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미래위원회’ 10개월 활동 끝…公營 자존심 되찾을 KBS [종합]
입력 2019. 06.24. 15:36:40
[더셀럽 전예슬 기자] 지난 10개월 동안 불행했던 KBS 과거에 대한 조사를 벌였던 ‘진실과미래위원회’ 활동이 종료된다. KBS는 진실 규명을 통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24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쿠킹스튜디오에서는 ‘KBS진실과미래위원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진미위 위원장 정필모 부사장과 진실과미래추진단 복진선 단장이 참석했다.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총 22건에 대한 조사를 마친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이달로 활동을 마무리하고 해산한다. 위원회는 그동안 KBS기자협회정상화모임 결성 후 편성규약과 취업규칙 위반 사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2008년 대통령 주례연설 청와대 개입 문건 등의 공정성과 독립성 침해사례들을 조사했다.

이날 정필모 부사장은 “기록은 역사에 기초가 된다는 말을 잘 아실 거다. 단순한 의혹이 아닌 검증과 성찰이 담겨있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지난 10개월 동안 불행했던 KBS 과거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보도에서 유가족 고통을 헤아리기보다 정권에 급급했던 사례,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은 보도 찬사라고 할 정도로 정권에 둔탁한 내부세력이 많았다. 두 사례뿐만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방송보도에 대한 공정성 훼손, 인사권 남용 등 여러 불미스러운 사태가 많았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위상과 신뢰가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조직문화는 황폐화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성찰했다.

정 부사장은 “내부에서 저항이 없었던 건 아니다. 끊임없이 싸워왔다. 때로는 부당한 인사와 징계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KBS가 사실상 관제방송이 됐던 원인은 내부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라면서 “공영방송 KBS는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공적책임을 다할 것이다. 진실과미래위원회도 그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록하는데 그치는 게 아닌,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2월 양승동 당시 사장 후보자가 ‘KBS를 시민의 품으로’를 약속하면서 진실한 저널리즘, 공정한 적폐 청산, 창의적인 미래 전략, 시민의 KBS를 제안했다. 이후 양 사장 취임 후 6월 5일, ‘KBS진실과미래위원회’를 설치한 것. 그로부터 이틀 뒤 6월 7일, 산하에 실무 부서인 진실과미래추진단을 설립하고 사안의 중대성, 실효성, 피해자 구제의 필요성 등 22건을 조사했다.

복진선 단장은 “실무를 담당한 입장에서 1년 동안 조사를 하면서 조직에 많은 일이 있었구나를 느꼈다. 재앙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저널리즘 참사, 신뢰도 추락이 단 하루 만에 이뤄지지 않았고 꾸준하게 이뤄졌다는 걸 알았다. 양승동 사장이 후보에 지원하면서 몇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그 중 하나가 공정한 적폐청산이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실이다. 그걸 바탕으로 인사조치, 조직개선을 권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활동 현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편성규약 위반 등 제작자율성 침해

2016년 당시 사측은 편성규약의 지위를 낮추고 실무자의 참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편성규약 개정을 시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발생 직후 개정 절차를 중단한다.

복진선 단장은 “방송법에 의거해 편성규약이라는 취업규칙에 우선한다. 법에 가까운 효력을 갖는데 이 부분을 계속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2015년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을 피력했다. KBS내 방향성, 제작 실무자는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이어지고 KBS 신뢰도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부분은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수렁에 빠질 거라 생각해 조사에 역량을 쏟아 부었다. 강제 조사권, 법적인 권한이 있다면 훨씬 더 깊게 조사할 수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편성 규약 등 사규가 무시되고 공정성과 자율성이 침해되는 문제점들이 되풀이되고 누적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에서 낙종과 보도 참사로 이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KBS 보도의 공정성이 훼손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 외부 권력의 방송 개입

외부 권력의 방송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결과를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2008년 윤도현의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KBS 2FM ‘윤도현의 뮤직쇼’에서 동시 하차한 사건은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판단되는 문건이 확인된 것.

