁘다.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것이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니까. 이러면 또 힘을 내서 계속 작품을 해나갈 수 있고. 여러모로 너무 감사하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