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페미니즘 VS 反페미니즘 ‘혼선의 쾌감’
입력 2019. 06.21. 14:05:19

tvN ‘검새어를 입력하세요 WWW' 권해효, 유서진, 임수정, 전혜진(왼쪽부터 시계방향)

[더셀럽 한숙인 기자]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그간 미디어가 오랜 세월 답습해온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성 정체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뒤엎었다. 그러나 권력의 외적 형태만 바뀌었을 뿐 남성이 중심이 된 지배사회라는 기존 미디어의 신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tvN 수목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다수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포진되고 남성들은 주변 역할에 머문다. 그러나 그간 미디어가 규정해온 여성성과 남성성의 장점을 모두 갖춘 남성이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로 등장해 결국 세상은 남성에 의해 지배된다는 논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흔들린다.

다국적 기업 유니콘과 로컬 기업 바로는 최고 경영인이 각각 여성과 남성이다. 여성과 남성의 단순 대립구도가 이 드라마의 전부가 아니다.

유니콘은 다국적 기업임에도 지극히 권위적인 한국 기업의 보수적 운영방식을, 바로는 로컬 기업이지만 구글 식의 자유분방한 회사 근무 환경을 지향한다. 이는 이 드라마가 제시하는 1차 전치로 미디어와 대중에 뿌리 깊이 박힌 외국과 국내 기업에 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2차 전치이자 이 드라마의 성적 이데올로기를 가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각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다. 유니콘의 대표 나인경(유서진)은 성공을 위해 권력층의 개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권력충성 형 캐릭터다. 반면 바로의 대표 민홍주는 전형적인 공대남으로 정치에 서툴러 1위 자리를 유니콘에 뺏겼지만 순위에 비견할 수 없는 ‘그 무엇’을 갖춘 인물이다.

나인경은 화이트 셔츠와 블랙 타이에 날렵한 블랙 팬츠를 고수하고 긴 머리는 잔머리 한 톨 남기지 않고 뒤로 넘겨 묶어 늘 긴장해 있는 날선 느낌을 강조한다. 반면 민홍주는 자유분방한 근무 환경에 적합한 윗단추를 채우지 않는 셔츠에 재킷과 팬츠의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옷의 넉넉한 품만큼의 포용력을 갖춘 인물임을 드러낸다.

나인경의 성향은 물론 스타일은 페미니즘에서조차 논쟁의 대상이기도 한 ‘미러링’의 전형으로 이 드라마가 페미니즘의 외양을 한 反페미니즘 아니냐는 또 다른 논쟁을 일으킬 여지를 준다.

이 같은 조직 사회에서의 성 역할 전치는 유니콘 경영진의 다른 한 축인 이사 송가경으로 이어진다. 이 드라마는 송가경을 통해 재벌가의 데릴사위가 돼 권력은 없지만 대단해 보이는 권력이 실은 허울뿐인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기존 드라마의 설정에서 남녀를 뒤바꾸었다.

송가경은 추락한 집안의 가세로 인해 시댁의 충견 노릇을 하면서 남편과는 상호 협의 아래 결혼 동맹으로 얽힌 파트너 관계를 유지한다. 이뿐 아니라 호스트바 출신 톱스타와 스폰서과 관계인 이중생활을 한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여성의 내연관계는 권력이나 재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것에 비해 송가경의 설정은 일견 페미니즘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쩐지 단순한 성적 전치, 미러링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성공한 권력층에는 그만큼의 추문이 있다는 논리가 늘 남성에게 적용됐지만 이 드라마는 추문의 핵심인물이 여성이다. 반면 남성인 민홍주는 자신의 욕망이 아닌 벤처기업의 성장기에 대표 자리까지 밀려 올라간 인물로 평형감각을 잃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는 이상적인 ‘멘토형 경영인’ 설정이다.

송가경, 배타미(임수정), 차현(이다희)의 팽팽한 긴장이 주를 이뤘던 시작과 달리 배타미가 바로로 이직한 이후 민홍주는 등장 비중이 늘어난 것은 물론 궁지에 몰리는 배타미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점점 극의 중심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배타미는 처음 바로를 찾을 때 회사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비웃는다. 바로에 입성하면서 유니콘과 다른 분위기에 감탄을 연발하며 2위에 밀려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최봉기(우지현)과 조아라(오아연)에게 이런 사람들은 돈 벌면 좋은 의자 살 생각을 먼저 한다며 마치 남성들이 여성들의 쇼핑을 비웃는 듯한 뉘앙스 그대로 바로를 평가한다.

그러나 민홍주와 일하고 대화를 하면서 그의 설득력 있는 인간성에 감화되기 시작한다. 한민규의 자살 소동으로 검색어에 대한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38살 배타미는 민홍주의 48세에도 여전히 절대 논리로서 신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언을 듣고 위로받는다.

이뿐 아니다. 조작된 지라시로 검색어 1위에 등극한 배타미는 개발팀장 홍유진(하승리)의 도움으로 검색어가 불법으로 조작한 정황을 찾는다. 그러나 바로뿐 아니라 인터넷 시장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저지한 민홍주는 배타미가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차현을 조력자로 보낸다.

결국 배타미는 다시 한 번 배웠다며 조력자에 머물다 결정적인 순간 공정한 판단력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민홍주의 경영 방식을 인정한다.

민홍주가 이끄는 바로는 서슬 퍼런 팽팽한 긴장만 도는 나인경과 송가경이 이끄는 유니콘과 대립되며 남성성이 여성성의 세력 확장 속에 위축되고 피해의식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 성숙하고 있다는 징표 역할을 한다.

이 드라마는 페미니즘과 反페미니즘이 뒤엉켜있다. 그러나 이 뒤엉킴이 불편하다기 보다 남성 중심 사회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해온 미디어가 진부한 고정된 권력 위계 논리에 갇혀있는 영화와 달리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전초로 받아들여진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캐릭터마다의 이미지가 명확하고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인연과 악연이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국 미미한 결말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몰아치는 페미니즘의 물결을 혼란스러운 채로 담아낸 노력은 종영 후에도 인정받아 마땅할 듯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검새어를 입력하세요 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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