복진선 단장은 “특정 진행자들이 동시에 하차한 사건이 있다. 가수 윤도현 씨는 ‘러브레터’와 ‘뮤직쇼’에서 하차하게 됐다.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문체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서 ‘김제동 윤도현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제재는 이들의 노이즈마케팅으로 역이용된 점을 감안하여’라고 언급하는데 정황에 비추어볼 때 하차와 급작스런 교체는 2008년부터 국가권력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2013년 ‘추적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불방 건 조사 결과, 심의평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정 요구를 하고 방송 당일 부사장과 시사제작국장, 심의실장이 모여 원고를 수정하는 판이한 일들이 발생한 바 있다.

복진선 단장은 “‘추적60분’ 무죄판결의 전말은 제작진과 사측간의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아이템이다.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측 고위간부들의 결정으로 방송을 권고 수정했다. 당시 원고 자체가 사전에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 여론전환용 ‘관제성’ 특집 프로그램

정권에 불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여론을 환기시키거나 선거 때 여당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이른바 ‘관제성’ 특집 프로그램은 5,6공화국 시대의 대표적인 편파방송이다. 90년대 이후 근절됐지만 2009년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이러한 경향의 특집 프로그램이 다수 방송돼 논란이 있었던 바.

복진규 단장은 “사장의 지시로 다수의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뉴스에서 급격하게 윤창중 씨 관련 뉴스가 사라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남미특집결산은 박정희, 전두환 시절 유행하던 국민여론을 전환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것이 2013년 박근혜대통령 방미 때 다시 등장한다. 그 배경은 윤창중 씨의 성추행 사건을 덮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KBS는 모금 생방송을 기획했다. 제작진들은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모금방송은 시기상조라고 판단, 반대했다. 그럼에도 모금방송이 추진되자 결국 모금은 없이 4월 27일 2시간으로 축소 방송됐다.

복 단장은 “몇 가지 사건에서 모금방송을 진행했다. 대척점에 서있던 게 세월호 모금방송 시도다. 구조 활동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사측에서 모금방송을 계속 시도했다. 모금방송이란 사회적 중대사건이나 국가가 책임져야할 비극을 전 국민에게 나누고 그것들을 동정이나 슬픔으로 희석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시 PD들은 ‘6층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의사표현을 하며 반대를 해 모금방송을 못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저희가 추적했고 향후 모금방송 권고를 사장에게 드렸다. 국가가 책임질 사안, 진실이 우선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모금방송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내용이다”라고 했다.

◆ 방송의 사유화

김인규, 길환영 사장 재임 시기 ‘아침마당’에서는 부당한 지시에 따라 정치인이나 경영진의 지인들이 특혜성으로 출연한 사례를 진실과미래위원회는 확인했다.

복진규 단장은 “유명인사들을 특정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면서 통상 정상적인 섭외를 거치지 않고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사안을 확인했다. 대표적인 게 ‘아침마당’”이라며 “특정 정치권 인사들이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출연한 바 있다. 여러 가지 증언, 자료들을 고려해볼 때 김인규 사장 이후 심각해진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보고서를 심의 의결한 진실과미래위원회는 KBS 사장에게 제도개선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복 단장은 “5건의 조사에서 총 19명에 대해 인사조치를 권고했다. 1심이 진행되고 있다. 저희는 권고만 할 뿐 사장이 인사위원회에 넘기면 인사위원회에서 판단한다. 저희는 조사결과와 권고조치만 한 것”이라며 “나머지는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KBS는 개혁과 진실 규명이 한 번에 끝낼 사안이 아니며 공영방송의 책무임을 인식하고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정필모 부사장은 “덮어두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 여기에 대해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임을 규명하고, 기록으로 남겨 거기에 대한 응당한 조치를 취하면서 다시금 KBS가 국민에게 종사하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송으로 태어나는 불가피한 절차라 생각한다. 이걸 하지 않고 어떻게 국민에게 믿어달라고 하겠나. 편한 길을 가면 KBS는 달라지지 않는다. 아프더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철저한 자기 성찰을 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조사를 하게 됐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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